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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는 이 영화에게 반했다
    영화 이야기/감상 2009. 2. 22. 11:11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감독 켄 콰피스 (2009 / 미국)
    출연 벤 애플렉, 제니퍼 애니스턴, 드류 배리모어, 스칼렛 요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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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제니퍼 애니스톤)와 닐(벤 애플렉)은 동거 7년차 커플입니다. 베스는 오랜 동거를 끝내고 닐과 결혼하기를 원하지만 닐은 결혼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닐이 베스에게 애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결혼하지 않고도 서로 사랑하고, 잘 지내는데 굳이 결혼을 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지요.

    제나인(제니퍼 코넬리)와 벤(브래들리 쿠퍼)은 겉으로 보기에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입니다. 하지만 이 부부에겐 큰 문제가 있습니다. 제나인은 강박적인 성격으로 새로 이사할 집의 인테리어와 벤이 담배를 끊었는지 여부에 집착합니다. 벤은 제나인을 사랑하지만 그녀의 성격에 점점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벤에게 가수 지망생 안나(스칼렛 요한슨)이 나타납니다.

    안나는 코너(케빈 코널리)와 한때 연인 관계였지만 지금은 그에게 발 마사지를 받고, 격이 없는 대화만 즐기는 사이입니다. 코너는 여전히 안나를 좋아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더 이상 남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마음 졸입니다. 안나는 우연히 가게에서 만난 벤에게 끌리지만 벤이 유부남이기 때문에 망설이다가 친구인 메리(드류 베리모어)의 조언을 듣고 적극적으로 들이댑니다.


    지지(지니퍼 굿윈)는 남자가 없으면 못 사는 부류의 귀여운 여자이지만 한번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녀가 만났던 남자들은 하나같이 머저리에 자신을 이용하려고만 했던 놈팽이들이지요. 겉으로 보이는 남자들의 행동과 속마음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그녀는 바텐더인 알렉스(저스틴 롱)에게 조언을 듣게 됩니다. 알렉스는 바에서 일하며 수많은 남자들을 접해왔기 때문에 그들이 여자를 다루는 방식에 관해 정통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깨닫지 못하고 여자들을 대할때도 늘 거리를 둡니다.

    메리(드류 베리모어)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인터넷을 헤맵니다. 요즘 시대에 남자를 만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뽀샵질한 프로필 사진이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매번 실패하고 맙니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이렇게 아홉 명의 청춘 남녀가 자신의 짝과 겪는 갈등 또는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웬만한 로맨틱 코미디와 다르게 등장 인물들이 겪는 에피소드가 일상성에 근거하고 있어서 어떤 관객들에게는 매우 크게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 힘은 각각의 캐릭터가 지닌 특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베스와 지지, 메리 등의 여성 캐릭터는 물론이고 벤, 코너, 알렉스 등의 남성 캐릭터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형이죠. 

    그런데 이 영화와 캐릭터들에게 몰입하는 정도는 남성 관객보다 여성 관객의 경우가 훨씬 많아 보입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여성의 시각으로 진행되기도 하거니와, 남성 캐릭터 보다는 여성 캐릭터들의 디테일이 더 살아 있는 점이 그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들은 대체적으로 일관성이 없는 행동을 보여줍니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남성에 대한 시각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그 점으로 인해 참신한 것 같던 영화가 후반부에 들어서 지극히 평범하고 상투적인 결말을 보여주게 됩니다. 

    반면에 여성 캐릭터들은 대체적으로 끝까지 일관성을 유지하며 영화의 흐름을 이끕니다. 많은 여성 관객들이 이 영화의 여성 캐릭터들에게 감정을 이입시키며 공감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일상적인 디테일이 살아있는 캐릭터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과 동일시하는 효과를 유발합니다. 실제로 이 영화를 본 많은 여성들이 지지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제나인의 강박증에 공감하더군요. 

    하지만 남성 관객들은 극중 캐릭터들에게 그다지 크게 공감하지도 않고, 영화 자체에도 그리 만족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차이는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들의 행동에 일관성이 없기 때문인 듯 합니다. 영화 초반에 그들은 남자들의 속성을 제법 그럴듯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준비된 해피엔딩을 위해 급격하게 변화하는 모습은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남자 캐릭터들의 그러한 변화는 거의 모든 여성들이 갖고 있는 일종의 판타지에 부합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영화가 유독 여성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여성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디테일한 성격과 행동에 공감하고, 남성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해피엔딩 판타지까지 곁들여지니 여성관객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인 셈이죠.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그녀는 이 영화에게 반했다' 그러나 '그는 이 영화에게 반하지 않았다'가 되겠습니다. 







    수다 1. 이 영화는 여러 명의 캐릭터들이 서로 얽혀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데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캐릭터는 지지(지니퍼 굿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지지가 듣게 되는 말이죠. 위에서 얘기했듯이 지지는 가장 많은 여성들이 감정 이입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주변에서 수많은 지지를 봐왔습니다. 남자에게 목매고, 쉽게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상처만 받고마는 여성형 말입니다. 그런 여성들은 남자를 만날 때 남자가 보기에 그 남자는 절대 좋은 남자가 아닌데 자신만은 이 남자가 행복을 가져다 줄거라고 굳게 믿고는 하죠. 그러다가 갖은 모욕을 받고 눈물 흘리면서 돌아서지만 한번 겪고나서도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합니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A양도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A양은 여러 친구들과 어울린 술자리에서 한 남자에게 꽂힙니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 남자가 은연중에 그런 마음을 드러내도 A양은 포기하지 않았죠. 결국 둘은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남자는 L양을 결코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그 남자는 당시 군복무 중이었는데 가끔 휴가를 나오면 A양이 혼자 사는 집으로 찾아가는 정도였습니다. 육체적인 관계에만 탐닉했던 셈이죠. 반면에 A양은 그의 부대까지 면회를 갈 정도로 열성적이었습니다. 당연히 둘은 오래가지 않아 헤어지게 됩니다.

    한동안 혼자 지내던 A양은 가끔 가던 미용실의 미용사에게 대시를 받습니다. 들어보니 이 미용사는 자신이 어렸을 적에 조직 생활 비스무리한 것을 한 적이 있고, 그 때 사놓은 아파트도 있다는 둥, 그다지 자랑스럽지 않은 내용을 허풍처럼 떠벌리는 믿음직스럽지 못한 인간이었습니다. 저는 그 남자가 믿을만한 사람이 아닌 것을 알아보고 A양에게 간접적으로 너무 깊게 사귀지는 말 것을 조언했지만 A양은 이미 그 남자에게 푹 빠져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얼굴은 잘 생겼더군요. A양은 그 남자와 사귀면서 둘이 놀러다니기 위해 차도 구입합니다. 연식이 얼마 안 된 준중형 승용차를 천만원 가까이 주고 샀었죠. 한동안 그 차를 이용해 여기저기 즐겁게 놀러다니는가 싶더니 사고가 납니다.

    남자가 운전을 하다가 시골길에서 오토바이에 탄 할아버지 할머니를 살짝 치었는데, 치료비 등의 비용이 천만원이 넘게 나온 것입니다. 문제는 가족한정으로 돼 있던 상황에서 남자가 운전했기에 보험처리가 되지 않아 그 많은 돈을 고스란히 물어내야 했다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이 남자는 A양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더니 다른 지역 미용실로 가버립니다. 사고 비용을 자기 돈으로 물어내고 있던 A양은 그때까지도 미련스럽게 이 남자를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어떤 여자가 받더니 "왜 자꾸 우리 OO오빠한테 전화하세요!? 앞으로 전화하지 마세요!"라는 황당한 얘기를 듣게 됩니다.  

    몇 개월전 새벽 세 시에 술 취한 목소리로 울면서 제게 새로 사귄 남자 친구에게 받은 상처를 하소연하던 B양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B양은 소개로 동갑내기 남자를 만나 사귀게 됐지만 오래가지 않아 서로 너무나 안맞는 것을 알게 됩니다. B양은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여행 다니는 것도 좋아하는 밝고 쾌활한 성격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몇 년을 사귄 여자 친구와 헤어진지 불과 몇 개월 밖에 안된 이 남자는 B양이 여행을 가자고 해도 시큰둥, 크리스마스 데이트를 즐기는 자리에서도 시큰둥,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도 시큰둥이었습니다.

    심지어 핸드폰에 예전 여자 친구의 사진을 그대로 갖고 있다가 들키기도 했습니다. B양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고 이 남자는 아직 예전 여자 친구를 잊지 못해 새로운 여자를 사귈 마음이 안된 것 같으니까 단호하게 헤어지라고 얘기했더니 B양은 그래야겠다고, 자기가 너무 힘들어서 안되겠다고 얘기하더군요. 그 후 한동안 연락이 없었고 저도 따로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친구에게 둘 사이를 물어보니 그 후로 잘 지내고 있다고 하더군요. 남자가 개과천선했거나 B양이 미련스럽게 굴거나 둘 중에 하나일텐데, 남자가 개과천선하는 것이 <그녀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처럼 쉽게 벌어지는 것은 아니죠.

    이렇게 남자 앞에서 미련스럽게 행동하는 여성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그녀들이 흘린 눈물은 그대로 통속극의 소재가 되기도 하죠. <혐오스런 마츠코의 전설>의 마츠코도 그런 쪽으로 전형적인 여성입니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서 지지는 비교적 밝게 그려지지만 현실속에서 이런 유형의 여성들은 지지보다 마츠코에 더 가깝습니다. 훨씬 궁상맞고, 훨씬 괴로워하고, 훨씬 큰 상처를 받게되죠. 다만 '이것이 사랑이야!'라고 느끼는 순간만큼은 그녀들이 모두 똑같아집니다. 그녀들이 좀 덜 아프고, 좀 더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미련스러운 여성에게 사랑은 늘 가혹합니다.


    수다 2.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사랑을 대하는 젊은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이 그려진다는 점에서 일본 영화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와도 비슷합니다. 밝은 모습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지지는 사토코(이케와키 치즈루)와 닮아있고, 강박증에 가까운 제나인은 토코(나나난 키리코)와 닮아 있습니다.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도 많은 여성들이 캐릭터에 공감하고 감정 이입하기 쉬운 영화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서처럼 남자들이 거드는 해피 엔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그녀들은 남자들 없이도 서로를 보듬어주는 방법을 깨닫게 됩니다.   


    수다 3.
    어쩌다보니 수다가 본문보다 길어졌네요. 제니퍼 코넬리는 이 영화에서 다른 때보다 예쁘지 않게 나오더군요. 캐릭터 때문인지 늘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있는 듯 했습니다. 드류 베리모어도 출연 분량이 적어서 거의 존재감이 안느껴질 정도입니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다른 배우들보다 덜 유명한 지니퍼 굿윈은 거의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처음부터 통통튀는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로 인해 그녀를 좋아하는 팬들이 부쩍 늘 것 같은 느낌입니다.


    수다 4.
    스칼렛 요한슨! 이건 뭐... 그녀의 육덕진 매력은 말이 필요 없습니다. 아주 그냥 ㅎ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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