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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리그] 자신을 동네 이장이라 부르는 감독
    나의 이야기/Fever Pitch 2008. 12. 15. 09:30

    

    국대 시절 해맑은 모습


    이장.

    도시에서 자란 젊은 세대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이 말은 행정구역인 '리'의 대표를 일컫는 단어입니다. 보통 이장의 이미지라면 최하위 행정기관의 대표라는 점 답게 권한은 미약하고 궂은 일만 도맡아 하는 것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K리그엔 스스로를 이장이라고 일컫는 감독이 있습니다. 바로 전북의 최강희 감독님이죠.


    최강희 감독님에게는 AFC 챔피언스 리그 우승 이후 팬들로부터 얻은 강희대제라는 화려한 별명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는 봉동 이장이라는 지극히 소탈한 별명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전북 선수단의 숙소와 연습구장이 완주군 봉동읍에 있기 때문입니다.

    최강희 감독님은 전북 감독으로 부임후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구단 측에 끊임없이 싫은 소리를 해왔습니다. K리그에서 유일한 AFC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이지만 클럽 하우스가 없이 선수들이 현대 자동차 사원 숙소에서 지내야 하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감독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요구해온 것이죠. 아마도 이러한 점으로 인해 스스로를 강희대제가 아닌 봉동 이장으로 낮춰 부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최강희 감독님은 성품이 소탈하고 권위 의식이 없기로 유명합니다.

    애초에 최강희 감독님은 선수들 사이에서 덕장형 감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시즌 새롭게 전북의 유니폼을 입은 최태욱 선수가 좀처럼 자리를 못잡고 부진하자 최강희 감독님은 최태욱 선수의 부진을 지적하면서도 그의 능력을 믿는다고 얘기합니다.

    그래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급기야 최강희 감독님은 최태욱 선수에게 직접 장문의 편지를 써서 스스로의 능력을 깨우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합니다. 최강희 감독님의 이러한 꾸준한 믿음과 다독임은 최태욱 선수로 하여금 후반기에 완전히 부활해 전성기때의 움직임을 보여주게 만듭니다. 

    최강희 감독님의 이러한 면은 팬들을 대하는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팬 카페에 직접 글을 남기고 회원들과 소통하는 것은 물론 가끔은 회원들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직접 안부 인사를 남기기도 합니다. 수험생인 회원의 방명록에는 수험준비 잘하라는 격려를 남기기도 했다는군요. 저도 어느 날 갑자기 방명록에 최강희라는 이름이 있길래 누군가 싶어 봤더니 감독님이시더군요. 저 역시 최강희 감독님의 팬 카페 회원이긴 하지만 거의 활동을 안하는 유령회원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감독님의 방문이 무척 놀라웠습니다. 최강희라는 이름을 보고도 감독님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당시의 방명록입니다. 이곳에서도 감독님은 봉동 이장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최강희 감독님이 평소에 팬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편이라고해도 저처럼 지극히 평범한 팬에게까지 밥 사준다고 놀러오라고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만큼 최강희 감독님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분이셨던 것입니다.  

    최강희 감독님의 이러한 인간적인 면모는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시즌 초반의 예상치 못한 부진이 후반기 이후에도 계속되자 전북 팬들의 비난이 최고조에 달했던 적이 있습니다. 홈에서도 통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부진이 이어지자 팬들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감독, 선수 가릴 것 없이 거친 비난을 마구 쏟아냈습니다. 이 때 최강희 감독님이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남깁니다. 팬들을 향한 이 글에서 감독님은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진솔한 말들로 성난 팬들에게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라며 지켜봐 달라고 부탁합니다. 

    놀랍게도 감독님이 글을 남긴 후 팬들의 성난 목소리는 차분히 잦아들었고 전북은 거짓말처럼 연승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전북의 연승 행진은 5연승까지 이어져 전북 구단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이후에는 비록 5연승 후 2패가 있었지만 시즌 최종전까지 다시 3연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6강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고, 리그 3위 성남을 상대로한 6강 플레이오프 원정 경기에서도 2 대 1 승리를 거뒀습니다.  

    아쉽게도 준플레이오프전에서 울산에게 1대 0으로 패했지만 이번 시즌 후반 전북이 보여준 놀라운 행보는 모든 팬들을 감동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동의 한 가운데에는 최강희 감독님이 있었습니다.

    사실 프로 축구팀의 감독이 지녀야할 여러가지 능력 중에서 덕성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인지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어떻게보면 덕성이라는 것은 기본적인 실력 이외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덕목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유능한 축구 감독들 중에는 부진한 선수를 가차없이 내치고, 자신을 비판하는 팬들에게는 독설을 아끼지 않는 괴팍한 이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전북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팀이 위기에 처했을때 최고 지도자인 감독이 보여주는 따뜻한 카리스마는 그 어떤 것보다 팀의 원동력이 되고 의견이 분분한 팬들까지 하나로 묶어버리는 마법과 같은 힘을 지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강희 감독님이 바로 그러한 따뜻한 카리스마를 지닌 감독입니다. 감독님이 지닌 따뜻한 카리스마는 선수들에게는 든든한 덕장형 지도자, 팬들에게는 친근한 이장형 감독님의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내년 시즌에는 최강희 감독님의 이러한 인간적인 면모가 더욱 빛을 발하며 전북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시즌 최종전 승리 직후 홈팬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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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01 - [나의 이야기/Fever Pitch] - 최강희 감독이 셔츠 안에 입은 유니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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