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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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난 고양이나의 이야기/대화 2013. 10. 26. 12:55
어제 동네 치킨집에서 맥주 마시고 나오는데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더군요.쓰레기 분리수거함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제가 나비야~ 하고 부르니까글쎄 얘가 막 야오옹~ 하면서 오는 게 아니겠어요. 헐. 얘 뭐지. 그냥 부르기만 했는데 얘 왜 이래. 참 개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아니 개도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애들은 사람을 경계하지 이렇게 막 따르진 않잖아? 그렇게 오더니 제 다리 사이를 무한대 기호 모양으로 돌며 부비부비.쓰다듬해주니까 제 손에다가도 부비부비 안아 올려도 가만히 있더라고요.재밌는 건 일행이 두 명 더 있었는데 그쪽으론 안 가고 제게만 유난히 부비부비 하더라고요.두 사람은 고양이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데 어떻게 용케 그걸 알기라도 하는지.쟤가 보기엔 제가 가장 만만해서 삥뜯을만 하게 생겼나 봐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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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성 좋은 고양이나의 이야기/대화 2011. 11. 19. 19:59
언젠가 동네 맥주집. 날이 좋아 가게 밖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엔 노랑이 혼자였다. 손님들이 먹을거리를 던져주곤 했나보다. 전혀 경계하는 기색이 없이 저러고 앉아서 나를 바라봤다. 어느새 까만 녀석도 나타났다. 턱시도냥. 세 마리가 됐다. 완전 까망이도 나타났다. 제일 늦게 나타난 이 녀석은 경계심이 많았다. 순순히 먹을 것을 내놓아라. 모두 다섯 마리였던 것 같은데 사진엔 네 마리만 보이네. 덩치가 모두 비슷한 걸 보니 한 어미에게서 태어난 녀석들 같았다.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가끔 가게 안까지 들어오기도 한다고. 겨울 잘 나거라. 봄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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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나의 이야기/대화 2011. 2. 8. 01:23
사람들이 떠난 한겨울의 철거 예정 아파트엔 고양이들만이 살아있다는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하지만 해가 넘어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들의 흔적조차, 육중한 건설 장비와 그것들이 파헤친 붉은 토사에 모두 지워져 버렸다. --- 지난 겨울은 추웠고 지지난 겨울은 눈이 많이 왔었죠. 눈이 많이 내렸던 지지난 겨울 어느 날 철거 예정인 아파트를 지나가는데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을 큰 아파트 단지가 눈이 내리니까 더욱 황량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람 발자국이 하나도 없으니 좀 오싹한 느낌도 들었는데 그 순간 고양이 발자국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여기저기. 어떤 발자국은 눈밭에서 쥐사냥이라도 한 건지 한 줄로 이어지다 중간이 한바탕 어지럽혀 있더군요. 어디선가는 아기 고양이 소리가 들리기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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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싹한 고양이나의 이야기/대화 2010. 4. 17. 00:07
제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위치한 작은 세탁소에 묶어 놓고 기르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아직 다 자라지는 않은 숫놈이었죠. 가끔 그 곳을 지날 때 마다 녀석에게 소세지를 주곤 했습니다. 묶여 지내서인지 고양이의 본분을 망각한 녀석 같았습니다. 강아지처럼 살랑 거렸드랬지요. 묶여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뭔가 짠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겠어요. 백원짜리 소세지를 두 개씩 까주는 것 밖에... 저기로 안 지나다닌 지 거의 1 년이 더 돼서 지금도 잘 자라고 있는지는 모릅니다. 어울리지 않는 작은 집을 뛰쳐나가 골목을 휘어잡는 멋진 길 고양이가 됐기를 바랍니다만... 겨울이라 집에 틀어박혀 낮잠을 즐기는 중. 지나가다 '나비야~'하고 부르면 요래 빼꼼 고개를 내밀고는 이야야옹~ 기지개 한 번 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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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젖 먹이는 강아지나의 이야기/동거견 2009. 8. 15. 12:19
어느 날 저희 어머니 집 마당에 쪼끄만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왔드랩니다. 아마도 길고양이가 낳은 새끼가 어미를 잃고 온 듯. 어머니께선 그 새끼 고양이를 그냥 집에서 기르기로 했는데, 원래 어머니는 시추를 한 마리 기르고 있었습니다. 이름은 깜찍한 딸기지만 생긴 것은 아주 수더분한 암컷 시추예요. 얘가 딸기. 그렇게 딸기와 나비의 동거가 시작됐는데... 글쎄 어느 날 부터인가 나비가 딸기의 젖을 먹드랩니다. 딸기는 가만히 누워서 젖을 대주고, 딸기는 마침 생리가 끝나고 딱 두 달여가 지난 상태라서 젖이 조금씩 나오던 때였거든요. 일종의 상상임신. 나비는 딸기를 제 어미로 생각하고 딸기는 나비를 제 새끼처럼 생각하나봐요. 젖 주는 것 외에도 둘이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어미와 새끼의 모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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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묶인 고양이와의 만남나의 이야기/대화 2008. 11. 11. 14:15
어느 토요일 오후. 길을 가다 작은 세탁소에서 묶어놓고 기르던 고양이를 봤다. 개나 고양이나 묶여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은데, 한편으론 주인없이 떠돌아다니다 차에 치이거나 하는 것 보단 나을까 싶기도 하다. 마치 강아지인양 집 안에서 늦은 오후 햇살을 즐기며 낮잠을 자던 녀석은 내가 '나비야~'하고 부르자 고양이 특유의 어슬렁거리는 몸짓으로 내게 다가왔다. 녀석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숫컷이었다. 아주 어렸을 적 집에서 고양이를 기른 적이 있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시골에서 고양이는 무조건 '나비'로 불리곤 했다. 사뿐사뿐한 발걸음 때문일까? 녀석은 내 바로 앞까지 다가와 나를 빤히 올려다 봤다. 심심했던가 보다. 하긴, 만약 풀어져 있었다면 행동반경이 넓은 특성으로인해 온 동네를 헤짚고 다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