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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으로 발령난 공무원 친구, 결혼은 어떡해?
    남의 이야기/투덜대기 2009. 12. 21. 13:04

    섬으로 발령난 공무원 친구, 결혼 미뤄야 할지 고민

    지방 중소도시의 한 여고에서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가 울상이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1월 1일자로 섬 지역으로 발령이 났다고 하더군요. 하루에 배가 두 번 다니는 작은 섬이라고 합니다. 최소 1년 이상 섬에서 근무하게 된 친구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내년에 할 생각이었던 결혼을 미뤄야만 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는 얼마 전 난생 처음으로 여자 친구를 사귀면서 바쁜 와중에도 거의 매일 데이트를 하며 연애의 단꿈에 젖어 있었죠. 결혼 적령기 남녀(두 명 모두 서른 이쪽저쪽입니다.)의 연애가 으레 그렇듯이 친구와 친구의 여자친구 모두 될 수 있으면 이른 시일안에 결혼을 하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친구가 갑자기 섬으로 발령나자 그 얘기를 들은 여자친구가 처음으로 한 말은 "그럼 내년에 결혼 못하겠네?"였다는군요. 지금까지는 거의 매일 만나서 서로의 사랑을 키워왔고 결혼 계획까지 세웠는데 친구의 갑작스러운 섬지역 발령으로 데이트도 주말에나 하고, 결혼 계획까지 미뤄야 할 형편이 된 것이죠. 

    사실 가기 열흘 전에 갑자기 통보된 발령이지만 친구는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지역의 특성상 미혼 남성 공무원은 언젠가 한 번은 섬에서 근무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제게도 그런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죠. 하지만 그때는 여자친구도 없었고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기 때문에 섬에서 근무해야한다는 사실 자체를 덤덤히 받아들이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섬으로 들어가면 행여나 여자친구와 멀어지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입니다. 저는 친구에게 섬으로 발령났다고 해서 결혼을 아예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니까 일단 여자친구를 잘 달래주라고 얘기했습니다. 매일 만나다가 주말에만 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다른 많은 커플들도 그렇게 잘 지내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말라는 얘기도 했죠.

    미혼 남성 공무원에게 도서지역 근무 떠넘겨

    그런데 친구의 얘기를 듣다보니 교육행정당국의 정책에 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섬 지역에 학생이 있다면 학교를 운영해야하고 누군가는 그곳에서 근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교사나 일반직 공무원 중 자택에서의 출퇴근이 불가능한 섬 지역 근무를 반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렇기에 행정당국에서는 섬 지역 근무자에 대해 격오지 점수라는 일종의 보상책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격오지 점수라는 것이 교사들에게만 적용되고 일반 교육행정직 공무원들에게는 해당이 안된다고 하더군요. 때문에 교사들 중에는 승진에 도움이 되는 격오지 점수를 얻기 위해 섬 지역 근무를 희망하는 교사들도 있지만 일반직의 경우는 거의 전부 행정당국의 명령으로 아무런 보상책도 없이 섬지역 근무를 하게 된다고 하네요. 이렇게 일반직 공무원 중에 섬 지역 근무 희망자가 나올 수 없는 구조이다보니 행정당국은 미혼 남성 공무원들에게 섬 지역 근무를 떠넘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행정당국에서는 전체적으로 볼 때 섬 지역 근무자의 숫자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를 행정편의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육행정당국의 이런 정책은 최근 우리사회의 심각한 만혼, 저출산 현상과 생각해보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제 친구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당장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가 최소 1년 이상 섬 지역에 근무를 하게 됨으로써 그만큼 결혼 시기를 늦춰야만 하는 직접적인 문제도 있고, 여자 친구가 없는 미혼 남성 공무원들에게는 그만큼 연애의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는 문제도 있죠. 교사들에게 제공하는 격오지 점수와 같은 보상책을 일반 교육행정직 직원들에게도 제공해 자발적인 근무 희망자를 모집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로 보입니다만 아무런 보상책 없이 미혼 남성 공무원들에게만 섬 지역 근무를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처사가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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