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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잉, 충격적이지만 맥빠진다.
    영화 이야기/감상 2009. 4. 22. 02:03


    노잉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 (2009 / 미국)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로즈 번, 챈들러 캔터베리, 벤 멘델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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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서방, 니콜라스 케이지가 오랜만에 큼직한 영화로 찾아왔습니다. 지난 해엔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졸작 <방콕 데인저러스>외엔 작품이 없어서 많은 팬들을 실망시켰었는데, 외양만 보자면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로 찾아온 셈이니 많은 분들이 기대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노잉>이 많은 분들의 기대를 충족시킬만한 영화는 아닌 듯 해요. <노잉>은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몇 번의 스펙타클한 장면, 그리고 니콜라스 케이지 특유의 우울한 캐릭터 연기가 볼만하지만 보고나서는 군데군데 진부한 설정들이 거슬리는 영화였습니다.

    <노잉>은 <엑스 파일>류의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줄거리만 듣고도 흥미로워 할만합니다. 1959년 한 초등학교에서 타임 캡슐을 묻는 행사를 진행하는데, 한 여자 아이가 그림을 그려서 넣으라는 선생님의 지시와 달리 종이위에 빽빽하게 알 수 없는 숫자들을 적어서 냅니다. 50년이 지난 2009년, 그 학교에서 타임 캡슐 개봉 행사가 열리고 니콜라스 케이지의 아들이 그 종이를 받게 됩니다. MIT 교수인 니콜라스 케이지는 아들이 가져온 종이에 적힌 숫자들이 지난 50년 간, 큰 재앙이 있었던 날짜와 희생자의 수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무척 흥미진진한 영화라는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알렉스 프로야스의 연출은 영화의 전반에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잘 살려놓습니다. 곳곳에 공포 영화에서 느낄 수 있을 법한 긴장감도 알맞게 배치돼 있고, 몇 번 등장하는 재난 장면은 단순한 스펙타클을 넘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끔찍한 사고의 현장 한 가운데에 있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그런데 <노잉>의 그러한 장점들은 결말을 향해갈수록 진부한 클리셰와 의미없는 맥거핀에 가려져 빛을 잃고 맙니다. 

    알렉스 프로야스는 종이에 적힌 숫자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타이트하게 잘 이끌어갑니다. 숫자의 의미를 알아내고, 예고된 재앙을 막아보려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노력과 좌절도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잘 짜여 있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몇가지 설정들이 오히려 전체적인 흐름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알고보니 좀도둑 씬'이나 '고집부리는 여자 씬' 등은 전체적으로 잘 계산된 영화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클리셰로 느껴집니다. '검은 돌'이나 '속삭이는 자들'이 계속해서 뭔가 있는 것처럼 등장하는 것도 결말에 가서는 굳이 그렇게까지 분위기를 잡으며 반복해서 보여줄 필요가 있었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 원래 맥거핀이 그런 것이긴 합니다만 너무 과했다랄까요?

    무엇보다 <노잉>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장 큰 이유는 결말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기존의 할리우드 재난 영화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노잉>의 결말 자체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제는 상업적인 할리우드 영화에서 이런 결말도 가능해졌구나'라는 일종의 감탄까지 했죠. 확실히 <노잉>의 결말 자체는 지금까지 할리우드 재난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참신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독창적이진 않습니다. 왜냐면 <노잉>은 과감한 결말을 보여주기위해 영화 곳곳에 성경에서 빌려온 기독교적 설정을 배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노잉>에 담겨있는 기독교적 설정들은 그다지 매끄럽게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그전까지 어색하게 무서운 표정으로 일관하던 '속삭이는 자들'이 난데없이 천사의 날개를 가진 형상으로 변한다거나, 아이들이 에덴 동산을 뛰어다닐 정도로 은유적 표현과는 거리가 멉니다. 어떤 장면에선 아예 성경의 한 구절(누가복음 17:34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밤에 둘이 한 자리에 누워 있으매..)을 그대로 옮겨놓기도 했더군요. 이때문에 <노잉>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외양에 걸맞지 않게 종교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합니다. 영화 게시판에 보니 많은 분들이 '<노잉>은 기독교적 영화다', '아니다 <노잉>은 종교를 부정하는 영화다'라는 의견으로 서로 논쟁하고 있더군요. 

    저는 그러한 논쟁에는 관심이 없지만, <노잉>이 곳곳에 기독교적 설정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면서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더군요. 지난 크리스마스에 개봉했던 <지구가 멈추는 날> 역시 기독교적 설정을 사용한 작품인데요, <노잉>의 경우 <지구가 멈추는 날>보다 더 진지한 태도로 그러한 것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상에서 목사의 아들이지만 종교에 회의적이던 니콜라스 케이지가 취하는 태도의 변화만 봐도 알렉스 프로야스가 하고 싶어하는 얘기가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가 그동안 가볍게 즐겨온 할리우드 블럭버스터 영화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겠죠.

    원래 알렉스 프로야스가 단순한 얘기를 해오던 감독은 아니기때문에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즐기는 매니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그가 흥미로운 소재에 기독교적 설정을 가미해 충격적이면서 한편으로는 맥빠지는 결말로 마무리한 <노잉>을 통해 하려는 얘기가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수다 1. 니콜라스 케이지 머리가 갈수록 휑해지네요. <방콕 데인저러스>에선 휑한 머리를 기르고 나와 영화도 이상하고, 헤어스타일도 이상하고 완전 쒯이었는데, 이번엔 그때보다 낫긴 하지만 어떤 장면에선 스타일이 영 어색하더군요. 차라리 짧은 머리를 하면 어떨까요? 
     
    수다 2. <노잉>에는 베토벤 7번 교향곡 2악장이 모두 두 장면에서 나옵니다. 한 번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혼자 술 마시는 장면, 한 번은 마지막에 차를 타고 가는 장면. 두 장면 모두 잘 어울리지만 특히 마지막에는 영화의 장면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더군요. 이렇게 영화에서 클래식과 멋지게 어울리는 장면을 대할때마다 '역시 클래식은 멋져!' 막 이러면서 클래식을 듣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고는 합니다. 하지만 고교 2학년 이후로 따로 클래식 음반을 들은 적이 한번도 없네요. -_-

     

    Claudio Abbado (conductor)
    Berliner Philharmoniker


      녹음: 2001/02 Stereo, Digital
    장소: Accademia Nazionale di Santa Cecilia, Rome


    연주 동영상은 네이버 모짜르트님 블로그 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blog.naver.com/mozartgagu/15005132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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