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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왓치맨 오프닝 크레딧 속의 패러디 요소들
    영화 이야기/수다 2009. 3. 19. 08:40




    알고보면 더 재밌다 - 왓치맨 오프닝 크레딧 속의 패러디 요소들


    지난 <왓치맨> 포스트에서 얘기했듯이 <왓치맨>의 오프닝 크레딧에는 무척 재밌는 패러디 요소들이 가득합니다. <포레스트 검프>와 비슷한 방식으로 실제 역사 속 인물을 등장시키거나 널리 알려진 그림, 또는 사진을 패러디하는 식으로 <왓치맨>의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있죠. 비록 <왓치맨>은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이기 때문에 재미없게 보신 분들도 많겠지만 아마 그런 분들도 <왓치맨>의 오프닝만큼은 다시봐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정리해봤습니다.

    <왓치맨> 오프닝 동영상은 여기를 누르시면 볼 수 있습니다.







    <왓치맨>이 배트맨의 탄생을 막았다?




    <왓치맨> 오프닝 크레딧의 첫 장면입니다. 1대 나이트 아울이 총든 강도를 때려잡고 있습니다. 처음 볼 때는 무심히 지나쳤는데 이 장면에도 이스터 에그가 숨어 있네요. 나이트 아울이 강도를 때려잡는 저 곳은 다름아닌 고담 오페라 하우스의 입구 앞. 뒷 쪽의 벽을 보면 'GOTHAM OPERA HOUSE'라고 표시된 게시판이 보입니다. <배트맨 비긴스>에서 어린 브루스 웨인이 부모와 함께 오페라를 보다가 무서워서 나가자고 졸라댄 장면과 연관이 있죠. 나이트 아울이 강도를 막았으니 <왓치맨>에선 '배트맨'이 탄생할 여지가 없었다는 농담쯤으로 보면 되겠네요.




    'ENOLA GAY'가 'MISS JUPITER'로










    에놀라 게이(Enola Gay)는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한 B-29 수퍼 포트리스에 붙여진 애칭입니다. 기장인 폴 티베트 대령이 자신의 어머니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하네요. <왓치맨>의 오프닝에서는 'ENOLA GAY' 대신 'MISS JUPITER'라는 글자와 함께 1대 실크 스펙터였던 샐리 주피터의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샐리 주피터가 그만큼 인기가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기체 번호인 82와 테일 마크 R은 그대로 둬 에놀라 게이에 관한 패러디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있네요.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의 V-J Day in Times Square






    V-J Day는 Victory over Japan Day 즉, 미국이 일본을 상대로 태평양 전쟁에서 승리한 날을 가리킵니다. 미국 시각으로는 1945년 8월 14일. 우리 시각으로는 8월 15일 광복절이죠. 이날 뉴욕의 타임스 광장에서는 승전을 축하하는 퍼레이드가 열렸는데, 라이프지의 사진 기자였던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Alfred Eisenstaedt)는 그곳에서 역사에 길이남을 유명한 사진찍게 됩니다.

    이 사진이 <왓치맨>에선 해군 병사 대신 실루엣이 간호사와 키스하는 장면으로 패러디 됐습니다. 실루엣의 왼손 모습이라든지 뒷쪽의 해군 병사의 모습 등을 실제와 거의 같게 재현한 것이 눈길을 끄네요. 이어지는 장면에서 실루엣과 저 간호사는 연인이 되어 몇 번 더 등장합니다만 끝은 비극이네요. 실루엣은 1대 왓치맨 캐릭터라 영화에서는 오프닝 크레딧에만 등장합니다. 꽤 매력적이던데 너무 조금 등장해 아쉽더군요.



    샐리 주피터와 미니트맨 최후의 만찬








    1대 실크 스펙터인 샐리 주피터는 결혼 후 수퍼 히어로의 자리에서 은퇴합니다. 임신한 샐리 주피터가 은퇴 기념식에서 동료 왓치맨들과 함께 만찬을 즐기는 장면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했습니다. 코미디언과 샐리가 눈을 마주치고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네요. 처음 볼땐 무심히 지나쳤을 장면인데 다시 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장면입니다.




    케네디 암살범은 코미디언?






    알려진 바에 의하면 케네디는 1963년 11월 22일 달라스에서 리 하비 오스왈드에 의해 암살됩니다. <왓치맨>에선 코미디언이 케네디를 암살한 것으로 그려집니다. 앞서 실루엣과 간호사의 키스 장면과 마찬가지로 이 장면도 실제 케네디 암살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냈습니다. 영화관에서 큰 화면으로 볼때는 케네디의 후두부가 총에 맞고 튀어나가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보이더군요. -_-; 불과 몇 초 안되는 장면을 저렇게 정교하게 재현해내기 위해 얼마나 쌩고생을 했을까요? 이 친구들. 참 대단합니다. 



    베트남 전쟁 확산의 시발점이 된 틱 꽝 득 스님의 분신







    1963년 6월 11일. 사이공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67세의 노승 틱 꽝 득 스님이 분신합니다. 불교 용어로는 소신공양(燒身供養)이라고 하더군요. 틱 꽝 득 스님은 당시 고 딘 디엠 정권의 독재와 반불교 정책에 항의하는 뜻에서 분신했는데요, 그는 온 몸이 화염으로 뒤덮인 상황에서도 가부좌를 튼 자세를 전혀 흐트러짐 없이 유지하는 모습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틱 꽝 득 스님의 분신으로 고 딘 디엠 정권에 대한 국내외 여론이 더욱 악화돼 결국 그 해 11월 군부 쿠데타로 고 딘 디엠 정권은 축출되고 맙니다. 이후 미국은 베트남 전쟁의 수렁 속으로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되는데요, <왓치맨>에선 이 사건이 1대 실크 스펙터인 샐리 주피터가 화려했던 과거를 잊지못해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는 장면에서 텔레비전 속 화면으로 등장합니다.




    마르크 리부의 총칼 대신 꽃을










    1967년 워싱턴에서 대규모 반전시위가 열렸습니다. 한창 히피 문화가 휩쓸고 있던 당시 미국의 젊은이들은 꽃의 세대(flower generation)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총칼을 든 군인들 앞에 꽃을 들고 평화를 요구했었죠. 마르크 리부(Marc Rivoud)가 펜타곤 앞에서 찍은 저 사진은 무력에 대한 평화적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소총에 대검을 착검한 채 대치 중인 군인에게 온화한 표정으로 두 손 모아 꽃을 들이대는 여성의 모습은 볼 때마다 경외심이 들게 합니다. <왓치맨>에선 실제 사진 속 여성보다 훨씬 히피스러운 여성이 꽃을 들이댑니다만, 결말이 좀 시니컬하네요. 이런 게 <왓치맨>의 매력이라면 매력이죠.



    앤디 워홀의 나이트 아울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대표작 '마릴린'이 <왓치맨>에선 '나이트 아울'로 등장합니다. 앤디 워홀이 '나이트 아울'을 발표하는 듯한 자리 옆에는 그와 절친했던 작가 트루먼 카포티가 특유의 패션을 뽐내며 다정하게 서있네요. 왓치맨 활동을 그만두고 나서는 눈도 잘 보이지 않고, 잘 서지도 못하는(응?) 나이트 아울이 한때는 참 잘 나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 54와 오지맨디아스













    1977년 뉴욕 맨해튼에 문을 연 스튜디오 54는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중반까지 디스코를 비롯한 미국 대중문화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왓치맨>의 오프닝에서는 오지맨디아스가 등장하는 장면의 배경으로 나옵니다. 오지맨디아스의 뒤에 당시 최고의 인기 스타들인 데이빗 보위, 믹 재거, 빌리지 피플이 보이는군요. 오지맨디아스가 데이빗 보위와 쿨하게 악수하는 모습에서 백만장자다운 포스가 느껴집니다. 역시 쿨가이!

    그런데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원작에서는 오지맨디아스와 로어셰크가 동성애자임을 암시하는 대목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 얘길 듣고나니 어쩐지 오지맨디아스 쟤 느끼한 표정에 보라색 수트가 좀 묘했던 것 같아요. 그럼 로어셰크는! 응!? - 잠본이님 댓글을 읽고 내용 추가합니다. 잠본이님께서 알려주신 원작의 내용에 따르면 오지맨디아스와 로어셰크가 동성애자임을 암시하는 대목은 없다고 합니다. 다만 영화 후반부에 나이트 아울과 로어셰크가 오지맨디아스의 컴퓨터를 살펴 보던 중 'BOYS'라는 폴더가 보이는데 이 장면을 두고 왓치맨의 팬들은 오지맨디아스의 성적 취향이 드러난 장면이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5분여의 <왓치맨> 오프닝 크레딧에는 닥터 맨해튼이 케네디와 악수는 장면, 달에 착륙한 우주인의 사진을 찍어주는 장면, 후르시초프와 카스트로가 붉은 군대의 사열을 받는 장면 등이 있습니다. 모두가 놓치기 아까운 흥미로운 장면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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