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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뮌헨, 정당한 복수는 가능한가?
    영화 이야기/감상 2009. 7. 22. 00:09



    뮌헨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2005 / 미국)
    출연 에릭 바나, 다니엘 크레이그, 시아란 힌즈, 마티유 카소비츠
    상세보기


    본문에 영화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균형.
     


    <뮌헨>은 포스터에서 느낄 수 있듯이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에 복수하는 임무를 맡은 이스라엘 비밀요원의 고뇌가 담겨있는 영화입니다. 스필버그 감독은 실제 사건에 대해 나름대로 균형잡힌 시각의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그는 주인공인 에릭 바나의 입을 통해 팔레스타인 테러단체에 대한 복수가 과연 정당성을 띌 수 있는것인지 되묻고, 양측의 서로 끊이지 않는 복수극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줍니다. 스필버그의 이러한 균형적인 태도는 그들의 분쟁이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가 유대인이란 사실을 떠올려보면 그의 태도가 단순히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등지기 위해 손쉽게 선택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때문인지 이스라엘 쪽에서는 이 영화에 대해 스필버그가 유대인을 배신했다느니 하는 말로 혹평한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2시간 40분이 넘는 긴 상영시간 동안 스필버그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의 이스라엘 선수단에 대한 테러와 이스라엘 비밀요원들의 응징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 이스라엘 측의 복수도 잔인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돼 무엇이 테러고 무엇이 정당한 응징인지 보는 이로 하여금 의문을 갖게 하는 의도가 엿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 가운데 극적인 연출이 더해져 긴장감을 더욱 배가시키더군요. 스필버그 스타일의 유머를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정보원이 마련해준 은신처에서 주인공 일당이 PLO 요원들과 맞닥뜨려 서로 총을 겨누게 되는 장면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의 한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이 장면은 라디오 채널을 놓고 PLO요원과 차세대 007인 다니엘 크레이그가 은근히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으로 이어지는데요, <뮌헨>에서 유일하게 긴장감이 가득하면서도 유머가 담긴 장면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근데 많은 분들이 그 두 일당이 맞닥뜨린 대목에 대해 잘모르고 아리송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Home is everything.

    일종의 브로커 역할을 하는 루이로부터 아테네의 새로운 은신처를 소개받은 주인공 일당은 첫 날 밤에 어이없게도 자신들의 적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요원들과 맞닥뜨립니다. 그들도 루이로부터 그 은신처를 소개받았다고 얘기한걸 보면 루이가 일을 처리하는 와중에 실수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서로 총을 빼들고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한 순간에도 주인공 일당은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PLO 요원들이 자신들이 PLO라고 소리 칠 때 주인공 일당은 자신들을 스페인의 바스크 분리주의자인 ETA와 독일 적군파 등 좌익 테러리스트들로 위장합니다. 덕분에 두 일당은 총을 거두고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되는데 말 그대로 적과의 동침인 셈입니다.

    애브너(에릭 바나)는 그날 밤 PLO 요원인 알리와 정체를 숨긴 채 대화를 나눕니다. 스필버그는 그들의 대화를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투쟁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 넌지시 얘기합니다.

    알리는 자신을 적군파 테러리스트라고 소개한 에브너에게 비장한 표정으로

    너희 유럽 극좌 테러리스트들은 돌아갈 집이 있지만 우리는 돌아갈 집도 없다. 너희는 우리가 얼마나 절박한 투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투쟁할 것이다. 우리가 너희와 손잡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너희의 공산 혁명에는 관심이없다. 우리는 오직 우리의 조국을 원할 뿐이다. 집은 모든 것이다.

    이렇게 말합니다.


    에브너는 알리의 그런 얘기를 듣고 이렇다할 반박을 하지 못합니다. 다음 날 임무수행 현장에서 알리와 다시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번엔 진짜 적으로 서로 총을 겨누게 됩니다. 그 이후부터 에브너는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에브너가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동료들도 갈등을 겪게 됩니다.

    과연 자신들의 복수가 정당한 것인지, 자신들이 제거해야할 목표들이 진짜로 테러에 연류된 인물들인지를 놓고 동료들 사이에 다툼도 일어나죠. 자신들의 적인 PLO요원들과 하룻밤을 보내면서 그들도 결국 자신들이 조국을 위해 임무를 맡은 것과 다를게 없는 사람들이란것을 깨닫게 됐다는 의미일까요? 또는 자신들의 조국의 평화라는 대의를 위해 하는 행동도 결국은 또 다른 테러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일까요?




    70'


    <뮌헨>은 배경이 된 70년대 초반의 유럽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거리의 모습과 배우들의 옷차림등이 특유의 빛바랜 듯한 화면의 색감과 어울려 마치 그 시간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더군요. 이렇게 시대배경에 따라 빛바랜 화면을 보여주는 것을 처음 본것도 역시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였던 것 같습니다. 의도적으로 거친 색감을 내도록 하여 마치 40년대 다큐멘터리 필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마찬가지로 <뮌헨>도 70년대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재밌었던 것은 배우들의 옷차림이 전혀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겁니다. 요즘은 워낙 복고풍 스타일이 흔해서 70년대 초반의 배우들 스타일이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지더군요. 이런 모습은 <뮌헨>에서 느낄 수 있는 또다른 재미였습니다.  그다지 많은 음악이 나오진 않지만 빌 위더스나 에디뜨 삐아프의 곡이 흘러 나올 때도 그 시절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뮌헨>이 누구에게나 재밌을 영화는 아닙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매우 사실적인 묘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돋보이긴 하지만 뮌헨 올림픽 테러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에 대해서 가볍지 않은 얘기들을 풀어놓고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제 옆에서 보던 여성 두 분은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더군요.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와 영화 속에 담긴 정치적 메세지들이 보통 영화 팬의 눈엔 좀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어디선가보니 스필버그가 뮌헨은 부시 행정부에 던지는 일침이라는 식의 얘기를 했더군요. 911 테러 이후 미국의 행보가 뮌헨 테러 이후 끊임없는 보복을 일삼았던 이스라엘과 닮아있는 현실이 뮌헨을 단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뿐만이 아니라 미국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 영화로 만들고 있다는 얘기인가 봅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장면에 뉴욕시의 옛풍경이 화면에 등장하면서 지금은 사라져버린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화면에 비춰지는 모습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에브너는 그 장면에서 정보부 상관과 의견 대립을 보입니다. 자신이 행했던 복수가 정당성을 지닐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과 그러한 복수가 언제까지 지속되야 하냐는 질문에 정보부의 상관은 '손톱은 자랄때마다 잘라줘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이어서 에브너에게 다시 어머니와 아버지가 계신 조국 이스라엘로 돌아와 함께 일하자고 합니다. 에브너는 그런 상관의 제안을 거절하고 함께 저녁이나 먹자고 하지만 그 역시 에브너의 제안을 한마디로 거절하고 뒤돌아섭니다. 그런 상관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분쟁을 나타내는 듯 했습니다.


    팔레스타인
     


    TV 시사 프로그램에서 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은 어느날 갑자기 늘 다니던 길에 장벽이 생겨 먼길을 돌아가야 되고, 가족끼리도 마음대로 만나지 못하는 참혹한 삶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측에서 무장 세력을 소탕한다는 빌미로 한 밤중에 마을을 헬기로 공격하는 일도 비일비재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평생을 바쳐 마련한 소중한 집을 하루 아침에 잃기도 합니다.

    그런 삶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순교의 빌미를 제공합니다. 언젠가 20대 팔레스타인 여성 법대생의 자살폭탄 테러를 뉴스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평범한 법대생이었던 그녀는 자신의 오빠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숨지자 복수를 결심했습니다. 그녀의 공격으로 수십명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측은 또다른 보복을 감행했습니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끝없는 복수 가운데 무엇이 테러고 무엇이 정당성을 띈 복수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뮌헨>도 그러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수다.

    1. <뮌헨>이 15세 등급을 받고 상영중인 사실이 영화를 보고나니 새삼 의아하게 느껴지더군요. 사방으로 피가 튀는 잔인한 장면과 함께 만삭인 아내와의 정사신, 남녀 배우의 헤어누드까지 등장하는 영화가 15세 등급이라니 우리나라의 영화 심의기준이 언제부터 이렇게 널널해진건지 궁금해집니다. 찾아보니 미국에선 R등급을 받았더군요. R등급이면 17세 미만은 부모 동반시 관람가능 등급이랍니다. 아무런 화면 처리 없이 미국보다 더 낮은 등급으로 상영되고 있다니 뜻밖입니다.

    2. 차기 제임스 본드인 다니엘 크레이그가 본격적으로 007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비밀요원 역할로 등장하길래 눈여겨 봤습니다. 영화속에서 가장 터프한 요원으로 등장하는데 그다지 뚜렷하게 기억에 남을만한 모습은 없었던 것 같아서 좀 아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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