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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리그, 어느 외국인 심판에 대한 추억
    나의 이야기/Fever Pitch 2008. 11. 21. 09:28


    이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 헝그리언




    프로축구연맹에서 23일부터 시작되는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경기부터 챔피언 결정전까지 외국인 심판에게 판정을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전북 현대모터스 FC의 팬입니다. 비록 원정 경기까지 보러가지는 못하지만 전주에서 열리는 홈경기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빠지지 않고 매번 경기장에 찾아가서 보고 있습니다. 직접 경기장에서 보면 국내 심판의 자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더욱 실감할 수 있더군요. K리그에서 심판의 자질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거의 매 경기마다 심판의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K리그에서 주심이 가장 기본적인 휘슬 타이밍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선수간의 감정이 과열되게 만드는 것은 이제 실수로 여겨지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또한 휘슬을 불고 반칙을 지적할 때 해당 선수가 항의하면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고 인상을 쓰며 윽박지르기 일쑤입니다. 그런 주심의 모습은 마치 '어디서 감히 주심한테 대들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려고만 하는 것으로 비쳐지더군요. 그러다 벤치까지 나서서 항의가 격해진다 싶으면 주심은 그때부터 보상 판정을 남발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주심은 자신의 권위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결국 홈팀이건 원정팀이건 모두가 주심에 불만을 갖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K리그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들입니다. 굳이 우리와 여건이 다른 해외 리그와 비교하고픈 생각은 없지만 문제가 생기면 선수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신속하게 경기를 진행시키려고하는 해외 리그 심판들의 진행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프로축구연맹에서도 심판의 자질 논란에 대해 어느 정도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바, 매년 K리그 심판들을 독일에 연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내 심판의 자질 향상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심판의 자질 부족으로 인한 경기장에서의 불미스러운 일들은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외국인 심판에게 판정을 맡기기로 한 결정 또한 심판의 자질 문제를 연맹 스스로 인정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외국인 심판 도입 소식을 들으니 몇 년전 경기장에서 본 외국인 심판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전북의 시즌 마지막 경기인가 그랬는데요, 오래된 일이라 정확한 날짜가 기억 나지 않는데 꽤 추운 날의 야간 경기였습니다. 때문에 관중들 중엔 무릎담요를 준비해 온 사람들이 많았었죠. 그 때 주심이 독일인 심판이었습니다.

    그런데 경기 시작전에 그동안 K리그 경기를 무수히 보면서도 한번도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됐습니다. 주심이 경기장 하프라인 근처에서 쉴 새 없이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더군요. 경기장에 드러누워서까지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은 이미 경기 준비를 마친 선수들보다 빈틈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부심은 우리나라 심판이었고 주심만 독일인 심판이었는데 독일인 심판 혼자서만 열심히 몸을 풀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독일인 심판이 하프 타임때도 경기가 시작되기 몇 분 전에 먼저 나와 아까와 같이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날이 특별히 추운 날이어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 독일인 심판을 통해 <이경규가 간다-월드컵 특집>에서 흥미로운 모습으로 소개되곤 하던 국제 심판들이 꼼꼼히 몸을 푸는 모습을 K리그에서 직접 보게 된 것입니다. 물론 그 전, 그 이후로도 국내 심판들이 그렇게 열심히 몸을 푸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입장에 따라 제가 봤던 장면에 대해 그 심판의 개인적인 습관일 수도 있고, 단지 몸을 푸는 것일 뿐이라고 하찮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그 모습들이 사소한 것 하나도 철저히 준비하는 독일인 심판의 프로 정신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프로 정신이 국내 심판 스스로에게 없는 한 지금처럼 독일 연수를 아무리 매년 진행한다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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