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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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아줌마는 20세기 마지막 천민?영화 이야기/장면 2009. 7. 16. 17:22
세기말 감독 송능한 (1999 / 한국) 출연 김갑수, 이재은, 차승원, 이호재 상세보기 경미 : 기분 죽인다. 희숙 : 야 우리 그냥 어디론가 확 떠나버릴까? 왜 그 영화 있잖어. 그 아줌마 둘이서. 어어! 그 델마와 루이스. 경미 : 애들 저녁도 안먹여놓고 가긴 어딜가? 걔들은 애들이 없었다고. 언젠가 테레비에서 그러드라. 아줌마들은 20세기 마지막 천민이라고.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고... 희숙 : 얘 근데 애들 줄줄이 데리고 델마와 루이스처럼 멋지게 떠나는 그런 영화는 없니? 응? 경미 : 미쳤어~ 정신나간 아줌마들 영화를 누가본다고 만드니~? 송능한 감독 특유의 촌철살인과 같은 대사들이 넘치는 세기말의 한 대목입니다. 오랜 기간동안 시간강사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남편이 바람까지 피워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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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쉬>의 다정한 아빠영화 이야기/장면 2009. 2. 28. 10:07
크래쉬 (2006) Crash 8.4 감독 폴 해기스 출연 산드라 블록, 돈 치들, 맷 딜런, 탠디 뉴튼, 테렌스 하워드 정보 드라마, 미스터리, 범죄 | 독일, 미국 | 113 분 | 2006-04-06 다니엘은 히스패닉 열쇠수리공입니다. 짧은 머리와 콧수염, 여기저기 문신한 몸, 내려 입은 바지. 이런 모습은 그를 영락없는 불량인종(?)으로 보이게 합니다. 그런 이유로 열쇠를 교체하러간 백인 검사의 집에서도 인종적 편견을 지닌 그의 아내에게 기분 나쁜 소리를 듣게 됩니다. 단정하지 못한 외모의 히스패닉에게 그 정도 험담은 언제든지 들을 수 있는 것이지만 아무리 들어도 기분이 나쁜 것은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밤 늦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어린 딸의 방문을 열어보니 침대위에 있어야 할 아이가 안보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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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를 추억하다영화 이야기/장면 2008. 11. 29. 21:04
히스 레저는 지난 1월 만28세의 짧은 생을 마쳤다. 사실 그를 다른 배우에 비해 딱히 좋아했던 것도 아니고 그가 일찌기 눈에 띌 만한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어서 그다지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그런데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의 저 장면에서 히스 레저는 진심으로 밝고 즐거워 보인다. 때문에 그를 추억하는데 있어 저 장면보다 어울리는 장면은 없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연기한 캐릭터가 곧 개봉할 다크 나이트의 조커 역이라는 것은 좀 안타깝다. 조커는 두 말할 필요없이 괴팍하고 어두운 캐릭터니까. 게다가 그가 다크 나이트 촬영을 하면서 조커역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불면증에 시달렸다는 얘기도 있다. 히스 레저의 팬이라면 그의 마지막을 괴팍한 조커 역으로 기억하는 것이 그다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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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사랑의 시제영화 이야기/장면 2008. 11. 20. 14:00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게 다 그래. 그저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네 알아요. 조제가 말했다. ----------------------------------------------- 한없이 달콤하고 뜨겁던 사랑의 경험도 시간이 지나 추억이 되버리면 모두 부질없는 일이 되버리지. 사랑했다. 사랑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중에 하나인 사랑이란 말은 그 시제가 현재형일때만 의미가 있는거야. 그 말이 과거형이 되버리면 그속에서 의미를 찾는 여유를 부리는건 둘째치고 견디기 힘들만큼 아픈 맘앓이를 피할 수 없어. 적어도 그를 사랑했던 시간이 모두 거짓이 아니라면 더이상 그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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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위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영화 이야기/장면 2008. 11. 14. 09:00
再見...警察 재견...경찰 재견 경찰은 우리말로 하면 안녕 경찰. 이런 뜻이라고 하네요. 작별할 때 하는 인사라고 합니다. 양조위의 슬픈 눈빛.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로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받았는데요, 디파티드는 워낙 감정이 극도로 절제된 영화여서인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표정에서는 양조위의 저런 우수어린 눈빛을 찾아볼 수 없었어요. 영웅본색, 지존무상, 열혈남아, 천장지구, 첩혈쌍웅을 눈물 찔끔 흘릴 정도의 가슴 벅찬 감동으로 접했던 저로서는 무간도를 발판 삼아 홍콩 느와르 장르가 다시 한 번 날아오르길 기대했는데.... 별거 없더군요. 아쉽습니다. 양조위의 저런 눈빛을 보려면 또 얼마를 기다려야 된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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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라 (Phaedra, 1962년)영화 이야기/장면 2008. 11. 11. 11:00
Goodbye John Sebastian-Phaedra 페드라 Phaedra (1962년) 감독 : 줄 다생(Jules Dassin) 음악 : 미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주연 : 멜리나 메르쿠리 Melina Mercouri, 안소니 퍼킨스 Anthony Perkins 중딩땐가? 일요일마다 꼬박꼬박 보던 '출발 비디오 여행' 하루는 그 프로그램에서 페드라를 소개했다.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30대의 새엄마와 20대 아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영화였다. 사십년도 더 된 흑백영화를 본다는 것은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와 같은 고전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아직까지 영화를 보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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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보이 - 미도의 개미영화 이야기/장면 2008. 11. 11. 09:00
올드보이 中 Last Walts (미도의 테마) 그 개미요. 아직도 나와요? 요즘도 느껴져요? 그쵸. 고독..하면 무조건 개미죠. 내가 만나 본 진짜 외로운 사람들은 다 잠깐이라도 개미환각 겪었어. 곰곰히 생각해보니깐 개미들은 항상 떼로 댕기잖아요, 그래서 진짜 외로운 사람들은 개미생각 자꾸 하게 되나봐. 물론 난 한번도 느껴본 적 없지만.. ---------------------------------------------- 도서관에 앉아 가만히 책을 보는데 책상위로 작은 개미 한마리가 꼬물거리며 나타났다. 가만히 보니 요즘 집에서 자주 보이는 작고 붉은 개미. 내 가방이나 어디에 붙어 도서관까지 날 따라왔겠지. 환상과는 아무 상관없는 그저 생명력 질긴 한 마리의 개미. 그런데 왜. 미도의 개미가 생각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