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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애미 바이스(Miami Vice, 2006)
    영화 이야기/감상 2009. 8. 14. 07:22



    마이애미 바이스
    감독 마이클 만 (2006 / 독일, 미국)
    출연 콜린 패럴, 제이미 폭스, 공리, 나오미 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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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만 감독의 신작입니다. 그의 영화는 보는 사람의 취향을 무척 많이 타는 편입니다. 그의 영화를 보고 단연 최고!를 외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지루해 죽겠다며 쒯!을 외치는 사람들도 적지않죠. 이번 영화에 대한 반응도 거의 그런 식이더군요. 사실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와 스타일리시한 화면으로 가득찬 영화인데도 지루해 죽겠다는 관객들이 적지 않은데에는 이 영화의 홍보 문구도 한 몫 한 것 같습니다.

    바로 '올 여름 마지막 블럭버스터'라는 문구인데요. 제작비가 1억3천만 달러가 넘게 들었다니 블럭버스터라는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홍보 문구에 저런 말이 들어가면 보통 관객들은 거의 대부분 시도때도 없이 터지는 화려한 액션에 적당히 웃겨주고 감동도 주고 그런 오락성이 극대화된 영화를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마이클 만의 영화가 관객들의 그런 기대를 모두 채워주는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루해 죽겠다며 악평을 해대는 관객들이 적지 않은 것이겠죠. 물론 제게는 올 해 본 영화 중 가장 기대했고,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 중 한편이었습니다.

    <마이애미 바이스>의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마이애미 경찰청 소속의 두 형사 소니(콜린 패럴)와 리코(제이미 폭스)가 거대한 마약 조직에 위장 잠입해 그들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겪는 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전체적인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그들이 영화속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마이클 만의 영화가 늘 그렇듯이 리얼리티가 극대화된 연출로 결코 단순하지 않게 그려집니다.

    사실성이 극대화된 스타일의 연출은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소니와 리코가 범죄 조직과 접촉하는 과정이나, FBI와 경찰 내부의 정보를 다루는 모습등이 매우 사실적인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실적인 묘사는 어떤 관객들에게는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가 취향을 많이 타는 이유도 바로 그 부분에서 찾을 수 있겠죠. 저와 같이 마이클 만의 팬을 자처하는 관객이라면 그런 사실적인 묘사에서 오는 긴장감을 즐기며 한 장면도 놓치기 아까워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들에겐 그저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지루하기만 할 겁니다.

    그런 면에서 얼핏 무미건조해 보이는 스타일이지만 <마이애미 바이스>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멋진 화면들로 가득합니다. 마이클 만은 거친 남성들의 세계와 거대도시의 쓸쓸한 풍경을 무척 잘 표현해냅니다. <히트>와 <콜래트럴>에서 LA의 건조한 밤거리에 거친 남성들의 고독을 쓸쓸하게 담아낸 것 처럼 <마이애미 바이스>도 배경이 마이애미로 바뀌었을뿐 그 스타일은 비슷합니다.

    멋진 수트를 차려입은 배우들 뒤로 보이는 검은 하늘에 쉴새 없이 내리치는 벼락과 천둥소리는 마이클 만이 이 영화에서 마이애미의 풍경을 담아내기 위해 즐겨사용한 방식입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거대도시의 쓸쓸한 야경이라는 점에선 이전의 영화들에서 보여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LA의 건조함과 달리 마이애미와 아바나, 콜롬비아 등지의 끈적끈적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게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영화 전체에 흐르는 감각적인 음악들만으로도 <마이애미 바이스>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마이애미 바이스>는 마이클 만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겨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세밀한 묘사와 쌔끈한 화면들은 그대로지만 <마이애미 바이스>의 캐릭터들은 전작에 비해 비교적 평면적인 편입니다. 리코와 소니가 범죄 조직에 위장 잠입해 활동하며 보여주는 모습들은 같은 장르 영화의 클리셰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정해진 수순만을 따라갑니다.

    소니가 조직의 여인과 사랑에 빠져 보여주는 모습도 그동안 평범한 영화들을 통해 익히 봐왔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습니다. 비록 끝까지 마이클 만이 그동안 보여줬던 절제된 감정선 이상을 넘지는 않지만 그가 자신의 전편에서 보여준 빈센트 한나, 닐 맥컬리와 킬러 빈센트처럼 복합적이면서 남성적 매력이 살아있는 캐릭터들에 비하면 상당히 밋밋한 편입니다. 콜린 파렐은 터프한 소니의 캐릭터를 위해 목소리에 잔뜩 힘을 주고 열연하지만 캐릭터 자체가 비교적 평면적인 모습만 보여주는 탓에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았습니다.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리코의 캐릭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동료이자 연인인 트루디와 달리 목숨까지 내던져야 하는 자신의 직업에 약간의 회의를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의 캐릭터도 영화속에서 깊이있는 갈등이나 고민을 보여주는 것 없이 스치듯이 지나가 버리고 맙니다. 심지어 그가 적에게 복수를 하는 대목에서조차 전혀 복수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밋밋하게 그려집니다. <히트>에서 닐 맥컬리가 마지막 호텔씬에서 보여준 모습과 무척 대조적이더군요. 영화속의 비중도 소니에 비해 좀 떨어지는 편이었습니다.

    마이클 만의 팬들에게도 <마이애미 바이스>는 전작에 약간 못미치는 작품이라는 다소 인색한 평가를 받는 편인데, 위에서 얘기한 특색있는 캐릭터의 부재가 그런 평가를 내리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밖에 아쉬웠던 점을 더 꼽자면 전작에 비해 인상적인 대사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히트>의 빈센트 한나와 닐 맥컬리, <콜래트럴>의 빈센트와 맥스가 들려주는 멋진 대사들은 영화속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게 했는데, <마이애미 바이스>의 캐릭터들이 들려주는 대사들은 그런 인상적인 면을 찾기가 힘들더군요.

    만약 <마이애미 바이스>의 캐릭터들이 좀 더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마이클 만의 팬들이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은 더욱 커졌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번 영화는 그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담백한 가운데 짜릿함을 선사하는 특유의 캐릭터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가 매번 보여주는 남성들 사이에 오가는 뜨거운 무언가는 여전히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언제나 감정의 절제를 중시하는 그의 스타일에 따라 자주 보여주진 않지만 리코와 소니 사이의 우정과 신뢰, 그들의 상사인 마틴 반장이 부하들을 지키기 위해 보여주는 노력등은 가볍지 않은 여운을 남기며 다시한번 마이클 만에게 찬사를 보내게 만듭니다. 이 점은 <마이애미 바이스>를 마이클 만의 팬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고, 앞으로 그의 뜨거운 영화세계를 느끼고 싶은 관객이라면 절대 놓쳐선 안될 작품으로 규정짓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수다

    1. 소니와 리코가 주로 위장 잠입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경찰들이라 그들이 몰고다니는 차량들도 무척 화려합니다. 초반에 페라리를 몰고 마이애미의 밤거리를 질주하는 장면은 남자라면(?)누구나 가슴 설레일만한 장면이 아닐까 싶더군요. ㅠㅠ 후반엔 BMW M6도 잠깐 탑니다.

    2. 마이클 만의 영화는 늘 그렇지만 이번 영화도 총기 액션 장면에서 최고의 사실적인 연출을 보여줍니다. 특히 군대 경험이 있는 남자 관객이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실제에 가장 가까운 총소리는 마이클 만이 얼마나 사실적인 연출에 집착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제 그의 영화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건 쓸데없는 잔소리가 돼버렸죠.




    3. 이번 영화의 빛나는 조연들입니다. 리코의 연인인 트루디역의 나오미 해리스는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 편에서 잭의 친구인 주술사로 나왔던 배우입니다. 같은 경찰 동료로 등장하는 엘리자베스 로드리게즈는 남자 배우들 못지않은 터프한 액션을 보여주더군요. 여자 배우로서 마이클 만 감독이 요구하는 총기 액션을 제대로 소화해내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니었을텐데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공리는 이제 헐리웃에서도 완전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녀를 보니 김윤진이 떠오르더군요. 김윤진이 헐리웃의 메이저 작품에서 비중있는 역할로 등장하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부하 직원들을 확실하게 챙겨주는 상사로 등장한 배리 샤바카 헨리는 <콜래트럴>에서 인상 좋은 재즈클럽 사장으로 출연했던 배우입니다. <알리> 이후 마이클 만이 연출하는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군요.

    4. 가장 실제 총소리와 가깝게 들리도록 하기위해 사운드 작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것과 함께 영화 전반에 흐르는 다양한 장르의 멋진 음악들은 마이클 만의 영화를 반드시 사운드가 좋은 극장에서 봐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게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헌데 취향을 많이 타는 영화여서 그다지 입소문이 좋지않은 탓인지 금요일 저녁 <마이애미 바이스>가 상영하는 영화관 안은 무척 썰렁하더군요. 만약 밑도끝도없이 때리고 부수는 흔한 액션영화에 식상을 느끼시는 분이거나 다양한 음악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지루하다는 평에 신경쓰지 말고 영화관을 찾아보세요. 영화속에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음악들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건지실 겁니다. 단, 보실거면 다음 주 안으로 가셔야 될 것 같네요. 우리 관객들의 장르 편식현상이 너무 심한 탓에 개봉 첫주말을 맞으면서부터 좌석수가 적은 상영관으로 옮기거나 상영횟수가 줄어드는 경우까지 생기더군요.

    5. 후반에 등장하는 이 장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콜래트럴>의 최고의 장면으로 꼽히는 코요테씬과 무척 흡사합니다. 앞서 위장 잠입 수사를 하는 경찰로서 소니와 리코가 느낄만한 갈등이 표면에 드러나지 않아 밋밋하다는 느낌을 얘기했는데요, 이 장면에서만큼은 다릅니다. 어떤 대사도, 연기도 없이 그저 분위기만으로 둘의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해내고 있는 이 장면에선 말 그대로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탄성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콜래트럴>의 코요테씬에선 Audio Slave의 <Shadow On The Sun>이, 이 장면에선 Moby의 <Anthem>이 흘러나오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없고의 차이가 마이클 만의 영화에 대해 찬사와 혹평을 하는 차이를 만드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코 겉멋만 부리는 스타일이 아닌 거친 남성의 내면에 담긴 쓸쓸함과 고독을 분위기만으로 완벽하게 표현해내는 능력. 제가 마이클 만의 팬을 자처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2006.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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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썼던 포스트인데 <퍼블릭 에너미> 리뷰에 덧붙이기 위해 가져왔습니다.
    몇 년 만에 다시 읽어보니까 저 완전 만사마 빠돌이 같네요. ㅋ

    마이클 만 감독을 좋아하신다면 콜래트럴 리뷰도 읽어보세요~ ^^

    ===> 2008/11/15 - [영화 이야기/감상] - 콜래트럴 (Collateral,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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