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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형제도의 헛점을 말하다 - 데이비드 게일
    영화 이야기/감상 2008. 12. 5. 16:28






    사형.

    이 영화는 사형제도에 관한 논란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데이비드 게일은 한때 텍사스 오스틴 대학의 유능한 철학 교수이자 열성적인 사형제도 폐지 운동가였지만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사형폐지운동 모임의 동료인 콘스탄스를 강간 살해했다는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사형 집행을 5일 앞둔 사형수입니다. 

    사형제도 폐지론자가 사형수가 되다... 일단 충분히 흥미로운 상황입니다. 게다가 그는 6년간의 수감 기간동안 단 한번의 언론 인터뷰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어 왔는데 집행을 불과 5일 남겨놓고 인터뷰 비용으로 50만달러를 요구하며 인터뷰 의사를 밝힙니다.

    그가 인터뷰어로 지목한 빗시 블룸은 평소에 그가 유죄라고 확신하고 있는 기자입니다. 자신의 무죄를 밝혀달라는 그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런 그녀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 급기야는 데이비드 게일의 편에 서게 될 것이라는 것은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구성이죠.



    한 남자의 삶.
     
    영화는 여자 면회인에게 발가락이 노출되는 신발은 절대 금기시(?)되는 살벌한 분위기의 교도소 면회실에서 빗시 블룸이 데이비드 게일과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데이비드 게일이 빗시 블룸에게 들려주는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형식이죠.

    그렇게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영화를 보는 관객은 영화속의 빗시 블룸과 마찬가지로 데이비드 게일이 얘기하는 것이 과연 모두 사실일지, 그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일단 데이비드 게일의 얘기대로라면 그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고, 자신이 가르치던 대학원생을 강간했다는 혐의도 결국 무혐의로 풀려나긴 했지만 정말 억울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로인해 그는 하루아침에 강단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 평소에 그다지 사이가 좋지 못하던 아내에게 이혼당하고, 사랑하는 어린 아들의 양육권도 빼앗긴 상실감에 알코올 중독까지 걸리는 가엾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일단 사형제도가 전면적인 소재인만큼 정치적이고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들수도 있지만 이 영화의 원제 (The Life Of David Gale) 처럼 위에서 말씀드린 하루아침에 폐인이 되어버린 유능한 교수의 삶을 중심으로 감상해보면 전혀 딱딱하지 않습니다. 데이비드 게일과 콘스탄스 사이에서 친구사이의 따뜻한 신뢰와 그로부터 싹튼 애정이 오고가는 부분은 살포시 애틋하기도 합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경력이 있는 케빈 스페이시의 훌륭한 연기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영화속엔 다소 거칠고 자극적인 정사씬이 한번 등장하는데 케빈 스페이시가 동성애자라고 알려진 사실을 떠올려보면 정말 대단한 연기라고 할 수 있죠. ^^;; 

    콘스탄스 역을 연기한 로라 린니의 연기도 괜찮았습니다. 전면에 부각되지 않으면서도 영화속에 스며들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연 연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더군요. 빗시 블룸을 연기한 케이트 윈슬렛은 조그만 얼굴과 거대한 허벅지의 부조화가 좀 부담스러웠습니다.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대목에서 그녀가 열심히 달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무척 긴장감이 감도는 장면이었지만 그녀의 엄청나게 튼튼해 보이는 허벅지가 바보같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허벅돼지 윈슬렛. -_-; 





    딜레마.

    저는 개인적으로 사형제도의 찬반에 관해서 명확하게 어느 한쪽 입장을 맹렬히 지지하진 않습니다. 제게는 사형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일종의 딜레마로 생각됩니다. 널리 알려진 찬,반 주장 중, 사법 당국의 판단이 완전무결한 절대적 판단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 사람의 생명을 합법적으로 빼앗는 사형이라는 결론을 내리는데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기 때문에 사형제도를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사형제도가 범죄발생에 대해서 억지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들도 믿는 편입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입에 담기조차 꺼려지는 극악무도한 범죄들이 실제로 저질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범죄를 저지른 흉악한 범죄자들을 응징해야할 필요성을 생각해보면 갈등이 생깁니다. 다시말해 유영철처럼 잔인한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반성하는 기색 하나없이 법정에서조차 난동을 부리는 경우를 보면 ‘저런 인간같지도 않은 인간을 살려둘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나름대로 심각한 주제이지만 결국 제 생각은 그 때 그 때 다르다고 할 수 있겠군요. 너무 기회주의적인 것일까요?

    비록 사형제도의 허점에 관해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이 영화를 본 후에도 제 생각은 쉽게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모처럼 어려운 문제에 관해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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