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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더 - 불편한 진실, 도준이는 엄마와 잤을까
    영화 이야기/감상 2009. 6. 4. 07:30


    마더
    감독 봉준호 (2009 / 한국)
    출연 김혜자, 원빈, 진구, 윤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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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의 3년 만의 신작 <마더>는 지능이 떨어지는 아들 도준(원빈)이 살인 혐의를 받게 되자 아들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김혜자)의 얘기입니다. 어둡고 칙칙한 시골의 작은 읍내에서 어느 날 갑자기 여고생이 살해되자 경찰은 정신연령이 정상이 아닌 도준을 범인으로 지목합니다. 평소 하나뿐인 아들을 끔찍히 아끼고 보살피던 엄마는 당연히 자신의 아들이 그럴리 없다며 경찰을 대신해 직접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나섭니다.


    이때부터 영화는 숨겨진 정보를 하나씩 드러내며 스릴러 장르 영화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봉준호 감독은 여러 장면에서 특유의 연출 기교를 뽐내며 관객을 긴장으로 몰아 넣습니다. 낮인데도 컴컴한 약재상에서 작두질을 하는 엄마, 쏟아진 물이 잠자는 진태(진구)의 손끝을 향해가는 장면 등은 봉준호가 마음 먹고 관객을 긴장시키려 들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가끔 유머도 잊지 않고 보여주지만 이전 작품들에 비하면 웃음의 강도와 횟수 모두 빈약한 편입니다.

    엄마! 작두질은 밝은데서 해주세요.



    영화의 외양은 <살인의 추억>과 엇비슷합니다. 어둠이 내린 80년대 풍의 좁고 음침한 골목길, 경찰서 취조실, 쓰러질 것 같은 낡은 집, 추적추적 내리는 비 등은 <살인의 추억>의 배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합니다. 하지만 살인 사건과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 80년대라는 시대상에 주목하던 <살인의 추억>에 비해 <마더>는 '모성'이라는 인간 본성에 집중하면서 사회의 부조리는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마더>의 형사들은 80년대의 형사와 달리 폭력적이지 않고, CSI를 즐겨보는만큼 현장 보존에도 신경씁니다. 또한 무조건 잡아다 때리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나온 증거에 입각해 용의자를 취조합니다. 엄마의 외뢰를 받은 변호사도 불성실하고 타락한 것 처럼 그려지지만 그는 자신의 인맥을 동원하여 엄마에게 나름대로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합니다. 어린 접대부 옆에 끼고 술 판을 벌이면서도 제 할 일은 하는 변호사였던 셈이죠. 살해당한 여고생에 관한 얘기도 마찬가지로 그녀가 처해있던 상황 자체에 대한 직설적인 고발보다는 한 발 뒤로 물러서 관조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녀의 비극에 책임이 있는 남자들의 정체가 뭉뚱그려 표현됐기 때문입니다. 

    엄마한테만 얘기해



    이러한 태도 때문인지 <마더> 안의 현실은 어딘가 비현실적이고 낯설게 느껴집니다. 또한 어떤 면에서 <마더>는 상당히 불편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요, 관객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불편함은 엄마와 주변 남자들의 관계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남자에는 아들인 도준도 포함됩니다. 영화에서 도준이 엄마와 잤을까 하는 얘기는 분위기 묘사 뿐만이 아니라 직접적인 대사를 통해서도 여러 번 등장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마더>는 섹스를 서브텍스트로 삼은 영화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엄마와 아들의 관계 뿐 아니라 영화 전체가 성적 히스테리로 가득하다. 외적 스토리 자체도 그렇게 돼 있지 않나? 마을에서 죽은 여고생을 둘러싼 상황들. ..중략.. 이 영화는 넓은 관점에서 섹스를 하는 사람과 섹스로부터 차단된 인물이 누군지 나눠 보면 보이지 않는 히스토리가 정리될 거다.

    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술에 취해 발정난 채 돌아다니다 집에 들어와 엄마의 가슴을 만지고 자는 20대 후반의 도준, 친구의 엄마에게 맨살을 들이대며 남편처럼 구는 진태, 형사에게 장뇌삼을 주며 형사의 고등학교 시절을 얘기하는 엄마. 더 나아가 엄마에게 '자고가면 좋고'라고 얘기하는 고물상 노인 등.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영화 속 상황들이 모두 봉준호 감독의 의도였다는 얘기죠. 

    엄마의 남자들(?)



    이렇게 <마더>는 봉준호 감독의 의도대로 불편한 질실을 품은 영화입니다. 비단 위에서 얘기한 성적 함의 뿐만이 아니라, 영화의 주제이기도 한 모성에 관한 얘기도 대중적인 관점에서는 받아들이기 불편한 면이 있죠. 때문에 <마더>는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편입니다. <마더>는 데뷔작인 <플란더스의 개>를 제외하면 <살인의 추억>과 <괴물> 모두 평단과 관객의 엄청난 호평을 받았던 봉준호 감독이 흥행에 대한 부담을 덜고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풀어놓은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위 작품성에 대한 열망을 가진 감독들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이후에 종종 보여주는 모습이죠. 

    봉준호 감독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김혜자 선생'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그녀와 작품을 하게된 것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국민 엄마로 일컬어지는 배우와 함께 모성을 주제로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스크린에 펼쳐 보인다는 것이 감독으로서 얼마나 큰 기쁨이었을지 쉽게 짐작됩니다. 그런 작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살인의 추억>과 <괴물>이 없었다면 <마더>처럼 불편한 진실을 품고 있는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이처럼 많은 관객이 드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봉준호 감독 역시 이전 작품의 성공으로 인해 자신이 누리고 있는 이러한 호사(?)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는 듯 하더군요. 한 템포 쉬어가며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했으니, 이제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찍을 차례겠죠. 그래서 '김혜자 선생'과 함께 작업해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는 것과 동시에 다음 작품인 <설국열차>는 '파워풀하고 남성적인 오락 영화가 될 것이다.'라고 벌써부터 관객을 기대하게 만드는 얘기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수다.

    - <마더>는 봉준호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입니다. 중간에 미셸 공드리, 레오스 까락스와 함께 옴니버스 영화 <도쿄>를 연출하기도 했지만 국내에선 <괴물> 이후 3년 만의 신작이죠. <박쥐>는 박찬욱 감독의 3년 만의 신작이었습니다. 국내의 대표적인 실력파 감독인 두 사람의 작품 활동 텀이 너무 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팬은 늘 목말라 있는데 말입니다.

    - <마더>는 18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살인의 추억>은 15세 이상 관람가였죠. <마더>는 여배우의 가슴 노출 장면을 제외하면 <살인의 추억>과 비슷한 정도의 정사씬, 빈도와 강도면에서 훨씬 약한 사체 표현, 폭력 묘사로 이루어진 영화인데 18세를 받은 것이 이상하더군요. 6년 동안 심의 기준이 더 강화된 것일까요? 오해의 정부라서 그런 것일 수도.

    -  봉준호는 야매와 여성 상위 취향인가 봅니다. 위에서 <마더>에 <살인의 추억>과 비슷한 장면이 많다는 얘기를 했는데요, <살인의 추억>에서는 설영(전미선)이 야매로 주사를 놓고 다니더니, <마더>에서는 엄마가 야매로 침을 놓고 다니죠. 설영은 포토샵을 곧잘하는 읍내 사진관 미선으로 나와 엄마에게 침을 맞습니다. 여성 상위는 뭐... 알아서 생각들 하시길. 막상 얘기하려니 촘 부끄럽네요. ㅋ

    - 그 정도 생활 수준이면 쌀 정도는 지원이 됐을텐데 하필이면 쌀 때문이라니. 더구나 할머니와 여고생 둘이 쌀을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치매 할머니와 쌀떡 소녀의 캐릭터는 좀 생경하더군요.   

    - '비인기 종목이라고 무시하냐?' 세팍타크로 형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마치 군대 후임처럼 대사를 딱딱 끊어서 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크레딧을 보니 이름이 송새벽이더군요. 지금은 개봉 1주차가 지나서 그에 관한 기사도 많이 나오지만 처음 영화를 보고 왔을 때 프로필이 궁금해 포털에 '송새벽'이라고 검색해보니 '새벽을 여는 찬송' 이런 것만 나오더군요.

    - <마더>를 보면서 든 여러 생각 중 하나는 엄마가 짤라버린 변호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문제의 룸싸롱 장면에서 변호사는 자신의 동창인 정신과 의사, 그리고 사법연수원 동기인 검사를 대동하고 술판을 벌이고 있었죠. 이 사람들은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도준을 정신이상 소견으로 감형 시켜줄 수 있는 인물들이었습니다. 도준의 엄마는 아들의 무죄를 확신하고 있었기에 타협하지 않았지만 서울에서는 이빨 두 개 값도 안되는 돈으로 살인 사건을 맡아주며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그 정도까지 해준 변호사가 악덕 변호사라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그렇기에 변호사에게 부도덕한 이미지를 덧칠하기 위한 의도였을(?) 룸싸롱 장면은 어느 면에선 조금 아리송 했습니다.

    - 이건 좀 민망한 얘긴데, <마더>의 오프닝에서 김혜자 선생이 무표정하게 춤을 추는 모습에서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일빠 성향, 뭐 부드럽게 표현하자면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요. 일본 야동도 즐겨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_-;

    자알~ 생겼다!



    - 원빈의 연기는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좀 어색하기도 하고. 제대 이후 첫 작품인데 차라리 평범한 캐릭터로 컴백을 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어쩌면 진구의 연기가 워낙 뛰어나 원빈의 연기가 묻힌 것처럼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원빈의 얼굴이 클로즈 업 될때마다 여기저기서 여자 관객들의 감탄사가 뿜어져 나오더군요. 우리 도진이 형이 잘 생기긴 했죠. ㅋ

    - <마더>의 내용에 관해 엄청나게 다양한 해석들이 있더군요. 그중에는 정말 그럴듯한 내용도 있는 반면 지나치게 사소한 부분에 큰 의미를 두는 바람에 억지처럼 느껴지는 의견도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엄청난 떡밥을 뿌려놓은 셈이죠. 영화 한 편을 두고 그렇게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경험입니다. 봉 감독님 땡큐~!

    - 저는 사실 영화를 보며 한 가지 부분이 계속 궁금했는데요. 도준이 경찰서에서 진술서에 싸인을 하던 장면에 나온 날짜와 후반부 고물상 내부 장면에서 벽에 걸려 있던 일일 달력의 날짜. 달력이 계속 화면에 잡히는 것이 좀 걸리더라고요. 혹시 그 두 날짜 정확히 보신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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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썼던 봉준호 감독의 <괴물> 리뷰와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에 관한 글 링크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배우들
    괴물 - 반갑다! 우리 <괴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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