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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킹 - 유쾌 통쾌, 그러나 씁쓸한 검사의 제자리 찾기
    영화 이야기/감상 2017. 1. 19. 11:13

    더 킹 The King, 2016


    범죄/드라마
    2017.01.18 개봉
    134분, 15세이상관람가
    한국
    (감독) 한재림
    (주연) 조인성정우성배성우류준열



    <더 킹>은 한 검사의 고군분투 제자리 찾기를 통해 전두환 이후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검찰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는 영화다.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관상>을 통해 단 세 편의 연출로 대종상 신인감독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실력파 한재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은 다소 과장된 면도 있지만 밝고 유쾌한 편이다. 조인성이 목포에서 허구헌날 싸움질만 하다 어느날 양아치 아버지가 검사에게 맞으며 싹싹 비는 모습을 보고 '저게 진짜 힘이다. 학교 다닐때나 싸움 잘하는 게 힘이지 어른이 되면 저 맨 앞자리에서 공부만 하는 코찔찔이들이 진짜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라는 각성을 통해 공부에 매진. 결국 사법고시 합격 후 검사가 되는 박태수 역할을 맡았다.



    박태수의 1인칭 시점에서 나레이션과 함께 진행되는 영화는 코믹한 부분도 많고 여성 관객들도 웃으며 즐길 수 있을만하다. 이 땅의 검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정치 세력과 결탁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신들의 권력을 지켜가는지 묘사되지만 무겁지 않아 모든 관객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듯 하다. 


    이러한 영화의 톤을 결정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감독의 성향인데 이전 작품에서도 무거울 법한 주제를 심각하지 않게 풀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한재림 감독이었기에 <더 킹>에서도 그러한 연출 톤이 효과적으로 유지된다. 물론 잠깐씩 캐릭터들의 가볍지 않은 대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잊지는 않는다. 



    정우성이 연기한 차세대 검사장 후보 한강식 검사는 아직 자존심이 남아 있는 박태수 검사에게 이런 식으로 일갈한다. '역사 공부 좀 하자. 역사가 흐르는대로 흘러 가. 친일파놈들? 걔들이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이야. 독립군? 그 양반들 한 달에 60만원 연금없으면 다 굶어 죽어.' 


    한강식의 얘기를 들은 박태수는 그의 말에 틀린 곳이 없다는 점에 화가 난다고 얘기하지만 결국 그의 그늘 밑으로 들어가 권력의 단맛에 취하게 된다.



    <더 킹>은 오프닝에서부터 전두환에서 이명박까지 대한민국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실제 보도 영상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영화가 진행되는 중간중간에도 전직 대통령들의 얼굴이 간간히 등장하는데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던 당시 팔짱을 끼고 웃고 있던 박근혜의 모습까지 등장한다.


    최순실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한재림 감독과 출연진들은 블랙리스트의 제일 꼭대기에 올라 불이익을 받았을 것이 확실하다. 정우성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데 정작 <더 킹>에서 정우성은 가장 충직한 권력의 개 역할을 맡고 있다.




    <더 킹>은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시대 고증의 디테일은 좀 아쉽다. 특히 검사들의 사무실로 나오는 공간은 박태수가 합격해 검사로 발령된 90년대 초반의 모습이 영화 종반까지 이어진다. 90년대 후반인데도 타자기로 조서를 꾸미고 2000년대에도 책상에 컴퓨터가 안 보인다. 심지어 사무실에서 쓰는 전화기는 검은색 다이얼 식 전화기. 



    극중 박태수는 서울대 85학번으로 33회 사법시험(1991년)에 합격한 것으로 나온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윤석열 검사와 사법시험 동기인 셈.


    배우들의 연기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조인성은 그저 조인성의 모습을 보여줄 뿐, 결코 고뇌하는 검사의 모습이 보이진 않는다. 정우성 역시 비열한 권력의 개 역할을 하기엔 너무 훤칠하고 잘 생겼다. 배성우와 오대환만이 비열한 캐릭터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이건 정우성과 조인성의 잘못이 아니다. 그들이 단지 너무 잘생겼고 훤칠하다는 게 문제일 뿐. 




    오랜만에 스크린에 등장한 김아중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예쁘다. 대기업 딸이자 검사 남편을 둔 아나운서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캐릭터지만 김아중이라면 그렇게 비현실적인 캐릭터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소화해낼만 하다. 출연 분량이 그다지 많진 않지만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 김아중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류준열은 들개파 2인자 역할을 맡았는데 개성있는 마스크가 조폭 부두목 역할에 꽤나 어울린다. 들개파 두목을 맡은 김의성은 거의 까메오 수준으로 대사도 별로 없지만 칼을 쓰는 장면에서만큼은 카리스마가 넘친다. 



    영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장면이 등장하는데 정우성과 배성우가 당시 검찰청사 창문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내려다보며 웃고 있던 홍만표 검사의 모습을 패러디해 보여준다. 영화속에서 봐도 피가 거꾸로 솟는 장면. 


    한재림 감독은 장난처럼 배성우를 딸바보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으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고승덕 변호사의 '딸아 미안하다!'를 패러디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군데군데 장난스러운 장면들이 많아 키득거리다가도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각하게 하는. 그 점이 <더 킹>의 가장 큰 매력이다.



    박태수는 종로 출마를 선언하며 여당의 5선 의원과 맞붙는다. 선거 결과를 지켜보던 박태수는 관객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제가 당선됐나고요? 그건 여러분이 결정하는 겁니다. 여러분이 이 나라의 진짜 왕이니까요." 단순하고 명료한 메세지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비롯된 촛불 행렬을 봐도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복잡하고 거대한 메세지가 아니다. 


    유권자들의 선택이 암울한 이명박근혜 시대를 몰고 왔듯이 이명박근혜 시대의 종말 역시 시민들의 선택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권력자에 대한 감시의 눈길을 게을리 하지 않을 때 영화속 한강식 검사와 같은 권력의 개들이 꼬리 치는 방향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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