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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리베이터에서 생긴 일 - 재밌는 영화 속 엘리베이터 장면들
    영화 이야기/수다 2008. 12. 17. 18:14



    빌딩숲과 아파트 단지에서 생활하는 도시인들에게 엘리베이터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시설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엘리베이터에 오르내리는 일은 현대인들에게 하나도 특별할 게 없는 평범한 일상이죠.

    영화속에선 어떨까요? 엘리베이터는 특유의 폐쇄적인 구조로 인해 액션이나 스릴러 영화에서 긴박감을 고조시키는 배경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대부분 예전 영화지만 죄다 스포일러 투성이니 주의하세요. 



    키아누 리브스를 본격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게 했던 영화 <스피드>는 오프닝 타이틀에서부터 운행중인 엘리베이터 외부의 모습을 보여주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깁니다. 얼마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는 범인(데니스 호퍼)이 설치해놓은 폭발물로 인해 갑자기 멈춰서버리고 그는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을 볼모로 돈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키아누 리브스가 등장합니다. 십년도 더 된 영화인지라 키아누 리브스의 모습이 무척 풋풋해 보입니다. 짧게 자른 머리가 매력적이었죠. 최근엔 <러닝 스케어드>의 폴 워커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의 브래드 피트가 저런 스타일로 나왔었는데요, 터프남의 전유물이라고 할 만한 스타일입니다. 폴 워커는 십여년전 키아누 리브스에 버금갈 정도로 매력적이었지만 왠지 브래드 피트는 좀 안어울렸던...



    어쨌든 동료들과 함께 있어도 유독 홀로 빛을 내뿜는 우리의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의 활약으로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은 모두 구출되고 사건은 해결됩니다. 폭탄버스를 타고 LA시내를 질주하는 장면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라고 볼 수 있지만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는 이 엘리베이터 장면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다이하드3>의 한 장면입니다. 뉴욕의 베테랑 형사 존 맥클레인은 러시아워의 지하철 폭발 테러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폭발 사건이 있었던 근처의 은행을 살펴보러온 맥클레인 형사.




    은행 경비의 안내로 엘리베이터에 타는데 분위기가 좀 이상합니다. 떡대가 장난아닌 경비들이 자신을 둘러싸는 것 같더니... 먼저 파견나왔다는 경관이 가슴에 떡하니 차고 있는 뺏지의 번호가 자신과 동거동락한 동료 경관의 번호인걸 발견합니다. 다이하드 시리즈를 이어오며 갈 수록 벗겨지는 머리만큼이나 능글맞게 사건을 잘도 해결해온 맥클레인 형사. 이 난관을 어떻게 벗어날까요.




    이어지는 장면에서 맥클레인 형사는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좁은 엘리베이터를 피 범벅으로 만들며 건장한 테러리스트 4명을 순식간에 제압합니다. 어려서부터 브루스 윌리스를 무척 좋아했는데요, 이 장면은 그가 연기한 수많은 액션장면 중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을만큼 전율이 느껴졌던 장면입니다. 3편에서만해도 술에 쩔어 연신 아스피린을 찾아대는 모습이 안스러웠는데 4편에서도 그의 고생은 계속되더군요. 



    다이하드 4 - 점점 빠지는 머리는 아예 밀어버렸습니다. -_-






    엘리베이터 얘기를 하면서 이 장면을 빼놓으면 말이 안되겠죠. <터미네이터2>의 한 장면입니다. 정신병원에 갇혀있던 새라 코너가 아들과 함께 온 터미네이트를 보고 1편의 그 터미네이터인줄 알고 거의 공황에 빠졌다가 T1000의 공격을 받고 함께 도망치는 대목입니다. 마음대로 형태를 조절하는 T1000의 가공할만한 위력이 본격적으로 선보이게 되는 장면이죠.

    지금이야 저 정도의 특수효과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당시엔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붓는 헐리웃 블록버스터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놀라운 장면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철문을 쑥쑥 뚫어버릴 정도로 위력적인 칼로 변한 T1000의 팔은.. 그 날카로운 질감에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설 정도였습니다. T1000을 연기한 로버트 패트릭의 차가운 표정도 금속성의 느낌이 그대로 느껴졌었습니다.



    기억나시겠지만 <터미네이터2>는 개봉당시 전 세계적으로 쎈세이션을 일으켰던 작품입니다. 그 파장은 98년에 <타이타닉>이 개봉했을 때만큼이나 대단했습니다. TV 뉴스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이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된 시각효과 기법인 몰핑 기법에 대해 수없이 많은 보도가 나왔고,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쇼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다면 한다] 코너에선 이홍렬이 알미늄호일을 덕지덕지 붙여가며 이 영화 흉내를 내곤 했습니다. 정말 대박이었죠. ㅋ





    어렸을때 주말동안 부모님이 여행을 가신 친구네 집에 모여 밤새 이 비디오를 보고또보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 기회라면 그 또래 남학생들이 으레 그렇듯이 야한 비디오도 같이 봤을법한데 저와 친구들은 감탄을 연발하며 오직 이 영화와 함께 주말 밤을 불태웠드랬습니다. 러닝타임도 짧지 않은 비디오를 주말 내내 몇 번이나 봤는지 당시 유행하던 TV 프로그램의 [옥의 티를 찾아라]에서 다루지 않은 자잘한 옥의 티까지 죄다 찾아낼 정도였습니다.

    나중에는 영화에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서 터미네이터가 용광로로 들어가는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터미네이터 가지마세요~ 돈 고~ 이건 명령이야!”라고 외치는 존 코너의 대사를 그대로 따라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진짜 존 코너가 된양 거의 울먹이는 소리로 말이죠. ㅋㅋ 지금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네요. 턱밑에 막 수염이 송송 자라기 시작한 사춘기 소년 시절의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터미네이터에 이어 이번에도 아놀드 주지사님께서 한창 날리던 시절의 모습입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트루라이즈>의 한 장면인데요, 오토바이에 탄 악당을 말로 쫓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악당이 오토바이를 몰고 엘리베이터에 타자 이에 질세라 비밀요원 해리도 말을 몰아 엘리베이터에 탑니다. 이 장면을 처음 볼 때 저렇게 오토바이와 말에 탄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무작정 올라가면 내려올땐 어쩌려는 걸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말 때문에 해리는 한바탕 곤욕을 치르게 됩니다. 




    <트루 라이즈>는 시작부터 끝까지 재밌는 볼거리로 가득해서 여러번 봤던 영화입니다. 무려 핵폭탄까지 터뜨리는 액션은 말할 것도 없고, 유머러스한 장면들과 보너스로 멋진 탱고춤까지 즐길 수 있는 말 그대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였죠. 아랍계 테러리스트들이 너무 우스꽝스럽게 등장하는 것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헐리웃 오락영화가 진지하면 그게 더 이상할지도 모르죠. 그런데 요즘은 이런 대작 액션 영화가 전에 비해 너무 드문 것 같습니다. 아마 <쏘우> 시리즈처럼 제작비 적게 들이고 관객들 두뇌를 자극하는 영화들이 큰 인기를 끄는 상황에선 앞으로도 이런 큰 영화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겠죠.




    이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트루 로맨스>입니다. 아시다시피 토니 스콧 감독의 작품인데 타란티노의 시나리오여서 영화의 내용이나 대사들은 타란티노의 독특한 스타일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토니 스콧의 감각적인 연출과 타란티노의 독특한 시나리오가 만난 이 영화는 한 번 보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삭막한 디트로이트에서 만난지 하루만에 결혼한 앨라배마와 클레어렌스. 어쩌다 얻게 된 마약을 팔아치우러 따뜻한 LA로 옵니다. 극중 단역 배우 일을 하는 친구의 소개로 헐리웃의 거물급 제작자와 연결돼 그와 거래를 위해 만나러가는 장면입니다.



    클레어렌스는 갑자기 엘리베이터를 멈추고 무서운 기세로 제작자의 하수인격인 엘리엇을 닦달합니다. 팔려는 물건도 그렇고 이미 끔찍한 일을 연달아 겪은 상태라 일을 확실하게 하기 위한 의도였죠. 엘리엇의 얼굴에 총을 들이대고 금방이라도 쏴버릴 듯한 기세로 위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게 뭐냐고 다그치는 클레어렌스. 순식간에 엘리베이터는 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클레어렌스와 그를 말리는 앨라배마와 친구, 그리고 겁먹은 엘리엇의 절규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립니다.




    결국 엘리엇은 너무 놀라 울음을 터뜨리고 클레어렌스는 그제서야 자기가 잘못했다고 사과하며 엘리엇을 다독거려 줍니다. 불과 몇 초전까지만 해도 얼굴에 총을 들이대고 진짜로 방아쇠를 당길 것 처럼 해놓고 미안하다니... 이런 경우 괜찮다고 해야 되나요? ㅋ

    엘리엇의 몸에 마이크를 설치하고 거래현장을 덮치려던 경찰들의 반응도 이 장면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입니다. 무선으로 상황을 엿듣던 그들이 처음엔 클레어렌스의 협박을 별거 아니라며 무시합니다. 그런데 협박의 강도가 장난아닌 것을 느끼고는  ‘이 녀석 진짜 쏘겠는걸?’ 이라며 잔뜩 긴장하더니, 클레어렌스가 사과하자 웃음을 터뜨리며 맘에 드는 녀석이라고 합니다. 정말 재밌고 긴장이 넘치는 장면이었습니다.  




    <다이하드3> 에서 존 맥클레인 형사가 보여준 엘리베이터 안의 액션과 비교하면 별다른 긴장감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단 헌트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3명 정도는 우습게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미션 임파써블3>의 한 장면입니다.

    <양들의 침묵>의 렉터 박사처럼 입까지 막힌 채 침대에 꽁꽁 묶여 옮겨지는 이단 헌트. 온 몸이 묶인 상태에서 한쪽 팔만 자유로워졌을 뿐인데 순식간에 요원 3명을 때려눕히고 유유히 탈출에 성공합니다.  

    이처럼 엘리베이터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액션 장면들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생각해보면 좁은 공간에선 배우들의 움직임이 한정적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멋진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보다 더 까다로울테죠. 그래서인지 엘리베이터에서의 액션 장면을 유심히 살펴보면 모든 컷이 톱니바퀴처럼 딱 맞물려 진행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한 컷도 평범한 장면이 없이 말이죠.

    이렇게 한정된 공간이라는 특징을 살려 긴장감과 스릴을 느끼게 해주는 엘리베이터 씬이 때로는 웃음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스파이더맨2> 가난한 생활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사랑하지만 말할 수 없는 MJ와도 갈등을 빚는 등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피터 파커는 급기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무기력증에 빠져 거미줄도 뽑아내지 못하게 됩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밤 하늘을 가르며 빌딩 옥상에 올라갔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야만 하는 스파이더맨.

    엘리베이터에서 마주 친 사내의 어이없어 하는 시선을 대하자 뻘쭘해하며 고개들 들지 못합니다. 어디 서 난 옷이냐고 묻는 남자에게 직접 만들었다고 얘기하며 가랑이가 좀 끼여서 불편하다는 얘기까지 덧붙이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더 한심하다는 표정입니다. 잠시 어색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재밌는 장면이었죠.




    <뻔뻔한 딕 앤 제인>에서 짐 캐리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보여주는 연기도 무척 재밌습니다. 짐 캐리 특유의 오버 액션을 오랜만에 즐길 수 있는 장면이었죠. 회사의 최고위층들만이 올라갈 수 있는 꼭대기 층에 불려가며 신이 난 딕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내린 엘리베이터에서 방정스런 몸짓으로 춤까지 춰가며 “I Believe I Can Fly"를 부릅니다.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에서의 발광에 가까운 댄스와 노래. 아주 적절한 선곡이었지만 딕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날기는커녕 완전 밑바닥으로 추락해버린 딕은 아내 제인과 함께 제대로 망가진 모습으로 관객을 즐겁게 해줍니다.

    짐 캐리야 원래 망가지는 연기를 주로 해왔던 배우여서 오히려 <이터널 썬샤인>에서와 같은 모습이 어색할 정도이지만 오랜만에 본 티아 레오니가 한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좀 민망스럽더군요. 니콜라스 케이지와 함께 나왔던 <패밀리 맨>에선 정말 예뻤는데..

    이쯤에서 마무리를 해야겠군요. <양들의 침묵>과 <드레스트 투 킬>에 등장했던 인상적인 장면에 관해서도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지니 패쓰해야 겠습니다. 핑계를 좀 더 대자면 저 두 영화에 등장하는 엘리베이터 장면은 스릴러 영화답게 관객의 신경을 극도로 긴장시키면서 끔찍한 느낌까지 들기 때문인데요, 만약 마음 약한 분들이 보시면 엘리베이터 이용하는데 지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제가 생각해도 너무 멋진 핑계군요..ㅋ)

    특히 <드레스트 투 킬>의 엘리베이터 씬은 영화 팬들 사이에서 멋진 장면으로 손 꼽힐 정도로 유명한 장면이지만 전 그 이미지만 생각해도 소름이 돋더군요. 예리한 면도칼의 그 느낌. 으으~~

    공포영화에서도 많은 엘리베이터 장면을 찾아볼 수 있을텐데요, 사실 개인적으로 무서운걸 싫어해서 공포영화는 거의 안보는 편입니다. 몇 년전에 주온을 한번 봤다가 며칠밤을 고생했던 적도 있어요. 제 잠버릇 중 하나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자는건데요. <주온> 때문에 그 버릇이 고쳐질 뻔 했습니다. 어쨌든 공포영화를 안보니까 엘리베이터 씬이라고 딱히 기억나는 것도 없어요.   -,.-;;  차라리 잘 됐죠. 공포영화 속 엘리베이터 장면이라면 생각만해도 무시무시한데 괜히 주절주절 그런 얘기 했다가 밤에 혼자 엘리베이터 타기 무섭다고 저한테 돌 던지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잖아요. 안그래도 한 밤중의 엘리베이터는 으스스한데 공포영화의 이미지까지 겹쳐버리면 얼마나 무섭겠어요. ㅋ

    위에서 얘기한 영화는 아니지만 <무간도>와 <올드보이>에 등장하는 엘리베이터 씬도 무척 인상적이었던게 생각나네요. <무간도>에선 정말 안타까운 진영인의 표정이 마음을 아프게 했고, <올드보이>에선 용이 감독이 3.5층에 짜장면 배달을 가는 장면이나 이우진이 엘리베이터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에 누나에 대한 환상을 접하는 장면이 무척 기억에 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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