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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물 - 반갑다! 우리 <괴물> 영화
    영화 이야기/감상 2009. 6. 4. 18:44


    괴물
    감독 봉준호 (2006 / 한국)
    출연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변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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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괴물이 개봉했습니다. 괴물은 '드디어'라는 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첫 우리 [괴물]영화입니다. 그만큼 괴물을 기다린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올여름 우리 영화중 관객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한반도와 괴물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한반도는 개봉전부터 평단의 혹평과 강우석 감독의 전작들로 인해 별기대가 되지 않는다는 관객들도 많았던 반면, 괴물은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갖지 않는 분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기대를 받은 영화입니다. 게다가 괴물은 국내 개봉에 앞서 선보인 칸 국제영화제의 필름마켓에서 해외 관객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영화 팬들을 잔뜩 설레이게 했던 작품입니다. 영화팬들에게 이런 영화는 아주 좋은 선물이나 마찬가지죠.  

    그런데 괴물은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보통 생각할 수 있는 괴물 장르 영화와는 좀 차이가 있더군요. 왜 헐리우드의 그런 괴물 영화 있잖아요. 액션이 넘치고 주인공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초반에 괴물이 처음 등장해서 한강변을 휘젖는 모습은 그런 헐리우드 영화 못지않게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보여주는데요, 괴물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난 후부터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가미된 전형적인 한국형(?) 괴물 영화의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한강에서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씨 일가입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괴물이 하나뿐인 딸, 손녀, 조카를 납치해가면서 박씨 일가는 괴물과 맞서게 됩니다. 이들의 존재는 괴물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대목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괴물과 맞서게 되는 주인공들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어리숙하고 평범한 이들로 인해 괴물이 단순히 헐리우드를 흉내낸 액션 괴물 장르가 아닌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영화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괴물은 이 가족들이 사라진 현서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가족을 위협하는 존재가 괴물뿐만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족을 위협하는 또다른 존재는 우리 정부와 주한 미군 당국입니다. 그들은 한날한시에 수십명이 한꺼번에 죽은 상황에서도 뇌물이나 챙기려고 하거나, 있지도 않은 바이러스의 공포를 조장하면서 박씨 일가를 수배자로 만들어버립니다. 이런 내용들은 괴물을 자연스럽게 정치색을 띈 영화로 보이게 합니다. 이 점은 보는 이에 따라서 괴물의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다고 생각되네요. 우리 영화계에서 처음 시도된 괴물 영화가 좀 더 신나는 액션이 넘치고, 행복한 결말을 갖고 있는 헐리우드 스타일의 영화이길 바랬던 관객이라면 괴물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정치색과 블랙코미디적 요소들로 인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괴물은 박씨 일가를 중심으로 그려지면서 영화상에서 우리 정부와 주한 미군등의 역할은 지나칠 정도로 소극적이고 풍자의 대상만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그게 감독의 의도였고, 바이러스라는 설정을 집어넣었기 때문이겠지만 초반에 한강변에 바리케이트를 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군인과 경찰들이 그 이후로 영화속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괴물이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스펙타클한 모습을 느낄 수 없는 이유 같았습니다. 예를들면 박씨 일가가 괴물과 맞닥뜨려 총을 쏘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도 특수부대원으로 보이는 서너명의 군인들은 멀찌감치서 총을 들고 설렁설렁 뛰어오기만 합니다. 수많은 시위군중이 모여있던 장소에서 벌어진 '에이전트 옐로'의 살포 장면에서도 오직 한명의 경찰이 자신의 권총만으로 괴물을 상대합니다. 이런 장면들은 괴물에서 좀 더 확실한 오락성과 스펙타클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럽게 느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 영화라는 점을 빼놓고 본다면 괴물은 조금 시시한 장르영화로 느껴질만 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스펙타클한 액션을 추구해 오락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포기하고, 박씨 일가의 모습과 공권력에 대한 풍자를 전면에 부각시킴으로써 자신만의 목소리를 담는 결과를 택한 듯 합니다. 어떻게보면 규모상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었겠지만 이 점은 어떤 관객들에게는 괴물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요소가 됩니다. 실제로 거의 모든 평론가들은 괴물에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괴물이 그저 화려한 액션만을 취급하고 관객들의 말초신경만을 자극하는 헐리우드의 아류작이었다면 그처럼 일관된 호평을 받기 힘들었을겁니다. 

    그렇다고해서 괴물이 짐짓 심각한 척만 하느라 영화적 재미를 놓치고마는 그런 영화는 아닙니다. 괴물의 CG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게 한 몇장면을 빼놓고 만족스러울 만큼 잘 나온 편입니다. 아무리 시각효과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아직까지 그쪽분야에서 낮장면의 CG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기는 쉬운일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괴물은 처음 등장할때부터 벌건 대낮에 한강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죠. 비록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장면은 아니지만 초반의 그 장면들은 지금까지 헐리우드 영화에서도 쉽게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함이 느껴졌습니다. 그 밖에 한강 교량에 매달려 써커스 하듯이 이동하는 괴물의 모습이나, 꼬리로 사람을 낚아채는 장면등은 지금까지 우리 영화에서 처음 시도되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깔끔하게 나온 편입니다. 

    하지만 괴물에 만족하시는 분들이 진짜로 좋게 보는 점은 그런 시각효과의 측면이 아닐겁니다. 우리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각효과라는 잇점을 빼고 나면 그런 장면들은 미국 영화등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면에서 볼 때 괴물은 봉준호 감독의 특유의 디테일이 살아있고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않는 연출과 배우들의 좋은 연기에서 더 큰 만족을 느낄 수 있을 영화입니다. 봉준호사단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변희봉,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어디 하나 나무랄데 없이 좋았습니다. 특히 변희봉씨가 괴물과 맞닥뜨려서 보여주는 모습은 몸짓하나하나가 그대로 감정이 관객에게 전해지는것처럼 느껴질만큼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가 달려오는 괴물과 마주섰다가 아들에게 피하라며 손 짓 하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이 영화 최고의 장면으로 꼽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봉준호 감독이 괴물에서 정부와 미국을 풍자하는 방식은 좀 투박하게 느껴질 정도로 거침이 없습니다. 괴물의 탄생을 주한미군의 포르말린 한강 방류 사건때문으로 설정한 것만 봐도 느낄 수 있는 점이죠. 그가 픽션에 이렇게 실제사건을 집어넣은 의도는 그동안 그의 전작들에서 나타난 성향을 볼 때 쉽게 예상할 수 있을만큼 단순한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헐리우드의 괴물 영화들에서 종종 등장하는 거대기업의 비밀 실험이라던가 미지의 물질로 인해 발생한 돌연변이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주한미군의 독극물 방류 사건 때문이라는 설정은 어떤 관객들에게는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괴물에 대해 반미를 좇는 좌파영화라고 밑도끝도 없이 비난하는 부류가 존재하더군요. 위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봉준호 감독이 괴물에 정치적 색깔을 줄이고 헐리우드의 장르적 관습에 좀 더 치중했더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재밌다고 얘기하고 저런 무의미한 비난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봉준호 감독의 그런 거침없는 목소리로 인해 그의 영화가 더 돋보인다는 겁니다.  

    감독이 가장 상업적이랄 수 있는 장르를 선택해 자신의 목소리를 숨김없이 내세우는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수많은 다양한 영화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그런면에서 괴물은 우리 영화팬들에게 아주 값진 영화라고 할 수 있죠. 괴물은 장르적 특성을 나름대로 잘 표현하고 있으면서도 곳곳에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는 재밌는 영화입니다. 비록 스펙타클의 측면에서는 우리 영화라는 한계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우리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아주 잘 살리고 있습니다. 그러한 매력들로 인해 벌써부터 봉준호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게 되는군요. 



    수다1. 영화가 끝나면 크레딧에서 오달수의 이름을 볼 수 있습니다. 괴물 voice를 맡았더군요. 영화를 보기전에 이미 잡지 기사를 통해 알고 있었던 사실이어서 영화를 보는동안 집중해서 들으려고 노력했는데 그냥 꿰엑! 크엉! 웨엑! 이런 소리밖에 안들리더군요. 남극일기의 임필성 감독도 깜짝 출연을 합니다. 봉준호 감독과 절친한 사이라는데 어색한 표정과 대사처리로 인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저 사람 뭐야?'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자면.. '저 뚱땡이 왜 나왔어?' 그래도 잠깐 나오는 그의 캐릭터는 꽤 재밌는 편입니다. 타락한 386의 전형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죠. 남극일기의 각본에는 봉준호 감독의 이름이 올라가 있기도 합니다. 정말 친한 사이인가 봅니다.




    수다2. 배두나는 참 독특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배우입니다. 그동안 출연한 작품이나 맡은 캐릭터 중 어느 하나 독특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상에서 개성적이었을지언정 딱히 이쁘게 나왔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거의 없는데 괴물에서는 정말 이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물론 아주 잠깐 말 그대로 처음 등장할때만 이쁩니다. 양궁선수로 나오는 이 영화에서 경기장면이 영화속 티비에 중계될때 처음 등장하는데 정말 지금까지 영화속에서 만나 본 모습 중에 가장 이쁘게 느껴지더군요. 물론 그 이후론 주로 저 사진에서처럼 극도로 꾀죄죄한 모습만 보여줍니다. 괴물에서 액션이 좀 더 강조되었다면 배두나의 멋진 활 솜씨를 많이 볼 수 있었을텐데 봉준호 감독은 결코 오바하는 법이 없더군요.

    수다3. 팬들이 봉준호 감독에게 지어준 별명은 봉테일입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의 연출 스타일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죠. 이번 영화에서도 봉테일이라는 그의 별명에 걸맞게 세세하게 연출된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장례식 장면에서 아반떼 아줌마(?)나 긴박한 상황에서 송강호가 손가락으로 총알을 세는 장면등은 역시 봉테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예전에 살인의 추억 메이킹 필름에서 보니 송강호가 주점에서 '제비'를 멋드러지게 부르는 장면에서 봉감독이 직접 춤까지 추며 동선을 지정해주고 동작 하나까지 일일히 요구하더군요. 



    수다4.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괴물의 출연진들은 봉준호사단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봉준호 감독과 단단히 얽혀있는 사이입니다. 특히 변희봉씨는 배우경력이 매우 길지만 스크린에서보다는 브라운관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는 배우였습니다. 그런 그를 본격적으로 스크린에서 활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던 것은 바로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였습니다. 그 영화에 출연하면서 한동안 각종 매체들로부터 '변희봉의 재발견' 이런 식의 기사가 쏟아지기도 했었죠.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봉준호 감독은 정작 봉준호사단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사단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무심결에 쓰이는 군사용어 중 하나라는 이유때문이랍니다. 수십년간의 군사정권을 지내오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은연중에 스며든 습관중에 하나인데 생각해보면 저런 말 정말 많죠. 봉준호 감독의 입장에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과 연관된 말에서 저런 말이 쓰이는게 달갑게 보일리 없었겠죠.

    수다5. '에이전트 옐로' 살포 장면에서 등장하는 장치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에서 등장하는 로봇과 비슷해 보이더군요. 이 장면은 괴물에서 가장 아쉽게 느껴졌던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화려한 액션이 없이도 잘 이끌어오던 영화에서 대미를 장식하는 이 장면에서 만큼은 뭔가 더 보여줬어도 될법한데 그 많던 사람들 중에 경찰 한명과 박씨일가, 그리고 갑자기 등장한 노숙자 한 명만이 괴물과 맞서는 장면은 좀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고집인지 괴물을 상대하는데 공권력은 끝까지 등장하지 않더군요. 초반에 한강변에 놀러나온 주한미군 하사 한명과, 저 장면에서의 경찰 한 명을 빼곤 말입니다.



    수다6. 영화에서 가족들이 현서와 함께 컵라면과 김밥, 만두 등을 먹는 장면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잘 생각해보니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송강호와 딸이 만나는 장면이라던가 올드보이의 개미환상, 금자씨에서 원모가 등장하는 장면 등 영화의 주인공들이 환상과 직접 대면하는 장면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괴물에서 등장하는 이 장면도 영화 속 인물들이 아무렇지않게 환상과 마주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참 애틋하게 느껴졌던 장면입니다. 현서에 대한 가족들의 애정과 함께하지 못하는 슬픔 등이 참 예쁘게 담겨있더군요.

    수다7. 영화에서 현상금은 비과세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서 세금을 떼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데 현행 소득세법에 현상금은 소득금액의 20%를 원천징수한다는 조항이 있더군요. 봉테일이라 불리는 봉준호 감독이 왜 저런 실수를 했을지.. 어떤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을거라 보기도 어려운 장면에서 나온 건데 좀 궁금하군요.









    개봉 당시 썼던 리뷰입니다.
    다른 블로그에 묵혀 있던 글인데 <마더> 리뷰에 링크 걸기 위해 이제사 옮겨옵니다.
    날짜가 2006년 7월 28일로 돼 있네요. 괴물 개봉일이 7월 27일이었으니 보고나서 바로 썼네요.
    요즘은 그렇게 쓰라면 못씁니다. -_-ㅋ  

    수다 7.은 영화가 폭발적인 흥행을 하자 봉준호 감독이 인터뷰를 하며 자기는 몰랐던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마더 - 불편한 진실, 도준이는 엄마와 잤을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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