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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적 선택과 사회적 관습 사이의 괴리 - 결혼은 미친 짓이다.
    영화 이야기/수다 2008. 12. 13. 10:06
    결혼은, 미친짓이다
    감독 유하 (2002 / 한국)
    출연 감우성, 엄정화, 박원상, 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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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영은 혼기가 꽉 찾지만 결혼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대학 강사다. 연희는 수없이 많은 맞선을 보며 조건이 좋은 상대를 찾고 있지만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갈구하는 여자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게 된다.


    자유로운 연애, 쉬운 이별, 심지어 원나잇 스탠드 마저도 흔한 현상이 되어버렸을 정도로 청춘 남녀의 연애관은 새털처럼 가벼워졌다. 하지만 결혼에 있어선 전근대적인 사회적 관습이 여전히 그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감각적인 느낌을 좇아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기지만 결혼할 때가 되면 느낌이나 감정은 제쳐두고 오직 조건만을 우선시하는 '연희'가 우리 주변엔 무수히 많다. 그들의 특징은 일단 결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만남에서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만나서 사랑에 빠진 후에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만나기 때문에 조건이 맞으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 역시 개인의 선택이기에 제 3자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조건에 따라 결혼상대자의 서열을 매기는 결혼 정보 업체의 난립과 조기 이혼율의 급격한 증가. 뭐. 이런 것들을 보면 우리 사회의 결혼 제도는 무언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문제는 사회적 관습과 개인적 선택 사이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앞서 말했듯이 이미 이 시대 청춘 남녀의 연애관은 새털처럼 가벼워졌지만 결혼만은 사회적 관습에 충실하려는 습속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지않냐는 얘기.

    왜 결혼을 급하게 하는가? 일정 나이가 되면 쫓기듯이 선을 보고, 상대방의 조건을 이리저리 따지고, 서로 마음 속의 깊은 교감을 나누기도 전에 결혼에 관한 얘기가 오가고. 

    우리 사회에서 3~4년 이상 연애하고 결혼에 성공하는 커플보다 단지 3~4개월을 만나고 결혼에 성공하는 커플이 더 많아 보이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결혼이란 그저 경제적, 사회적 재테크의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것인가. 나는 결혼을 목적으로 선을 보고, 조건을 따져서 결혼을 결심하는 그런 모습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한밤중에 바이크를 타고 가다 웨딩 샵의 쇼윈도를 깨트려 웨딩 드레스를 꺼내 오천련에게 입히고 어느 교회 앞에서 죽음 직전에 둘 만의 결혼식을 올렸던 천장지구의 유덕화가 되겠다는 순진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예단이며 혼수를 따지느라 맘 상하는 그런 세속적인 결혼은 피하고 싶은 것이다.

    개인과 개인이 만나서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사회의 인정을 받은, 온전히 하나가 되는 숭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결혼에 대해 왜 세속적인 가치에 휘둘리며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뜨거운 자기 감정을 외면하는 것일까. 

    진정 결혼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상대방의 지위에 따른 경제적 안정과 물질적 풍요. 이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결혼은 결코 새로 시작되는 인생의 축복이 될 수 없다. 마음 맞지 않는 사람과의 대면이 그 자체로 사람을 얼마나 피곤하게 하는 일인지는 결혼할 나이 정도 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을테니까.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 잠을 잔대도 고운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는 얘기를 하는게 아니다. 최소한 당장 눈에 보이는 단순한 가치 따위에 자신의 남은 생을 거는 도박은 자제해야지 않겠냐는 것이다.

    뭐 난... 이런 고리타분한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준영처럼 남들 다 하는 식으로 대충 결혼할 생각도 없고, 다가오는 인연을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지내다 언젠가 내 곁에 있을 사람에게 영화 속의 준영처럼 콩나물 밥이 싫다는 따위의 말도 안되는 이유로 투정이나 부리며 상처를 주겠지.

    물론 스스로는 더 큰 상처를 받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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