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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 도쿄에서 외롭게 살아가기
    영화 이야기/감상 2009. 1. 22. 01:51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감독 야자키 히토시 (2006 / 일본)
    출연 이케와키 치즈루, 나카고시 노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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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2006, 일본)

    감독  야자키 히토시
    출연  이케와키 치즈루, 나카고시 노리코, 나카무라 유코, 나나난 키리코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연애하게 해주세요. 사토코



    사토코(이케아키 치즈루)는 풍속업소(우리식으로 얘기하면 매춘업소)의 전화 상담원으로 일하며 점장의 추근덕거림을 받습니다. 그녀는 울부짖으며 남친의 다리를 붙잡고 시장바닥을 질질 끌려가며 매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매정하게 버림받은 후 '연애하고 싶어'를 입에 달고 삽니다. 심지어 돌멩이 하나를 주워다 신으로 여기며 '하늘이 푸르다, 별이 아름답다와 같은 쓸모없는 얘기를 해도 공감할 수 있는 애인이 생기게 해주세요.'라고 밤낮 기도합니다.

    목관을 침대 겸 탁자로 사용하는 아키요



    아키요(나카무라 유코)는 사토코가 전화 상담원으로 일하는 풍속업소의 인기 있는 콜걸입니다. 일을 할 땐 깜끔한 정장 차림 속에 자극적인 검은색 속옷과 가터벨트까지 갖추고 나가지만 한 달에 한 번 마음 속으로 좋아하는 대학 동창을 만나러 갈 땐 멋없는 뿔테 안경을 쓰고 물 빠진 청바지에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나갑니다. 방안에 관을 가져다 놓고 그 안에서 잠을 자는 그녀에게 유일한 생활의 낙은 좋아하는 대학 동창을 만나 술 마시며 대화하는 일입니다. 그녀는 풍속업소에서 일하며 번 돈을 모아 멋진 5층짜리 맨션을 사서 혼자 사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워커홀릭 토코


    토코(나나난 키리코-동명의 만화가 원작인 이 영화의 원작자이기도 합니다)는 음식을 한번에 몰아서 먹고 바로 토해버리는 예민한 성격의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그녀는 함께 사는 치히로(나카고시 노리코)가 왠지 못마땅합니다. 어느날 신의 모습을 그려달라는 청탁을 받고 성격이 더 날카로워진 상태에서 몇개월전에 헤어진 남자친구의 결혼안내장을 받게 됩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큰 소리로 웃으며 다 지난 일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어느날 일러스트 작업에 몰두하던 중 갑자기 스케치북 한 구석에 연필로 남친의 이름을 쓰며 '죽어버려'라고 분노를 표합니다.



    상냥한 외로움쟁이 치히로




    치히로는 현모양처를 꿈꾸는 상냥한 성격의 사무직 여직원입니다. 늘 친절하고 여성적인 성격탓에 동료 여직원의 시샘을 받습니다. 상냥한 성격만큼이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그녀는 늘 자신과 함께 있어줄 남자를 찾아 헤맵니다. 어쩌다 운명적이라고 여겨지는 상대를 만나게 되지만 지금까지 그녀에게 상처만 주고 사라진 남자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함께 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녀의 생일. 그녀는 스스로에게 선물할 구두를 고르고, 여기저기 전화해 함께 있어 줄 남자를 찾습니다. 결국 누군가를 만나지만 그는 한바탕 섹스 후 숨을 헐떡이며 생일 축하 노래와 함께 그녀의 얼굴에 부카케를 해버리는 쓰레기일 뿐입니다. 아무에게나 위로받고 싶었지만 누구에게도 위로 받을 수 없었던 그 상황에서 룸메이트인 토코의 전화를 받습니다.


    사토코와 아키요, 치히로와 토코



    이렇게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는 도쿄에 사는 네 명의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입니다. 그녀들은 모두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최근 국내에 소개되는 일본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외양을 갖고 있습니다. 담백하면서도 재치있고, 칙칙한 가운데서 산뜻함을 드러내는 그런 스타일입니다. 그렇게 일본 영화 특유의 스타일로 위로가 필요한 네 명의 여성들의 일상을 들여다봅니다.


    이 영화의 시선은 오프닝에서 등장하는 사토코의 '시장바닥에서 남친의 발에 매달려 질질 끌려가는 씬' 딱 한번을 제외하곤 절대 오바하는 법이 없습니다. 심지어 꽤 자극적일 수 있는 정사씬에서조차 카메라는 그 어떤 감정의 개입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가만히 들여다보기만 합니다. 그런 식으로 담백한 화면은 마치 '그녀들은 모두 스스로 이겨낼 수 있어. 그녀들에게 동정따윈 필요없다고!'라고 관객들에게 항변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속에서 그녀들은 무수히 상처받고, 아파하고, 괴로워하면서도 결국 모든 시련을 스스로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로에게 의지하기



    하지만 그렇게 담백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 펼쳐지는 그녀들의 아픈 일상을 대하며 영화의 스타일처럼 덤덤한 시선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녀들의 일상을 보고 있노라면 염치없이 끼어들어 마구 참견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사토코와 치히로의 자상한 남자친구가 되어 사토코의 쓸모없는 얘기를 들어주고 치히로와 함께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어집니다.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토코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토닥거려주고(등을 두드려주는게 더 도움이 될지도) 아키요의 짝사랑에 훈수를 두고 싶어집니다.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턱없이 오지랖만 넓어서 영화 한 편 보고 별 생각을 다합니다. 내가 그녀들의 일상에 참견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누군가가 나의 일상에 들어와 참견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면 좋겠습니다. 제 일상은 스크린 속에서 펼쳐지는 것이 아니니까 당장이라도 환영할텐데요.


    이렇게 저는 누군가가 나의 일상에 끼어들어 마구 시시콜콜한 것까지 참견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마 꼭 그런 상황이 아닌 관객이어도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를 보면 그녀들의 일상에 끼어들고 싶어질 듯 합니다. 혹은 자신의 일상과 많이 비슷하다고 느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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