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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 에이트 - 외계인은 거들뿐
    영화 이야기/감상 2011. 6. 21. 11:52


    슈퍼 에이트
    감독 J.J. 에이브람스 (2011 / 미국)
    출연 조엘 코트니,엘르 패닝,카일 챈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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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 있습니다.>


    슈퍼 에이트는 좀비 영화를 찍던 아이들이 우연히 외계인과 만나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입니다. 배경이 79년이고 아이들이 등장하는 영화다보니 자연스럽게 80년대 엠블린 엔터테인먼트의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있어요. 홍보하는 쪽이나 영화를 보신 분들의 반응도 그 점에 중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분명 그 부분은 이 영화의 장점으로 여겨질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그런 장점들이 J.J. 에이브람스 식의 전형적인 낚시 연출로 인해 빛이 바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아이들의 이야기와 외계인 이야기가 조화롭게 섞이지 않고 따로 놀기 때문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JJ의 유년 시절 모습이기도 할 영화 찍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 편의 그럴 듯한 성장 드라마의 느낌을 줍니다. 영화 속에서 미지의 존재가 등장한 후에도 아이들은 영화를 찍고 서로의 우정과 풋풋한 연애의 감정을 확인하는데만 집중해요. 그 부분이 나쁘진 않았어요. 오히려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연기도 좋았고 이야기도 코믹하고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엘르 패닝이 영화 속 영화를 찍으며 눈물 연기와 좀비 연기를 할 때였어요. 영화 속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감탄하며 보게 되더군요.

    하지만 미지의 존재가 등장하는 대목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미지의 존재는 마치 괴수 공포영화의 캐릭터처럼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기이한 소리를 내다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는 식으로 관객들을 깜짝 놀래키기만 합니다. 영화가 후반부로 접어들 때까지 아이들은 이 존재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마주치지도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자기들끼리 영화 찍는데만 열중하죠. 관객들 역시 몇 번 깜짝 놀라기만 할 뿐 그 존재의 정체와 역할이 무엇인지 모른 채 영화를 보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저같은 경우는 대체 언제쯤 아이들이 저 미지의 존재와 조우하게 되는 건지 영화를 보다가 자꾸 시계를 들여다보게 되더군요. 이제 거의 끝나가는데 아직도 쟤들은 영화나 찍고 있네. 이런 생각으로.

    전체적인 구성이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보니 후반부에서 괴물의 정체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고, 미군 당국에 시달림을 받다가 자기네 별로 돌아가려 한다는 정보가 드러난 후에도 그리 흥미롭지가 않았어요. 사고로 엄마를 잃고 괴로워하던 조가 외계인에게 감정 이입을 하는 장면도 뜬금없게 느껴졌죠. 바로 전까지 외계인이 군인들을 으깨 죽이고, 잡아 온 사람을 뜯어먹는 것을 본 아이가 외계인에게 쫓겨 도망치다가 갑자기 "살다보면 힘든 일도 있는 거야. 그래도 살아야 해, 이제 너희 별로 돌아가렴" 뭐 이런 말을 하고, 그 말을 들은 외계인은 무섭게 생긴 눈의 외피를 벗고 슈렉 고양이처럼 큰 눈을 꿈뻑꿈뻑 하는데 어머! 감동이야 흑흑. 이럴 수는 없겠더라고요.

    이런 아쉬움은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를 다른 곳에 두면 그나마 좀 낫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영화의 제목인 <Super 8>은 8mm 필름 규격을 말합니다. 영화 속에서 아이들이 좀비 영화를 찍는데 사용하는 필름이죠. 말하자면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영화를 찍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셈입니다. 외계인의 등장은 아이들을 하나로 묶어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고 봐도 무방해요. 실제로 영화 속에서 외계인이 하는 일 중 아이들과 직접 관련된 일은 아이들 중 홍일점인 앨리스를 납치해 아이들로 하여금 앨리스를 구하게 하는 것 밖에 없어요. 그마저도 거의 영화가 끝나갈 때 쯤에서야 벌어지는 일이죠. 때문에 영화를 보고나면 굳이 이 영화에 외계인이란 존재가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JJ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괴물에 대해 "주인공 소년소녀들, 그들의 부모가 지닌 마음의 상처를 육체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메타포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소년의 이야기는 괴물없이 존재할 수가 없다."라고 설명하더군요. 감독 말이니 그러려니 합니다만 그리 공감되진 않아요. 아니 무슨 괴물을 그렇게 중요한 존재로 생각하는 양반이 영화에서 그런 식으로 쓸데없이 낭비한답니까. 위에서 얘기했듯이 이 영화에서 괴물은 거의 끝나갈 때까지 그저 관객들을 깜짝깜짝 놀래키는 것밖에 하는 일이 없는데, 영화에서 보여준 건 그게 다면서 인터뷰에서 메타포 어쩌고 하면 '어이쿠 그랬었구나, 괴물은 인물들의 상처를 나타내는 메타포였던 것이었구나' 이래야 하냐는 거죠.

    아마 이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거의 대부분 좀비 영화를 찍는 아이들에 관한 얘기에 만족하신 분들일 듯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 이야기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J.J. 에이브람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저 역시 그 부분은 좋았어요. 하지만 기존의 괴물 영화의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와 외계인 스토리에 억지로 끼워맞춘 듯한 부분은 아쉬웠습니다. 차라리 노골적인 80년대의 앰블린 영화스럽게 아이들이 외계인과 좀 더 교감을 나누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이야기였다면 훨씬 만족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분위기상으로도 그게 더 어울렸을 듯 해요. 지금은 아이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에 비하면 외계인이 등장하는 대목에서 지나치게 자극적인 면이 있거든요. 














    혹시 영화를 보러 가실 예정이라면 끝나고 바로 일어나지 마세요. 꽤 아기자기한 쿠키 영상이 나옵니다. 보통 쿠키 영상은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에 나오기 때문에 기다리는 게 좀 지루할 수도 있는데 이 영화에선 금방 나오기 때문에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으셔도 돼요. 쿠키 영상치곤 긴 편이라 일어서서 나가려던 분들이 통로에 선 채로 보는 광경이 상영관마다 펼쳐진다는군요. 물론 제가 본 상영관에서도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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