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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쥬라기 월드 (Jurassic World, 2015)
    영화 이야기/감상 2015. 6. 15. 17:07





    쥬라기 월드 (2015)

    Jurassic World 
    6.6
    감독
    콜린 트레보로우
    출연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타이 심킨스, 닉 로빈슨, BD 웡
    정보
    액션, 스릴러, SF, 공포, 어드벤처 | 미국 | 125 분 | 2015-06-11
    글쓴이 평점  



    <쥬라기 월드>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내용이 그대로 이어지는 후속편이다. 말하자면 <쥬라기 공원 4편>인 셈. 영화는 <쥬라기 공원>이 끔찍한 사고로 문을 닫은 지 22년 후 예전보다 훨씬 큰 규모로 개장해 운영 중인 공룡 테마 파크 <쥬라기 월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이야기 구성은 새로울 게 없다. 무시무시한 공룡이 등장하고, 아이들과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이들, 공룡을 생물 무기로 이용하려는 자들이 있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 스토리의 식상함과 개연성 없음을 지적하는 일이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 익히 느끼고 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쥬라기 월드>의 스토리와 인물들은 한숨이 나오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대체 <쥬라기 월드>의 세계에선 공룡에 의해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야 유전자 조작을 이용한 공룡 부활 사업에 규제가 가해질런지. 매번 똑같은 패턴으로 사고가 발생하는데도 자처해서 공룡의 사냥감이 되는 캐릭터들을 보는 것도 난감할 지경이다.


    1편에서 공룡 부활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헨리 우 박사가 쥬라기 월드 연구진의 책임자로 다시 등장한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쥬라기 월드의 소유자인 마스라니의 지시를 받아 여러 공룡과 동물의 유전자를 조합해 새로운 공룡 '인도미누스 렉스'를 만든다. 그가 만든 '인도미누스 렉스'가 우리를 탈출해 사람과 다른 공룡들을 마구 해치고 다니자 마스라니는 그에게 왜 괴물을 만들었냐고 다그치는데 그는 '고양이도 카나리아에겐 끔찍한 괴물이다. 우리는 고양이 역할에 익숙해져 있었을 뿐이다.'라고 그럴싸한 얘기를 한다. 그의 말처럼 공룡이 날뛰는 곳에서 인간은 그저 힘없는 먹잇감에 불과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스타로드, 크리스 프랫이 꽤 멋진 해군 출신 공룡 조련사 오웬으로 나온다. 해군과 공룡 조련사라니 뭔가 쉽게 이해가 안 되는 조합이긴 한데 어쨌든 꽤나 폼을 잡고 나온다. 그는 벨로시랩터에 대해 애정과 두려움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벨로시랩터를 길들일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실제로도 꽤 성과를 이루어 내지만 반면에 벨로시랩터의 무서운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벨로시랩터를 생물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큰 반감을 표한다.




    <쥬라기 월드>에서 거의 유일하게 식상하지 않은 드라마는 바로 그런 오웬과 벨로시랩터 형제들 사이에서 나온다. 오웬이 길들이던 벨로시랩터 4형제 블루(B), 챨리(C), 델타(D), 에코(E) - 리더(A)는 오웬 - 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실제 주인공이 다름아닌 벨로시랩터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는 캐릭터들이다. 


    쥬라기 공원 1편에서 벨로시랩터가 특유의 지능과 잔인함으로 관객들을 오싹하게 만들기 전까지 공룡계에서 흉폭함을 담당하는 것 언제나 티라노사우르스렉스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일반인들에겐 많이 알려져 있지 않던 벨로시랩터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과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 1편에서 공룡 주인공 격으로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크진 않지만 날래고 영악한 이미지로 사람들 사이에 깊이 각인됐다. 




    그런데 벨로시랩터의 정확한 실체에 대해선 아직도 연구가 계속되는 중이어서 실제 벨로시랩터의 모습은 영화 속 이미지와 달리 깃털 달린 새에 가깝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뭐. 영화 자체가 유전자 조합으로 새로운 종의 공룡도 만들어내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고증에 대한 부분도 의미가 없겠다.

      

    쥬라기 공원 1편을 처음 봤을 땐 말 그대로 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 느낌이었다. 실사와 차이가 없는 공룡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 모습이라니. 안타깝게도 이제는 무얼봐도 그런 감흥을 느낄 수가 없다. 이건 세 살 때부터 공룡 이름을 줄줄이 외던 여섯 살 된 내 조카 녀석도 마찬가지일 듯 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쥬라기 공원 1편보다 몇 배는 뛰어난 그래픽의 공룡 애니메이션을 마음 껏 즐기는 아이에게 공룡이 등장하는 영화라고 특별할 게 있겠는가. 


    그런 맥락에서 <쥬라기 월드>에서 그나마 짠했던 부분은 더욱 자연스러운 그래픽으로 재창조된 공룡이 아니라 영화 곳곳에 심어 놓은 <쥬라기 공원> 1편의 향수를 자극하는 대목이었다. 





    영화에서 <쥬라기 월드> 테마 파크 내에 <삼성 이노베이션 센터>가 등장한다. <쥬라기 공원>이 처음 개봉했던 90년대 초반만 해도 삼성은 극동의 작은 나라에서 전자제품을 싸게 만드는 회사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외국에서 더 높이 평가받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그만큼 국내에서도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역할을 좀 했음 하는데 여전히 세습 경영에 정경유착의 표본으로 존재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하긴 정치는 더 개판인데 기업에게만 선진적인 모습을 요구하는 것도 우습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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