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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종 드 히미코 - 동성애자의 삶과 사랑
    영화 이야기/감상 2009. 4. 25. 15:57


    메종 드 히미코
    감독 이누도 잇신 (2005 / 일본)
    출연 오다기리 죠, 시바사키 코우, 타나카 민, 니시지마 히데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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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종류의 일본 멜로 영화는 참 세련된 방식으로 관객의 감성을 움직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고, 때로는 적당히 웃겨주고, 또 언제 그랬냐는듯이 아무 관심없는 척 덤덤하고. 마치 너무 깔끔해 밍밍한 느낌마저 들면서도 혀 끝을 살짝 긴장시키는 초밥의 맛 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보통 일본 음식의 맛은 얼큰하고 진한 맛을 자랑하는 우리네 음식과 차이가 있는데요, 제게는 그러한 음식 맛의 차이가 우리 영화와 일본 영화의 차이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일본 영화 중 <메종 드 히미코>와 같이 감정의 과잉없이 관객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할 말은 다하는 영화를 흔히 볼 수 있지만 우리 영화에서는 그러한 영화를 찾아보기가 일본에 비해 쉽지않습니다.

    <메종 드 히미코>는 그렇게 제가 갖고 있던 일본 영화에 대한 인상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주는 영화였습니다. 이미 조제와 츠네오의 사랑이야기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던 이누도 잇신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비슷한 스타일로 동성애자들의 사랑과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선 잘생긴 게이와 못생긴 여자(영화상에선 다들 그녀를 못생겼다고 하더군요.)의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영화의 제목인 <메종 드 히미코>는 도쿄의 유명 게이바의 마담이었던 히미코(타나카 민)가 은퇴하면서 세운 게이들을 위한 양로원의 이름입니다. 히미코는 죽음을 앞둔 말기 암환자입니다. 히미코의 젊은 연인 하루히코(오다기리 죠)는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그를 위해 그의 딸 사오리(시바사키 코우)에게 양로원에서 일을 해달라고 부탁하죠. 사오리는 어린 자신과 엄마를 버린채 떠났던 아빠에 대해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갖고 있지만 돈이 궁해 양로원에서 일을 하기로 합니다.


    거기서부터 영화는 아빠로 인해 게이들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던 사오리가 점점 아빠와 화해의 분위기를 나누고 양로원의 게이 영감님들과도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립니다. 다분히 상투적인 진행이죠. 하지만 앞에서 얘기했듯이 일본 멜로 영화 특유의 스타일은 이런 식상한 전개 마저도 신선하게 포장하는 힘이 있는 듯 합니다.



    어느 날, 하루히코와 사오리는 요양원 식구들과 나이트클럽에 갑니다. 그곳에서 함께 춤을 추다 미묘한 감정을 느낀 둘은 갑작스레 키스를 하게 됩니다. 결국 함께 침대에 오르지만 하루히코는 사오리를 안을 수 없었습니다. 하루히코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사오리를 안지 못했던건 단지 사오리가 애인의 딸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가 여자를 안지 못하는 남성 동성애자였기 때문이죠.

    이처럼 하루히코와 사오리가 서로에게 끌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은 좀 작위적인 느낌도 들지만 그들의 관계가 진행될수록 넘치지 않고 적당히 덤덤한 스타일로 그려내며 영화의 주제를 보여줍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이 장면 바로 전 장면에서 히미코의 입을 빌려 친절하게 하루히코의 이러한 시련을 상징적으로 설명해줍니다. 병세가 악화돼 먹을 수 없는 체리를 손에 들고 히미코는 이러한 말을 하죠.

    "먹을 수 있을땐 알지 못했는데 너무 아름다워. 마치 보석같아.." 

    히미코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아 어린 딸과 아내를 놔두고 떠나버린 과거가 있습니다. 그의 그러한 과거로 미루어볼때 체리를 보며 보석같다고 한 말은 자신의 아내와 딸을 가르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루히코에게는 사오리가 히미코의 체리와 같은 존재였겠죠. 훗날 양로원을 떠나는 사오리에게 하루히코는 사오리와 잤다는 그녀의 직장 상사가 부럽다는 얘기를 합니다. 하루히코의 얘기를 듣고 사오리는 그만 울음을 터뜨립니다.

    어려서는 게이의 삶을 찾아 떠난 아빠에게 버림받고, 자라서는 하필이면 아빠의 애인이자 게이인 남자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껴 한 번 마음껏 안겨보지도 못하고... 이게 무슨 전생에 동성애자와 원수라도 진 운명인건지. 사오리가 잔뜩 찡그린 채 우는 얼굴을 보니 그녀의 착잡한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더군요. 



    어떤 면에서 <메종 드 히미코>에 등장하는 게이들의 삶은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들도 자신의 성정체성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은 겪지 않아도 될 깊은 시련을 경험합니다만 그만큼 자신들의 주변사람들에게 작지않은 상처를 주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적어도 그들은 용기를 내 세상의 조롱섞인 시선을 이겨내고 자신들이 진정 원하던 것을 어느정도 누리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 영화가 이런 얘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겠지만 사오리의 우는 모습을 보고는 그들만 상처 받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오래전에 뉴스잡지에서 동성애 성향이 선천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내용의 연구결과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의 성정체성에 관한 문제가 단순히 취향의 선택이 아니라 자신들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결정되어져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이 내용을 모든 동성애자들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그후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면 그들에게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강요할 수는 없는게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영화속에 등장하는 게이들의 삶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제가 아직 동성애에 대해 편협한 태도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화해와 이해를 얘기하는 <메종 드 히미코>를 본 후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됐네요. 






    수다1. 오다기리 조의 매끈한 턱선을 보곤 살을 좀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얘기하자면 저는 남자니까 살을 뺀다기보다는 몸관리라고 하는게 덜 이상하겠네요. 언제부터인지 하루가 다르게 얼굴 라인이 둥글둥글해지고 있는데요, 오다기리 조의 턱선을 보니 자꾸 갸름했던 옛날 생각이...ㅠㅠ  벨트를 매지않고도 맵시가 유지되는 옷차림에도 계속 눈이 가더군요. 뱃살형 인간은 감히 엄두도 못낼 스타일이죠. ㅠㅠ


    수다2. 영화속의 나이트 클럽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무척 흥겨운 분위기던데 원래 일본의 나이트클럽 풍경이 그런가요? 모두가 노래에 맞춰 똑같은 춤을 추는게 재밌어 보였습니다. <킬빌>의 녹엽정에서도 밴드의 연주에 맞춰 함께 어울려 비슷한 춤을 추던데, 둘 다 보면서 너무 좋아했던 장면들입니다.

    수다3. 히미코를 연기한 타나카 민이라는 배우. 무척 멋지더군요. 긴자 유흥가를 평정한 게이바의 마담다운 풍채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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