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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배우들
    영화 이야기/수다 2009. 6. 5. 08:58



    봉준호

    [살인의 추억]과 [괴물]로 국내 최고 감독의 반열에 올라선 봉준호 감독은 배우에 대한 선호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그의 영화에선 주,조연 구분없이 대부분 그의 전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을 유심히 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인물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감독과 배우 이상의 어떤 끈끈한 유대관계로 뭉쳐진 사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봉준호 감독과 그가 선호하는 배우들 사이의 끈끈한 정에 관해 정리해봤습니다.






      


    변희봉

    변희봉은 90년대 초반이후 영화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플란더스의 개]에 출연한 이후 많은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어려서부터 변희봉의 팬이었다고 하는데요, 변희봉 역시 봉준호 감독 덕분에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얘기를 인터뷰에서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둘 사이엔 끈끈한 무언가가 있는 듯 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에서 변희봉이 송강호와 함께 반장과 부하 형사를 연기하면서 보여준 자연스러운 애드립을 보면서 언젠가 두 배우에게 부자 역할을 맡겨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는군요. 결국 변희봉은 이번 영화에서 송강호와 부자관계를 이루며 훌륭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3편의 장편영화에 모두 출연했죠.



    김뢰하

    김뢰하 역시 변희봉과 함께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모두 출연한 배우 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 김뢰하는 봉준호 감독과 더 각별한 관계로 불 수 있겠더군요.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던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아카데미 시절 단편영화 [백색인]과 [지리멸렬]에 출연하며 영화계 데뷔를 합니다. 서로 데뷔때부터 함께 한 사이죠. 하지만 이런 정도로 그와 봉준호 감독의 관계를 각별한 관계라고 할 순 없을겁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이 [살인의 추억]을 연출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배우입니다. 봉준호 감독과 가깝게 지내던 중 자신이 출연하던 연극 [날 보러와요]에 초대해 보여줬다더군요. 공연 후에 봉준호 감독과 만나 커피를 마시는 자리에서 이 연극의 판권을 사 영화로 만들라고 제안했는데 이 연극이 바로 [살인의 추억]의 원작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 작품을 하게 된 계기가 김뢰하의 제안 때문인 셈이니 그들의 사이가 어떨지 쉽게 짐작이 됩니다.

    김뢰하는 [살인의 추억]에서 연극에서와 같은 배역인 조형사 역할을 연기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플란더스의 개]에서는 구치소의 식사메뉴를 줄줄꿰고 있는 부랑자 역으로, [괴물]에서는 손번쩍 방역요원 역으로 출연합니다.

    플란더스의 개






    고수희, 박해일

    고수희가 배우로서 유명해진건 [친절한 금자씨]의 마녀역할을 통해서입니다. 그녀의 터프한 외모덕에 영화속 악랄한 연기가 실제인지 연기인지 쉽게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면서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됐죠. 그런 그녀의 영화계 데뷔작이 봉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플란더스의 개]입니다.

    [플란더스의 개]에서 배두나의 친구로 등장해 지극히 일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는데 여기에도 김뢰하의 입김(?)이 작용합니다. 그녀가 박해일과 함께 공연하던 연극 [청춘예찬]을 봉준호 감독에게 소개시켜 준 사람이 김뢰하라더군요. [청춘예찬]에서 그 둘의 연기를 본 봉준호 감독은 고수희를 그의 데뷔작에, 박해일을 그의 두 번째 작품에 캐스팅합니다.

    그렇게 고수희는 [플란더스의 개]를 통해 영화계 데뷔를 하고, 박해일은 [살인의 추억]을 통해 인기배우로 발돋움합니다. [괴물]에서도 서로 맡은 역할의 비중은 다르지만 함께 출연해 봉감독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봉준호, 김뢰하, 고수희, 박해일의 관계를 짚어보니 문득 몇 년전에 미국에서 유행했던 케빈 베이컨 놀이가 생각나네요.

     

     

     
    송강호, 배두나

    송강호, 배두나도 봉감독의 영화에 두 번씩 출연하며 봉감독이 즐겨찾는 배우가 됐습니다. 이들은 어느 영화에서든 빛나는 연기를 보여줄 능력이 있는 배우들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가장 돋보인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다시말하면 봉준호 감독이 그만큼 각 배우들이 지니고 있는 능력을 이끌어내는 연출력이 탁월하다고 할 수 있겠죠.

    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도 효과적인 연출을 만나지 못하면 관객에게 아무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단적인 예로 [남극일기]에서 송강호가 보여준 연기를 들 수 있겠네요. 그 영화에서 송강호는 점점 광기에 사로잡혀가는 탐험대장 역할을 맡아 열연했지만 영화가 워낙 산만하게 연출된 작품이다 보니 관객의 호응을 받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면을 보면 배우가 훌륭한 작품과 연출을 만난다는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껴집니다. 이 점은 감독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송강호가 없는 [살인의 추억], 변희봉이 없는 [괴물]은 상상이 안되니까요.


    위에서 얘기한 배우들 말고도 [괴물]에는 봉준호 감독의 전작에서 봤던 반가운 얼굴들이 또 있습니다. 이재응, 박노식, 권병길이 그들입니다. 그들은 모두 [살인의 추억]에 출연했던 배우들입니다. 이제는 변성기가 완전히 지났을 이재응(꽃피는 봄이오면에서부터, 사랑해 말순씨와 괴물까지 변성기가 진행중인 걸걸한 목소리로 연기를 하더군요)과 ‘향숙이 이뻤다’의 박노식, 그리고 [살인의 추억]에 이어 이번에도 의사역으로 출연한 권병길의 모습을 [괴물]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나름대로 또다른 흥미거리였습니다.


    한편의 아쉬움과 또다른 기대.

    그런데 봉준호 감독의 이런 편향적인(?) 캐스팅 성향은 어떤면에서 보면 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할리우드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스타일의 배우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전문적인 캐스팅 디렉터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합니다. 그와 달리 우리네 영화계는 연극 분야에서 영입하지 않으면 개성있는 배우를 찾기도 힘들만큼 배우들의 저변이 매우 좁은편이죠. 이런 사정상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어울릴만한 배우를 직접 선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조연은 물론이고 단역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배역이 전적으로 감독의 선호에 따라 정해진다면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처럼 관객들은 매번 같은 배우들의 연기만을 보게됩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관객으로선 감독이 다른 배우들의 능력도 활용해 주었음하는 바람을 자연스레 갖게 될겁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봉감독의 연출작이 3편밖에 되지 않아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들을 되짚어 보는 것이 즐거운 일입니다. 게다가 송강호와 봉준호의 관계가 로버트 드니로와 마틴 스콜세지의 관계만큼 발전되어 가는 모습을 예상하고 지켜보는 것도 팬들에겐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그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과정은 우리 영화가 더욱 발전되어 가는 것과 동시에 진행되겠죠. 생각만해도 설레는 일이네요.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마더]의 타이틀 롤은 김혜자와 원빈이 맡고 있습니다. 앞에서 얘기한 맥락과 달리 이 두 배우는 봉준호 감독과 처음으로 작업하는 배우들입니다. 김혜자 씨의 캐스팅에 관해선 변희봉 씨의 경우와 비슷한 뒷얘기가 있더군요. 봉준호 감독이 어렸을 적에 TV 드라마에서 본 김혜자의 연기를 정확히 기억하고 얘기해주자 놀라워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서는 [마더]가 어떤 모습으로 선보일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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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더]에선 형사 제문 역의 윤제문, 사진관 미선 역의 전미선, 그리고 골프장 학장 역의 권병길 외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안보이더군요. 예전과 달리 타이틀롤을 맡은 김혜자와 원빈 부터가 봉준호 감독과 처음 작업하는 배우들인만큼 조연을 맡은 배우들도 새 얼굴들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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