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워낭소리' 제작자, '상영중지 할 수도 있다'
    영화 이야기/수다 2009. 2. 3. 22:00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개봉 19일 만에 관객 수 10만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워낭소리'는 지난 1월 15일 7개의 상영관에서 개봉했지만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상영관이 점점 늘어 지금은 전국 47개 상영관에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실로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는데요, 아마 국내 독립 영화 사상 처음 있는 일이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워낭소리'가 이처럼 화제가 되자 주인공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각종 언론의 취재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가 전해져 안타깝습니다. '워낭소리'의 공식블로그에 고영재 프로듀서가 오늘 오후 '언론과 관객들에게 드리는 긴급 호소문'원문링크 이란 제목으로 올린 글에 의하면 그는 어제 이충렬 감독과 둘이 세배도 드릴 겸 경북 봉화의 할아버지 댁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자신들을 보자마자 굉장히 화를 냈다더군요. 그동안 여기저기서 연락도 없이 할아버지를 불쑥 찾아와 허락도 없이 마구 사진을 찍어대곤 했는데 그 사람들이 모두 제작진이 보낸 사람들인 걸로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할머니에게도 하루에 몇 번씩 장난 전화가 오는가 하면 무턱대고 찾아와 취재요청을 해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고 합니다. 

    제작진은 이런 상황에 대해 많은 언론들에게 호소해 일부 언론으로부터는 취재 철회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막무가내로 취재하려는 언론이 많아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무척 괴로워하신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부디 두 분의 조용한 일상을 깨뜨리지 말아달라고 다시 한 번 호소했는데요, 이 글을 남기던 시간(오늘 오후 4시 경)에도 두 분만 계신 곳에 어느 방송국이 갑자기 찾아와 두 분께서 무척 당황해 하신다는 연락을 큰 아드님을 통해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차라리 영화를 내일 당장 상영중지시켰으면 시켰지, 두 분의 일상이 어긋나는 것은 정말 못 보겠습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제작자로서 쉽게 남길 수 있는 말이 아닌데 조용하게 살아온 두 분의 일상이 자신들로 인해 흐트러지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나 봅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워낭소리'의 두 분은 자식들과도 명절에나 한 번 볼 뿐 산골 마을에서 조용히 지내시는 분들입니다. 특히 두 분이 살고 있는 집은 마을과도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 평소에는 두 분 외에 거의 인기척도 없는 곳입니다. 이런 곳에서 살고 계신 분들께 하루에도 몇 번씩 취재차 외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으니 두 분께서 얼마나 불편하실지 쉽게 짐작이 갑니다. 두 분 모두 연로하셔서 건강도 썩 좋은 편이 아닌데 이런 일로 신경 쓰여 행여나 건강이 더 안좋아지시지는 않을지 걱정도 됩니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들의 일상은 다큐멘터리 안에서만 다뤄져야 합니다. 그들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밖에서까지 이용하려는 매스컴과 대중들의 탐욕이 어떤 불행을 가져오는지 우리는 이미 겪어본 적이 있습니다. '맨발의 기봉이'는 방송 출연으로 유명해진 후 후원금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탐욕으로 어머니와 생이별해야 했고, '산골소녀 영자'는 강도에게 아버지가 살해당한 후 출가해 여승이 되었습니다.

    이 두 사례를 두고 극단적인 경우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워낭소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미 연로한 몸에 건강이 좋지 않아 단지 자신들을 취재하기 위한 방문만으로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분들입니다. 부디 두 분이 언론의 그릇된 취재 경쟁에서 벗어나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랍니다.








    p.s. 고영재 프로듀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근황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자신들이 가끔 소식을 전해드리겠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그에 따르면 영화에 나왔던 젊은 소는 이제 할아버지에게 길들여져 늙은 소 대신 할아버지의 농사일을 거들고 있다고 합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 소는 늙은 소에 비해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하더군요. 얼마전엔 송아지를 또 낳았다고 합니다. ^^ 



    젊은 소와 송아지. 이미지 출처 - 워낭소리 공식블로그



    워낭소리 리뷰는 여기 ==> 2009/02/02 - [영화 이야기/감상] - 워낭소리 - 여든 노농과 마흔 노우가 전하는 묵직한 감동


    무개념 취재진들이 소뿔에 받혀버렸음 하는 분들은 아래의 추천을, 구독을 원하는 분은  를 눌러주세요.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