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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자 - 욕심많은 신파는 괴롭다
    영화 이야기/감상 2009. 9. 14. 18:35


    애자
    감독 정기훈 (2009 / 한국)
    출연 최강희, 김영애, 배수빈, 최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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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자(최강희)는 고등학생 시절 성적이 전교 7등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지만 출석일수가 모자라서 대학 진학을 못할 수도 있는 왈가닥 일진이었습니다. 하지만 글 쓰는 능력만큼은 뛰어나서 백일장 대회에 나가 상도 받고 대학도 특기자 전형으로 들어갑니다. 당연히 애자의 꿈은 작가. 하지만 스물 아홉의 애자는 '소설 써서 빤스 한 장 사본 적이 없는' 그저그런 작가 지망생일 뿐입니다.

    애자의 엄마 영희(김영애)는 홀로 두 아이를 키운 수의사입니다. 수의사 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엄마는 유기견을 안락사 시키는 문제와 관련해 협회와 갈등을 겪습니다. 조류독감이 의심되는 양계장에 마스크도 없이 들어가 맨손으로 죽은 닭을 들고나올 정도로 화통한 성격이죠. 그 엄마에 그 딸인 셈입니다. 




    <애자>는 예고편만 봐도 '좀 웃기다가 울리는 신파겠구나'임을 알 수 있는 영화입니다. 아마 이 영화를 선택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렇게 웃기다가 울리는 한국형 신파 영화를 기대했을 겁니다. 실제로 영화는 애자의 고등학생 시절을 보여주는 도입부에서부터 만화적인 상황을 동원해 꽤 많이 웃깁니다. 애자가 엄마와 티격태격 하는 장면도 유쾌하지요. 그런데 엄마의 병이 재발된 이후로 영화는 유쾌함과 신파 사이에서 균형을 못잡고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느낌입니다. 한 번 웃겼다가 한 번 심각한 일이 터지고, 그런 상황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반복되다 보니 어느 장단에 가락을 맞추어야 할지 감을 못잡겠더군요. 

    시나리오 상에 엄마와 딸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애자가 작가로서 겪는 일이나, 비록 바람기가 있지만 애자를 꽤 많이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남자친구의 맥락없이 튀어나온 바람기 발동 드립, 엄마가 수의사 협회 부회장으로서 유기견 안락사에 관해 취하는 태도(이 문제는 엄마의 마지막 선택과도 관련지어서 생각할 수 있는데 영화가 그 장면들을 드러냄으로써 무얼 말하려 하는 것인지는 도무지 모르겠더군요.), 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엄마의 과거, 교통사고, 엄마와 동팔이 의사와의 관계 등, 과감히 쳐냈어도 됐을 불필요한 설정들이 거슬려서 대놓고 질질 짜라고 보여주는 장면에서조차 신파에 집중되지가 않더군요.



    이것저것 욕심을 부리다가 어정쩡한 영화가 되버린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균형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내용전개로 인해 <TV동물농장>만 봐도 훌쩍거리곤 하는 눈물 많은 남자인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는 계속 덤덤했습니다. 저보다 눈물 많은 여자사람 콩심이도 그랬다고 하더군요. 차라리 좀 더 담백하게 가거나 아니면 곁가지들을 들어내고  엄마와 딸의 관계에 집중하며 확실하게 신파로 갔으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영화관 여기저기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합니다.

    그나마 배우들을 지켜보는 재미는 좋습니다. 최강희는 실제 알려진 본인의 4차원 이미지를 그대로 연기하고 있고, 김영애는 참 곱습니다. 최강희는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보다 훨씬 매력적입니다. 나이 서른 셋에 여고생 연기 싱크로율 100%를 보여주더군요. 최일화, 장영남, 성병숙 등 연기 잘하는 조연 배우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수다.


    1. 개성적인 외모로만 보자면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김인서. 제주 출신의 늘씬한 이 여배우는 데뷔 이후 줄곧 마이너에 머물고 있습니다. 케이블 채널에서 주로 활동해왔고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죠. 한번 보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개성적인 여배우인데 왜 이렇게 인지도를 높히지 못하고 있는지 안타깝습니다. 소속사가 힘이 없어서일까요? 고두심이 좀 끌어줘도 될텐데... 쿨럭. 애자와 친구들이 담배 피우는 장면에서 난간에 기대 손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지는 김인서의 모습은 잠깐 등장하지만 무척 매력적입니다. 앞으로 자주 볼 수 있기를...


    피팅 모델 시절의 김인서. 몇 년전 이 사진들이 처음 인터넷에 돌아다녔을 때 "대체 저 섹시발랄한 처자가 누구냐!?"라는 얘기가 참 많았었죠.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2.
    영화에서 여러번 등장하는 절은 부안 내소사더군요. 얼마 전에 다녀온 적이 있어서 대웅보전의 꽃살문을 보고 한 눈에 알아봤습니다. 현존하는 꽃살문 중에 가장 오래됐고, 미적 가치가 높은 것이라고 합니다. 모르고 보면 그냥 평범한 절간 문처럼 보이죠. 제가 그랬었거든요. 알고서 영화 속에 나오는 것을 보니 다르게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부안 내소사의 스님들이 부산 사투리를 씁니다. 처음엔 굳이 내소사의 스님들까지 부산 사투리를 쓰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뒷 부분에 엄마가 어린 시절 20년을 살았던 곳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는 이해됐습니다.


    내소사 다녀온 이야기를 보시려면 ==> 부안 내소사에서 만난 동자승

    3. 부산 분들 중 영화 속에 등장하는 부산 사투리가 어색하시다는 분들이 꽤 있더군요. 김영애는 원래 부산 출신이고, 최강희는 개그우먼 김숙에게 사투리 지도를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기훈 감독은 전라도 출신이어서 촬영 현장에서 사투리 연기에 대해 거의 관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저야 TV에서만 부산 사투리를 접해왔기 때문에 그런 점은 전혀 알 수 없었고 한 번씩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못알아듣는 경우는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면 굳이 배경을 부산으로 하지 않았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정기훈 감독이 직접 쓴 <애자>의 시나리오가 부산 영상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이더군요.  


    4. 김영애와 최강희는 많이 닮았더군요. 영화 속에서 봐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래와 같이 젊은 시절의 김영애와 비교한 이미지를 보면 영락없이 모녀지간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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