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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낭소리 - 여든 노농과 마흔 노우가 전하는 묵직한 감동
    영화 이야기/감상 2009. 2. 2. 08:14


    워낭소리 (2009)

    Old Partner 
    8.9
    감독
    이충렬
    출연
    최원균, 이삼순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78 분 | 200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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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낭은 소나 말의 귀 밑으로 늘여서 달아 놓은 종을 말합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워낭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워낭소리>라는 낯선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그다지 끌리지 않았던 것도 그때문이었지요. 여기저기에서 <워낭소리>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지만 단어 자체가 생소하다보니 그냥 클릭도 안하고 지나치곤 했습니다. 그런데 여든 노농이 평균 15년을 사는 소를 30년이나 부리고 있다는 얘기는 단번에 제 흥미를 끌었습니다. 그래서 주말 저녁 함께 볼 사람도 없었지만 망설임없이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워낭소리>는 지금까지 개봉된 국내의 다큐멘터리 영화 중 가장 큰 입소문을 타고 있는 작품입니다. 콩심이는 노인을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가 떠오른다고 했지만 두 작품은 노인이 등장하고 다큐멘터리라는 점을 제외하면 전혀 다른 영화입니다. 어쨌든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콩심이의 엉뚱깽뚱한 비교와 상관없이 <워낭소리>가 상영되는 주말 저녁 극장안은 젊은 데이트 커플에서부터 중장년의 부부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개봉 3주차에 접어들고 있는 <워낭소리>는 저예산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점에 걸맞지 않게 흥행전선에서 꽤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입니다.




    <워낭소리>는 경북 봉화의 한 산골마을이 배경인 다큐멘터리입니다. 그곳에 사는 최원균 할아버지는 여든 평생 고된 농사일밖에 모르고 살아온 분입니다. 할아버지에겐 제 수명의 갑절을 더 산 늙은 소 한 마리가 있습니다. 소의 평균 수명이 15년이라는데 이 소는 마흔 살이 다 됐습니다. 할아버지는 이 소를 데리고 삼십 년이 넘게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워낭소리>는 할아버지와 소의 마지막 1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워낭소리>의 할아버지와 소는 여든과 마흔이라는 나이가 말해주듯이 모두 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몸에 지니고 있습니다. 어려서 침을 잘못 맞은 부작용으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는 일생동안 고된 농사일을 해 온 탓에 온 몸이 성한데가 없습니다. '아이 아파' 소리가 입에서 떨어질 날이 없지만 그래도 할아버지는 매일 이른 아침부터 해질 무렵까지 손에서 일을 놓지 않습니다. 40년을 일소로 살아 온 소 역시 이제는 살이 빠져 엉덩이 뼈가 다 드러나고, 눈에는 눈꼽이 덕지덕지 껴 몰골이 휑하지만 할아버지가 이끄는데로 딸랑딸랑 워낭소리를 울리며 느린 발걸음을 쉼없이 옮깁니다. 이제는 좀 쉴 법도 하건만 우직스럽기는 할아버지나 소나 마찬가지여서 당최 요령을 부리는 법이 없습니다. 그런 할아버지와 소의 우직함 때문에 할머니의 아이고 내 팔자야 타령만 가락을 더해갑니다.




    <워낭소리>는 삼 십년을 함께 지낸 할아버지와 소의 관계만으로도 무척이나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그 안에는 소재의 흥미성을 넘어서는 유쾌한 재미와 묵직한 감동이 곳곳에 담겨있습니다. 비록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소의 일상은 매일이 고단하지만 긴 세월을 지내는 동안 의지가 필요 없을 정도로 몸에 벤 일상이기에 모두들 그저 묵묵하기만 합니다. 입심 좋은 할머니조차 끊임없이 영감님 잘못 만난 팔자 타령을 하시지만 영감님이 탄 소 달구지가 오르막을 오를 땐 뒤를 밀어 줍니다. 

    이렇게 할아버지와 할머니, 늙은 소가 느릿한 산골 마을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에게 각기 다른 차원의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고향을 등지고 살아 온 중장년층의 관객은 <워낭소리>에서 묵직한 향수의 감동을, 가공된 것들에 익숙한 감성을 지닌 젊은 관객은 모처럼 흙내음 물씬한 감동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소를 위해 사료가 아닌 꼴을 베어다 먹이고 농약도 치지 않는 우직한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 때문에 덩달아 편할 날이 없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할머니. 제 수명의 갑절이 넘는 마흔살이 되어서도 죽기 직전까지 일만하다 간 늙은 소.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 준 <워낭소리>의 이충렬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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