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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7 퀀텀 오브 솔러스 - 새로운 본드, 제임스 본드
    영화 이야기/감상 2008. 11. 6. 17:06


    퀀텀 오브 솔러스는 007 시리즈의 22번째 작품입니다. 단일 시리즈로 이렇게 오래 이어진 경우가 또 있던가요? 최근들어 헐리우드에서는 시리즈 영화를 연달아 제작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만 007 시리즈는 긴 역사로 보자면 단연 독보적인 작품입니다.

    그에 따라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 역할도 초대 숀 코넬리로부터 다니엘 크레이그까지 벌써 6대 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007 시리즈 첫 작품이 나온 것이 1962년이니 007의 긴 역사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처음 다니엘 크레이그가 6대 제임스 본드로 결정됐을때 007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그의 이미지가 기존의 제임스 본드와 다르다는 것 외에 그가 007의 첫번째 시리즈가 나온 이후에 태어났다는 점도 있었다고 하니 007 시리즈의 매니아들이 007의 역사성에 대해서도 어떤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007은 20세기 중반 이후 줄곧 이어진 첩보 액션물답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악당이나 영화의 스타일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화합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새로운 제임스 본드로 등장한 카지노 로얄부터는 그 변화의 양상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카지노 로얄은 제임스 본드가 007이라는 암호명과 살인면허를 받게 되는 과정부터 시작됩니다. 기존의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가 바람둥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등장합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새로운 이미지 만큼이나 새로운 스타일로 재탄생하게 된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죠. 스타일의 변화는 이번 작품인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도 두드러집니다. 일단 퀀텀 오브 솔러스는 처음부터 전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1시간 후라는 설정을 갖고 정신없이 시작됩니다.

    카지노 로얄은 후반부로 갈수록 007 시리즈 치고는 복잡한 플롯을 보여줬던 작품인데 그 내용이 이번 작품에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퀀텀 오브 솔러스의 재미를 완벽히 느끼기 위해선 카지노 로얄을 다시 한 번 보고 극장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카지노 로얄을 개봉했을 때 봤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동안 몇가지 대목에서 아리송함을 피할 수 없겠더군요. 하지만 카지노 로얄의 재감상이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007은 스타일이 변한다해도 어디까지나 007이기 때문입니다. 

    첫 장면부터 갑자기 등장하는 엄청난 자동차 추격신과 액션신들은 변치않는 007의 오락성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허황된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악당과 건방진 듯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의 제임스 본드, 그리고 아름다운 본드걸은 여전히 007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굳이 복잡한 내용을 다 이해하지 않아도 박진감 넘치는 추격신과 액션신, 그리고 헐리우드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유럽과 남미의 색다른 풍경들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오락영화로서의 007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본드카 - 애스턴 마틴의 수난시대. 먼지 뒤집어 쓰는 것도 서러운데 초반에만 등장하고 땡.


    그런데 이번 작품에선 기존 007 시리즈와 다른 모습이 자주 눈에 띕니다. 007 시리즈만의 재미중 하나였던 신무기가 이번 작품에선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본드카 마저도 도입부에만 한번 등장하고 더 이상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제임스 본드는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얻어 터집니다. 카지노 로얄의 끔찍한 의자 고문(?) 만큼은 아니지만 영화 초반 얼굴에 피가 멎을 날이 없던 제임스 본드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후반에는 꼬질꼬질하게 사막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지나가는 버스를 얻어타기까지 합니다.  원래 제임스 본드는 깔끔한 수트 빼입고 미녀들에게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던지며 히히덕 거리는 모습이 어울리는데 완전 개고생하는 본드라니... 본드카도 없이 버스나 얻어타고...

    그러고보니 이번 작품에선 본드 특유의 자기 소개인 "마이 네임 이즈 본드, 제임스 본드" 이 대사도 등장하지 않은 것 같군요. 아마 카지노 로얄에서 007의 등장을 다루고, 이번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는 007의 캐릭터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약간은 심각한 본드의 모습을 다루다보니 기존의 익숙한 모습들을 아직 등장시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수트를 입혀달라니까!

    하지만 시리즈가 계속되다 보면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하는 제임스 본드도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슬픔을 떨쳐버리고, 언제나 냉정하고 껄렁거리는 캐릭터로 거듭날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베스퍼를 잊지 못하고 복수심에 불타던 본드가 마지막에 보여준 모습이라든가, 매티스와의 일 등은 제임스 본드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뭐.. 그 모습들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들이겠죠. 제임스 본드에게 매번 신무기를 전달해주던 Q 혹은 R도 다시 등장할 것이고...

    퀀텀 오브 솔러스의 세계관도 시대의 변화를 따르는 양상입니다. 카지노 로얄에 이어 각본을 맡은 폴 해기스의 영향 때문인지 퀀텀 오브 솔러스에는 자원때문이라면 더 이상 우방과 적을 구분하지 않는 서방 세계의 비정함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심지어 CIA는 악당의 부탁을 받고 제임스 본드를 표적으로 삼기도 합니다. 제임스 본드의 조국인 영국 정부도 범죄 단체에 빌붙으려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이러한 설정들은 007 시리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오락영화로서의 007이 갖는 어쩔 수 없는 한계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번 작품의 본드걸로 등장한 올가 쿠릴렌코의 캐릭터 카밀은 정형적인 틀에 갖힌 캐릭터로 제임스 본드의 캐릭터와는 물론이고 전체적인 작품과도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캐릭터가 함께하는 후반부 사막 호텔 시퀀스도 영화의 대미로 장식될 클라이맥스여야 했는데 다른 액션신들에 비해 어딘가 답답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보자면 퀀텀 오브 솔러스가 007 시리즈의 다음 진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007 시리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카지노 로얄에 이어 이번 퀀텀 오브 솔러스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수다 1. 올가 쿠릴렌코는 히트맨에서와 약간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더군요. 영화에서 볼리비아의 장군과 러시아 댄서 사이에서 태어난 설정 때문인지 피부도 약간은 검고, 좀더 수수한 이미지였습니다. 저 혼자만의 느낌이었는지 영어 발음이 히트맨때에 비해 많이 자연스러워졌더군요. 곧 개봉할 맥스 페인에도 출연하던데 본격적인 헐리우드 활동을 위해 영어 교습을 열심히 받은 모양입니다.


    올가 언니 히트맨이랑 껌 좀 씹던 시절


    본드걸 st.


    수다 2. (스포일러) 영국 여자의 전형을 보여주던 필즈 요원 역의 젬마 아터튼은 한눈에 쏙 들어오지는 않지만 볼수록 귀여운 스타일이더군요. 필즈 요원의 최후는 마크 포스터 감독이 007 초기 작품인 골드 핑거의 한 장면을 오마주 한 것이라고 합니다. 




    퀀텀 오브 솔러스, 2008


    골드 핑거, 1964



    기름진 뽀뽀 받으셈~

    나름 귀여운 스타일이어서 맘에 들라던 찰라에 죽어버려 어찌나 아쉽던지... 비극적인 최후때문에 조금 슬퍼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 이미지를 보고 다시 한 번 깨달았드랬죠. 영화는 영화일뿐이라는 사실말입니다.

    매번 깨달으면서도 영화 속에서 미인의 죽음은 적응이 안됩니다. 막 진심으로 안타깝고 슬프고.. 그랬는데 저렇게 죽는 장면 찍으면서 키스나 날리다니. 뭔가 배신당한 느낌? 그나저나 카밀보다 필즈에 더 관심가는 제 취향. 이상한가요? ㅋㅋㅋ 

    수다 3. 영화보고나서 할 얘기가 많았는데 본드걸 얘기밖에 생각이 안나서 난감하네요. -_-; 앞에서 잠깐 얘기했듯이 007 시리즈는 영국의 첩보원이 주인공이다보니 매번 세계 각국에서 로케이션 촬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번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도 007은 이탈리아, 볼리비아, 아이티, 영국,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 세계 각지를 쉴새없이 돌아다닙니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세계 각국의 색다른 풍경을 즐기는 것도 퀀텀 오브 솔러스의 또다른 재미입니다. 


    이탈리아 시에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그란투리스모를 즐기셨던 분들이라면 초반에 등장하는 이탈리아 시에나 시가지 장면에서 잠깐동안 반가움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워낙 어렵게 라이센스를 땄던 코스라서 보는 순간 토 나올 뻔 했지만요.

    (영화 얘기하다 갑자기 게임 얘기가 왜 나오니!? -그란투리스모 해보셨어요? 안해보셨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오스트리아의 오페라 극장씬도 인상깊더군요. 턱시도를 빼입은 VIP들만이 출입하는 오페라 극장을 구경하고 있으니 눈이 즐거웠습니다. 극중 오페라 장면과 연계한 제임스 본드의 액션신은 좀 짧게 느껴져 아쉽더군요. 그토록 쫓던 미스터 화이트를 바로 옆에 두고 놓치는 장면도 어찌나 아쉽던지...

    007의 고민 - 제가 첩보원인지 도둑인지 모르겠어요.


    수다 4.
      
    본문에서 잠깐 개고생하는 제임스 본드에 관해서 얘기했는데요, 이번 작품에서 제임스 본드는 지존급의 자급자족 능력을 보여줍니다. 오토바이, 보트, 트럭 등은 물론이고 비행기까지 눈에 띄는 건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들더군요. 오페라 극장에선 턱시도까지 슬쩍합니다.

    이건 뭐 첩보원인지 날강도인지... 하긴 '007'에서 숫자 '00' 이 살인면허를 뜻하는 것이니까 살인면허까지 갖고 있는 요원에게 슬쩍하는 것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겠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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