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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영화 이야기/감상 2012. 10. 22. 07:00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8.4
    감독
    추창민
    출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김인권, 장광
    정보
    드라마, 시대극 | 한국 | 131 분 | 2012-09-13

     

     

     

     

     

    광해군은 조선의 15대 임금입니다. 그는 임진왜란 당시 분조 활동으로 조선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이후에도 여러 개혁적인 정책과 자주 실리 외교를 통해 황폐화된 조선을 정상화 시키려 노력한 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평가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재조명된 것이고, 그전까지 학계의 평가는 조선의 임금 중 연산군과 함께 반정으로 폐위된 채 묘호도 갖지 못한 폭군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죠. 이 영화는 광해군에 대한 그러한 상반된 시각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권력 기반이 약해 기득권층과 갈등을 빚으며 암살 공포에 시달리던 광해군(이병헌)은 자신과 닮은 도승지 허균(류승룡)에게 자신의 대역을 할 인물을 찾게 합니다. 도승지는 왕의 명령을 받고 기방에서 만담가로 지내던 하선을 궁으로 데려옵니다. 하선은 비록 기방에 빌붙어 사는 인물이지만 인정이 많고 소학도 읽어 천치는 아닌 인물로 그려집니다. 초반엔 광해군이 왜 히스테리컬한 모습을 보이는지에 대한 배경이나 정세 설명이 부족해  내용을 따라가기가 좀 버겁고 산만한 편입니다. 하지만 하선이 궁에 들어오면서부터 이야기는 단순하고 명확해집니다.

     

    우연히 왕의 자리에 앉게 된 하선은 권력 투쟁으로써의 정치가 아닌 백성을 돌보는 정치를 펼치게 됩니다. 디테일은 엉성하고 거칠지만 정의감 충만한 보통 사람들의 정치적 감성을 자극하는 대목이 여러번 등장합니다. 곧 천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 영화의 가장 큰 흥행 요인은 바로 그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만약 광해가 매우 정교하고 진지한 정치극이었다면 천만 관객은 커녕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광해는 어렵지 않은 내용으로 적절한 순간에 관객을 웃기고 울리죠. 흥행 측면에선 아주 효율적이라고나 할까요.  

     

    사실 이 영화는 이병헌이라는 걸출한 스타 캐스팅만 제외하면 소품에 가깝습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큰 돈 안 들이고 찍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 오프닝씬을 제외하면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미술에 신경쓴 듯한 장면도 거의 없고 전반적으로 볼거리 측면에선 요즘의 웬만한 TV사극보다 소소합니다. 말하자면 볼거리보다 이야기로 어필하는 영화인 셈인데 광해의 이야기는 단순하고 익숙합니다. 심지어 수라간 나인을 주요 캐릭터로 배치함으로써 익숙함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중장년층 중에 대장금을 모르는 분들은 없을테니까요.

     

    모든 영화가 참신하고 색다른 이야기를 보여 줄 필요는 없습니다. 대중 영화의 흥행은 익숙한 설정을 잘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광해>는 그 점을 다시 확인해주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조금 깊게 들여다보면 바로 그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인 동시에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선의 캐릭터를 통해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로인해 상대적으로 광해군의 캐릭터는 존재감이 거의 없습니다. 광해군의 선정이 실은 대역을 맡은 만담가의 재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이 영화의 중심 내용을 떠올려보면 실제 광해군 캐릭터가 한쪽으로 밀려나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더군요.

     

    예를 들어 영화에서 광해군은 임진왜란 당시 직접 왜군과 맞서 싸우다 가슴에 활을 맞은 것으로 나오는데 그런 설정을 군부와 연관지어 좀 더 드라마틱한 연출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다른 천만 관객 영화인 <왕의 남자>를 보면 연산군의 캐릭터가 단편적이지 않고 폭군의 내면까지 들여다보는 연출이 돋보였었는데 <광해>엔 그런 게 없죠. 또한 감동 코드를 집어 넣다보니 다소 무리한 대목이 거슬리기도 했는데 사월이의 마지막은 저도 눈물 찔끔 짠하게 봤습니다만 도부장의 최후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뭐 이래저래 말을 해도 <광해>가 충분히 천만 관객이 들만한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아마 제작진은 천만까지는 생각못했을 듯 하지만... 만약 처음부터 5백만 이상을 목표로 했더라면 <광해>는 좀 더 많은 예산이 투입돼 다양한 볼거리와 다층적인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 됐을테죠. 물론 결과물의 완성도는 제쳐두고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흥행이 반드시 작품의 질과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절한 수준의 재미와 감동만으로도 대중의 취향에 제대로 맞아떨어지기만 한다면 흥행은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폭발하게 되죠.

     

    문제는 영화의 질과 대중의 취향이 합류하는 그 지점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건데 그래서 영화 산업은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를 지닌 분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건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애초에 영화를 가장 먼저 산업의 분야로 편입시키고 활용하고 있는 헐리우드도 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수억달러를 투입한 영화가 기대치 이하의 흥행 수익을 기록해 후속편 제작이 불투명하다는 식의 얘기는 너무 흔하죠.

     

    말하자면 <광해>의 흥행은 제작진도 미처 예상치 못한 부분일 듯 한데 이 시점에서 <광해>의 흥행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영화계 관계자들 뿐만은 아닐 것 같네요. 왜냐면 <광해>의 메세지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기 때문입니다. 만석을 가졌으면서도 한석을 더 가지려고 백성을 쥐어짜는 위정자들에게 "부끄러운 줄 아시오!"라고 큰소리 치는 군주. 천만 관객을 통쾌하게 만든 그 장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린 사람이 한 둘은 아니었겠죠. 과연 <광해>가 대선 정국에서 단순히 천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 영화를 넘어 그 이상의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군요.  

     

     

     

     

     

     

     

     

     

     

     

     

     

     

     

     

    - 엔딩 크레딧을 보니 사월이 심은경의 대역이 있더군요. 어떤 장면에서 대역을 썼을까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하선이 사월이를 안고 뛰는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장면 말고는 대역을 쓸만한 장면이 전혀 없었거든요. 물론 안전을 위해서였겠지만 뭐 말하자면 심은경이 보기보다 무겁거나 이병헌이 보기보다 힘이 없거나, 둘 중에 하나.

     

    - 중전역을 맡은 여배우의 얼굴이 참 여리하고 선이 고운 것이 딱 조선 스타일, 사극 스타일이란 생각을 보는 내내 하면서 어디서 저런 고운 얼굴의 여배우를 발굴했을까 궁금했는데 영화를 본 후에 그 여배우가 한효주라는 것을 알고 살짝 맨붕이... 한효주가 나온 드라마나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이름이야 많이 들어봤고 카메라 광고도 수도 없이 봤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전혀 몰랐다니... 전 정말 끝까지 신인이거나 아직 덜 알려진 여배우로만 생각했습니다. 어쩜 그렇게 둔할수가...

     

    - 원래 이병헌을 그닥 멋지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요즘의 이병헌은 자리가 사람을 만들어서인지 가만히 있어도 월드스타급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 특히 그 저음의 목소리.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ㄷㄷㄷ

    <달콤한 인생>급으로 후까시 장난 아닌 작품 하나 더 찍어주면 좋겠네요.

     

     

     

    <G.I. JOE> 시리즈의 스톰 쉐도우 간지로 헐리우드까지 매료시킨 이병헌은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RED> 후속편 출연도 확정됐다죠. 그런데 이병헌은 헐리우드급 활동에 비하면 연애는 좀 소박하게 하는 편인 듯. 이병헌 정도되면 세간의 이목 신경 안 쓰고 톱스타급 여배우 혹은 신인급 모델, 갓 스물 넘은 아이돌 출신 여가수 등등 안 가리고 두루두루 만나주는 것이 인류애를 몸소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마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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