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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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나의 이야기/대화 2011. 2. 8. 01:23
사람들이 떠난 한겨울의 철거 예정 아파트엔 고양이들만이 살아있다는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하지만 해가 넘어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들의 흔적조차, 육중한 건설 장비와 그것들이 파헤친 붉은 토사에 모두 지워져 버렸다. --- 지난 겨울은 추웠고 지지난 겨울은 눈이 많이 왔었죠. 눈이 많이 내렸던 지지난 겨울 어느 날 철거 예정인 아파트를 지나가는데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을 큰 아파트 단지가 눈이 내리니까 더욱 황량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람 발자국이 하나도 없으니 좀 오싹한 느낌도 들었는데 그 순간 고양이 발자국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여기저기. 어떤 발자국은 눈밭에서 쥐사냥이라도 한 건지 한 줄로 이어지다 중간이 한바탕 어지럽혀 있더군요. 어디선가는 아기 고양이 소리가 들리기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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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날다나의 이야기/대화 2011. 1. 21. 23:29
2010. 12. 금강 철새는 하루에도 수백킬로미터씩 이동한다잖아요. 그런데 철새보다 더 멀리 나는 동물이 있다네요. 바로 거미. 어떤 거미는 태어나자마자 하늘을 향해 거미줄을 내뿜는데 그럼 상승기류를 타고 거의 성층권까지 날아 오른대요. 그런데 성층권은 기온이 무척 낮기 때문에 거미의 몸이 얼어붙게 된다는군요. 얼어붙은 가사 상태의 몸으로 바람을 타고 대륙간 이동을 하는 거미는 다시 따뜻해지면 몸이 녹아 지상으로 내려온다고. 지난 주엔가 동물의 왕국에서 봤는데 정말 신기했습니다. 기러기 사진 올려놓고 갑자기 거미가 생각나 거미 얘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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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의 바다나의 이야기/대화 2010. 12. 25. 23:46
길고 고단한 여정을 마무리한 콩심이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황량해서 맘에 들었어요. 다만 너무 추워 1분 이상 밖에 있질 못하겠더군요. 콩심이는 차에서 아예 나오지도 않았지만 좋아했습니다. 저런 거센 파도가 치는 서해는 처음봅니다. 제 기억속의 서해는 언제나 황량하리만치 한적하고 잔잔했거든요. 아. 에서 임수정과 황정민이 마지막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바다도 유난히 파도가 높던 한 겨울의 매서운 바다였는데, 무창포였나? 차에서 나오지 않는 콩심이에게 파도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동영상을 본 콩심 왈. "막 서해교전 그런 뉴스에 나온 바다같애" 듣고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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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밭나의 이야기/대화 2010. 11. 24. 22:03
5월. 청보리밭. 요즘은 청보리밭도 관광상품화 됐죠. 저긴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동네. 가을엔 코스모스가 예쁘게 피는 길입니다. 평소에 자주 지나다니는 길은 아닌데 얼마전 일이 있어서 지나다가 청보리가 예뻐 길가에 차 세우고 몇 장. 가을 저녁엔 이런 풍경입니다. 관련글 2009/11/22 - [나의 이야기/꽃세상] - [GX-10]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립니다. 2009/11/22 - [나의 이야기/꽃세상] - [GX-10] 가을 코스모스 2009/11/22 - [나의 이야기/꽃세상] - 가을 저녁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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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견공들나의 이야기/대화 2010. 5. 14. 10:00
꽤 스압입니다. 아마 마이너 블로그 역사상 최고의 스압일 듯. 그래서 큰 해상도로 보여주고픈 사진도 몇 장 있지만 일괄적으로 700px에 맞췄습니다. 사진은 4월 둘째주, 넷 째주에 찍은 것들이예요. 그때 그 자리에서 콩심에게도 얘기했던 거지만 맨 햇살을 그렇게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건 그때가 마지막인 듯. 5월만 돼도 한 낮의 햇살은 부담스럽잖아요. 여의도 공원에서 만난 가족. 프랑스어를 쓰더군요. 어린 딸과 아들. 두 남매가 무척 귀여웠어요. 개는 웰시코기 비스무리 했는데 다리가 좀 긴 걸 보면 그냥 우리나라 동네마다 흔한 발바리 잡종 같기도 하고. ;; 어쨌든 녀석 꽤 활발한 것이 공 물어오기도 잘하고 건강해 보이더군요. 저땐 몰랐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쪼매난 여자아이 앞에 체 게바라 가방.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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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요일 오후나의 이야기/대화 2010. 5. 14. 09:30
사진이란게... 일단은 부지런해야 좋은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기회가 생기는 법이고, 거기에 센스가 있어야 같은 장면이라도 멋진 구도로 찍을 수 있는 법이고, 무엇보다 감성이 있어야 찍은 사진에 자신만의 언어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법이다. 간밤에 늦게까지 같이 술 마셨던 김이 산책이나 하자길래 동네 공원에 갔다. 마침 국화 축제 준비가 한창. 공원 전체가 국화 천지였다. 어슬렁어슬렁 산책을 하던 와중에 나이 지긋한 네 분의 할머니께서 나란히 벤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을 봤다. 보는 순간 멈춰 서서 셔터를 눌렀는데 벌써 멀찌감치 가고 있는 김ㅇㅇ 때문에 맘이 급했는지, 아니면 괜한 뻘쭘함 때문이었는지, 뒷모습을 찍으면서도 급하게 한 컷 만 찍고는 그 자리를 지나쳤다. 나중에 찍은 사진을 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