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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쌍화점의 미덕과 해악
    영화 이야기/감상 2009. 1. 8. 10:56
    쌍화점
    감독 유하 (2008 / 한국)
    출연 조인성, 주진모, 송지효, 심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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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있습니다.

    쌍화점은 현재 국내 개봉작들 중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미 개봉전부터 송지효의 과감한 노출과 조인성, 주진모의 강도높은 동성애 씬으로 화제가 되었는데요, 개봉이후 영화를 감상한 관객들의 평가가 쏟아지면서 더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고려 말 왕궁에서 벌어지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왕과 호위무사의 동성애 관계와 왕후와 그 호위무사의 금지된 관계가 겹쳐진 다소 부담스러운 사랑 이야기입니다. 원 간섭기의 고려 왕으로서 친원 세력의 음모에 맞서는 정치적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큰 비중은 없습니다. 주가 되는 사랑 이야기의 도구 정도로만 등장합니다.  

    원 간섭기의 고려 왕(주진모)은 자신의 친위부대인 건룡위의 총관 홍림(조인성)과 동성애 관계입니다. 왕의 후사 문제와 관련해 원나라의 압박이 거세지자 여자를 품을 수 없었던 왕은 홍림을 왕후(송지효)와 합궁시킵니다. 왕후와 홍림은 왕의 명령에 처음엔 거부감을 갖지만 육체적 정을 나눈 두 사람은 점점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뜨거운 관계로 발전합니다. 그 후 왕의 눈을 피해 틈날 때 마다 정사를 즐기는 홍림과 왕후, 그리고 홍림을 지극히 사랑하는 왕은 삼각 관계를 이루며 점점 비극으로 치닫습니다.

    이렇게 영화의 내용은 단순히 말하자면 삼각 관계 이야기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평범한 삼각 관계가 아니라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왕과 왕후의 다툼이라는 점에서 일단 흥미를 끕니다. 최고의 꽃미남 배우로 군림(?)하고 있는 조인성과 주진모의 부담스러울 정도의 동성애 장면과 송지효의 과감한 노출도 이 영화의 흥미 요소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모양새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거슬리는 점은 캐릭터들의 관계와 내면의 변화가 공감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우선 영화의 큰 줄기 중 하나인 왕과 홍림의 관계를 살펴보면 영화의 도입부에서 이들의 각별한 관계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장면에서 왕은 사춘기를 막 지난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고, 홍림은 아직 어린이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어린 홍림을 바라보는 소년 왕의 눈빛은 이미 매우 특별합니다. 둘이 처음 대면하는 장면에서 홍림의 모습이 아직 어린 꼬마에 불과했다는 것은 홍림의 성 정체성이 자의가 아닌 왕에 의해 결정된 것임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 설정으로 인하여 훗날 홍림이 왕후와의 육체적 관계에 탐닉하는 내용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도입부의 어린 시절 장면이 지나고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왕과 홍림이 등장합니다. 이때부터 왕과 홍림은 단순히 왕과 호위무사의 관계일 뿐만 아니라 다정한 연인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동성애 관계를 설정했다고는 하지만 영화 속에서 둘의 관계가 어쩌다 연인 관계로 발전했는지를 나타내주는 장면이 없었기에 극장 안의 많은 관객들은 둘의 다정한 모습이 갑자기 등장하자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립니다. 관객들의 웃음은 그외에도 영화가 상영되는 도중에 여러번 터졌습니다. 심지어 전개상 무척 심각한 장면인데도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리더군요. 이러한 관객들의 웃음은 유하 감독의 연출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합니다. 
     
    왕후가 홍림과의 원치 않는 합궁 이후 점점 그와의 육체적 관계에 빠져들게 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행동도 공감을 사기엔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원나라의 공주 신분으로 고려 왕에게 시집 와 고려의 왕후가 됐지만 한번도 왕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왕후가 혼자서 얼마나 외로웠을지는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렇게 자신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상대인 왕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홍림과의 합궁으로 육체적 쾌락에 처음 눈을 떠 주체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가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왕후의 캐릭터는 단순히 왕으로부터 사랑 받지 못해 외로워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고려의 왕후로서 친원 세력들에게 근엄한 목소리로 일갈하던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친원 세력을 견제하던 자주적인 고려 왕의 왕후인 동시에 든든한 정치적 동반자였던 셈이지요.

    그런데 왕후는 홍림과의 관계에 빠져들고부터는 너무도 쉽게 왕후로서의 위엄을 벗어 던져 버립니다. 홍림과의 관계로 처녀성을 잃고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떠가는 여자로서의 모습은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되지만 왕후로서의 지위와 신념을 헌 신짝 내다버리듯이 포기하는 모습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홍림에게 눈물 글썽이며 쌍화병을 먹이고, 궁을 떠나 어디라도 좋으니 도망가자고 애원하는 왕후의 모습은 그저 외로움에 지쳐 있던 한 명의 순진한 처녀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왕후는 홍림을 만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살까지 시도합니다. 이런 바보같은 행동을 하는 왕후가 친원 세력들을 꾸짖던 그 카리스마 넘치는 왕후였다니! 도무지 공감되지 않는 급격한 변화였습니다. 왕후의 이런 모습들이 공감을 얻으려면 초반에 등장한 왕후의 위엄 있는 모습들은 생략하거나 다른 식으로 설정되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처음부터 왕후가 위엄따윈 없고 그저 왕의 사랑을 갈구하며 외로움에 몸을 떠는 여린 캐릭터였다면 훨씬 자연스러웠을 겁니다.



    홍림의 경우는 왕과 왕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짜증만 유발하는 캐릭터였습니다. 이런 캐릭터에 대해 흔히 민폐 캐릭터라고도 하는데요, 처음으로 여자를 품어 본 혈기왕성한 청년의 방황이 이해 안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어리석은 처신으로 주변 인물들에게 피해를 주는 모습은 그저 짜증스럽더군요. 특히 어렵사리 왕에게 용서를 구했으면서도 다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버리는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인물들의 이런 행동들은 영화가 전개될수록 여러 행동들이 맞물려 자연스럽게 파국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파국을 정해놓고 거기에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 들어 무척 부자연스럽습니다. 단순히 육체적 쾌락에 빠져 눈 먼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전개이지만 이 영화는 고려의 왕과 왕후, 호위무사가 얽힌 이야기입니다. 충분히 드라마틱할 수 있었던 이야기가 공감하기 어려운 인물들의 내면 변화로 인해 지루한 치정극이 돼버렸습니다.

    그나마 왕의 캐릭터가 일관성을 가진 상태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쉽게 감정이입이 되는 캐릭터였습니다. 영화를 본 대부분의 관객들이 얘기하듯이 왕은 주진모의 뛰어난 연기가 더해져 이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빛을 발하는 캐릭터입니다. 다만 후사를 위한 왕후와의 합궁에 홍림을 선택했다는 것이 조금은 이상했습니다. 홍림을 그토록 사랑했다면 처음부터 질투심 때문에 합궁따위는 생각하지도 않았을텐데 왕은 아무렇지도 않게 홍림을 선택했고 결국 모든 파국이 거기서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왜 자신을 합궁시켰나는 홍림의 질문에 '너를 닮은 아이라면 너처럼 다정하지 않겠느냐?'라고 대답한 것을 보면 연인의 아이를 보고 싶다는 갈망 뭐 그런 의도로 홍림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왕은 적어도 홍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참을 때까지 참았고,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서까지 한 상태였으니까 후반부에 등장하는 그의 폭주도 이해되는 편입니다. 

    이렇게 쌍화점은 중심 인물들의 행동을 토대로 살펴보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영화입니다. 영화에 꽤 많이 등장하는 정사 장면도 감독의 의도와 달리 딱히 효과적으로 이용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유하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왕후와 홍림의 정사 장면을 통해 왕후가 처녀에서 여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나타내려고 했다고 하더군요. 그 말대로 영화상의 시간이 지날수록 왕후와 홍림의 정사가 점점 과감해지고 다양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의도였는지 정사 장면들이 전혀 꾸밈없이 날 것의 느낌으로 연출되어 있어 도리어 어색한 느낌이 듭니다. 무엇이든지 과하면 모자람만 못한 법인데 리얼함을 강조하려다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난 듯합니다.

    실제 역사 속의 사건을 모티프로 만들어진 영화인 만큼 보다 적절한 연출로 그럴 듯한 드라마가 탄생했다면 좋았을 텐데 쌍화점은 100억에 가까운 제작비 때문인지 볼거리에도 신경을 쓰다보니 드라마가 어색해진 영화였습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영화는 규모에 집착하는 경향이 큰데 쌍화점을 보면서 중요한 것은 스케일이 아니라 드라마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더군요. 애초에 금기에 빠진 왕실의 사랑을 다룰 목적이었으면 불필요한 곁가지를 과감히 쳐내고 캐릭터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적으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친원 세력과 왕의 갈등을 표현한 부분들은 영화 속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었습니다. 

    원래 유하 감독은 다양한 영화적 기교를 통해 때깔 좋은 화면을 보여주기 보다는 영화 속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에게 어필하는 감독이었습니다. 그러한 감독의 스타일 때문인지 쌍화점의 액션 씬이나 화려한 궁중 연회 장면은 독특한 색깔이 없이 평범한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결국 쌍화점은 고려 말기를 다룬 시대극으로써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지도 못했고, 금기된 사랑에 빠진 인물들의 내면을 표현하는데도 실패해 어정쩡한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수다 1. 송지효의 목소리가 원래 그렇게 카리스마 넘쳤었나요?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모습을 보니 '와~ 멋진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하지만 홍림과의 사랑앞에 급격히 무너져내리는 모습에선 '이건 아니잖아! 좀 더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줘!'라는 바람을 갖게 하더군요. 뭐.. "내일 자시에 다시 오겠다!"라고 할 때는 여전히 위엄 있었습니다만... 여배우로서는 정말 힘들었을 과감한 노출을 감행했음에도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져 손해를 볼 것 같습니다.

    수다 2. 조인성. 아.. 그 길다란 허벅지와 탱탱한 엉덩이! 하지만 상반신은 좀 별로더군요. 가슴팍이 생각보다 안 넓어 보였습니다. 조인성은 벗은 모습보다는 입은 모습이 더 멋진 것 같았습니다. 뭐. 매끈하게 차려입은 조인성은 말할 것도 없이 최고이니까요.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조인성을 캐스팅하는데 꽤 어려움을 겪어다고 하더군요. 비열한 거리 이후 한 작품 더 같이 하기로 얘기했지만 쌍화점은 노출이 워낙 많은 영화이다보니 조인성 측에서 망설였다고 합니다. CF스타로서 이미지를 관리해야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데요, 조인성 역시 쌍화점에서 워낙 찌질한 캐릭터이다 보니 안벗느니만 못한 것 같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정사 씬도 그다지 잘빠진 것이 아니고... 뭐 어쨌든 조인성이 과감하게 벗고 나오다보니 영화관안은 최근에 본 그 어떤 작품 보다도 아줌마 관객들이 많더군요. 쌍화점 흥행 스코어의 최소 60% 이상은 조인성의 엉덩이가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수다 3. 주진모는 참 멋졌지요. 사랑하고, 기다리고, 질투하고, 분노하고... 사랑에 빠진 사람의 다양한 감정을 모자람 없이 잘 표현했습니다. 그런 주진모 조차 영화 속에서 우스꽝스러워지는 장면이 있는데... 그놈의 '노래해! 노래해!' 타령..

    수다 4. 쌍화점에는 몇 번의 액션 장면이 등장합니다. 가장 큰 액션 장면은 야외에 소풍을 나간 왕의 일행을 급습하는 자객들과 건륭위의 싸움인데 꽤 큰 스케일로 벌어지는 액션 장면임에도 그다지 긴장감이 느껴지거나 멋진 화면을 보여주진 못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외국 영화를 통해 흔히 보던 것과 달리 힘이 넘치는 검술 액션이었지만 화면상에서 충분히 효과적으로 활용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흔히 우리 영화에서 보여주는 액션 장면들은 총기 액션이나, 검술, 맨주먹 액션을 막론하고 깔끔한 장면을 보여주지 못하고 그저 어지럽게 쏘고, 찌르고, 때리는 모습들만 펼쳐지는 느낌이 강합니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그게 실제에 더 가까운 모습이긴 하겠습니다만 영화 속의 액션 장면이라는 것은 연출의 개입을 통해 충분히 꾸밀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기에 그저 어지럽기만한 쌍화점의 액션 장면은 좀 아쉬웠습니다.   
     
    수다 5. 쌍화점에는 다양한 고어 씬이 등장합니다. 액션씬에서 칼로 푹푹 찔러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죠. 상대방의 팔이 댕강 잘려나가기도 하고, 참수형을 당한 머리가 성 밖에 걸린 장면도 그대로 나옵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이 영화의 가장 잔인한 고어 씬은 바로 '뿌리!'. 그 장면 보면서 움찔했을 남자 분들 많으실 겁니다. 개인적으론 '뿌리'가 잘려나가는 장면보다 그 이후 조인성이 말을 타는 장면이 더 잔인하더군요. 그 몸으로 어떻게 말을! 조인성이 탄 말이 다그닥다그닥 뛸 때마다 제 미간도 움찔움찔 거렸습니다.

    수다 6. 유하 감독은 90년대 초반 압구정동 오렌지족 문화에 관한 시집 <바람부는 날엔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를 통해 유명세를 얻게 됐습니다. 하지만 엄정화를 주연으로 연출한 영화는 쫄딱 망해서 당분간 영화 연출과는 담을 쌓고 살아야 했죠. 당시 MBC의 인간시대였던가에 유하 감독이 출연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유하 감독의 집이 나왔는데 그냥 자취방 같은 곳 한 쪽에 비디오 테잎 수십개가 쌓여 있던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납니다. 나레이션으로 유하 감독이 영화를 좋아해 비디오 테잎이 그렇게 많다며 그 중에는 포르노도 포함되어 있다고 나왔었죠. 족히 15년은 더 됐을 일인데 그 때의 공중파 방송에서 한 젊은 감독이 포르노를 즐긴다는 얘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던 것은 나름 충격이었습니다. 쌍화점의 과도한 정사 씬을 보고 나니 자연스레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네요.

    수다 7. 혹시 이 리뷰를 다 읽으신 분은 '그래서 쌍화점의 해악은 그렇다치고 미덕은 뭐란 얘기야?'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쌍화점의 미덕은 조인성 엉덩이입니다. 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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