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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래트럴 (Collateral, 2004)
    영화 이야기/감상 2008. 11. 15. 01:05




    마이클 만 감독을 좋아하게 된 것은 고딩때 봤던 <히트> 때문입니다. 당시 국내 수입사(삼성 영상사업단이었던 것으로 기억. 지금은 CJ겠죠?)의 농간으로 한 시간 가량이 무참히 잘려나간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는 걸 나중에 알고 수입사 놈들 나쁜 놈들이라고 마구 투덜거렸드랬습니다. 

    우습게도 잘리지 않은 완전한 히트를 볼 수 있었던 것은 몇 년 후 공중파 방송인 MBC에서였습니다. 보통 공중파 방송에서 영화를 보여줄 때는 여러 장면을 편집한 채로 방송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영화관에서 잘린 영화가 상영되고 TV에선 완전한 버전이 방영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었죠. 요즘은 그런 이유로 영화가 잘려서 개봉할리도 없고 혹 제작사 측에서 일부 장면을 편집해 개봉한다해도 얼마 후면 감독판이니 무삭제 판이니 해서 DVD로 출시되지만 그 때는 어디 그런게 있었나요? 관객으로선 그저 아쉬워 할 수 밖에요. 어쨌든 남자들의 짠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가득한 히트는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한편입니다.

    LA의 야경

    마이클 만 감독은 콜래트럴에서도 두 남자의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배경은 LA의 밤거리 구석구석. 우디 알렌이 뉴욕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이 아저씨는 LA를 좋아하는게 분명해보입니다. 애정이 없으면 도시의 구석구석을 이렇게 멋드러지게 담아낼 수가 없겠죠. 

    콜래트럴은 마이클 만 감독의 95년작 히트와 여러면에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배경이 LA이고, LAX와 코리아타운이 영화상에서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는 점. 영화는 LA 공항에 도착한 톰 크루즈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하고, (도입부에서 제이슨 스태덤이 '트랜스포터'로 까메오 출연) 공항 근처라는 것을 일부러 말하기라도 하려는 듯 배우들의 연기가 펼쳐지는 화면 한쪽에 비행기가 낮게 날아가는 모습이 여러번 보입니다. 

    또한 상반된 입장에 있는 두 남자의 대립이 긴장감 있게 그려진다는 점도 비슷하다고 느껴진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재즈클럽에서 톰 크루즈가 클럽 사장과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조금 오바하자면 <히트>에서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대화를 나누던 모습과 매우 비슷합니다.

    트랜스포터!



    코리아타운의 한글 간판


    톰 크루즈는 이 영화에서 매우 강렬한 인상의 액션연기를 보여줍니다. 액션 장면이 그다지 많이 등장하진 않지만 개인적으론 톰 크루즈의 액션 연기중에서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톰 크루즈가 잠깐잠깐 보여주는 몸동작은 무척 우아하기 그지없죠. 두 명의 양아치를 순식간에 제압하는 장면이나 한인타운의 클럽에서 벌어지는 액션신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총격 액션이 어떤 것인지 뽐내고 있는 듯 합니다.

    톰이 연기한 빈센트라는 캐릭터는 하룻밤 사이에 5명을 처리하는 냉혈한 킬러이지만 관객 입장에선 그가 악역이라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합니다. 왜냐면 빈센트는 스타일부터가 매력적인데다 말까지 너무 잘하기 때문이죠. 비록 자기변명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빈센트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뚜렷한 확신을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어떻게 자기에게 잘못한 것도 없고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을 죽일 수 있냐고 따지는 맥스에게 빈센트는 이렇게 반문합니다. 

    '그럼 아는 사람만 죽여야 돼?'

    이밖에도 빈센트와 맥스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유심히 보면 꽤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음악들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입니다. 맥스가 여검사 애니를 태우고 LA 시내를 가로 지르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Groove Armada의 'Hands Of Time'과 코요테가 맥스의 택시 앞을 어슬렁 거리며 지나가는 장면에서 흐르는 Audio Slave의 'Shadow On The Sun'은 적막한 도시의 이미지와 어울려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코요테 장면은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마치 거대한 도시의 밤을 가로지르는 코요테에 자신의 처지를 온전히 이입시킨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빈센트-톰 크루즈의 표정은 압권이었습니다. 한편 재즈클럽 장면에서 등장하는 Miles Davis의 곡, 한인 클럽 장면에서 등장하는 한국어 리믹스 버전 'Ready Steady Go', 멕시칸 클럽 장면에서 등장하는 The Green Car Motel의 'Destino De Abril'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음악이 귀에 착착 감깁니다.

    제이미 폭스의 연기는 미국 현지에서 톰 크루즈의 연기가 빛을 못봤을 정도로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데, 제가 원어민이 아닌 이상 그의 대사를 그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제대로 평가 할 수는 없지만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때의 그의 표정을 보면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는 말이 실감나더군요.

    전체적으로 돌아보자면 콜래트럴은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속에 간간히 유머도 느낄 수 있는 멋진 영화입니다. 톰 크루즈의 끝내주게 멋진 모습까지 더해졌으니 그야말로 쿨~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인 클럽에서 등장하는 'Ready Steady Go'의 우리말 가사 '준비 좀 하고' 와 한인 갱단 두목의 우리말 욕설이 영화관에서는 다 지워진 채로 개봉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최근에 본 스트리트 킹에서 우리말 욕설이 그대로 나왔던 것을 떠올려보니 왜 그랬을까 다시금 궁금해지네요. 대신 스트리트 킹에서는 대사로 'Korean'이 여러번 등장하지만 자막으로는 단 한번도 '한국'이란 단어가 안나오더군요. 생각해보니 재밌네요.



    Audio Slave - Shadow On The Sun



     
    Paul Oakenfold - Ready Stedy Go (Korean mix)


     

    The Green Car Motel - Destino de Ab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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