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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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우산나의 이야기/대화 2010. 5. 2. 00:25
누구일까요. 맨 처음 하늘에 우산을 거꾸로 매단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능청스럽게 맑고 따뜻하네요. 5월의 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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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싹한 고양이나의 이야기/대화 2010. 4. 17. 00:07
제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위치한 작은 세탁소에 묶어 놓고 기르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아직 다 자라지는 않은 숫놈이었죠. 가끔 그 곳을 지날 때 마다 녀석에게 소세지를 주곤 했습니다. 묶여 지내서인지 고양이의 본분을 망각한 녀석 같았습니다. 강아지처럼 살랑 거렸드랬지요. 묶여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뭔가 짠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겠어요. 백원짜리 소세지를 두 개씩 까주는 것 밖에... 저기로 안 지나다닌 지 거의 1 년이 더 돼서 지금도 잘 자라고 있는지는 모릅니다. 어울리지 않는 작은 집을 뛰쳐나가 골목을 휘어잡는 멋진 길 고양이가 됐기를 바랍니다만... 겨울이라 집에 틀어박혀 낮잠을 즐기는 중. 지나가다 '나비야~'하고 부르면 요래 빼꼼 고개를 내밀고는 이야야옹~ 기지개 한 번 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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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예정 아파트 풍경 #1나의 이야기/대화 2010. 3. 19. 08:00
2008년 4월의 어느 맑은 날 오후. 사람들이 떠나간 철거 예정 아파트엔 아직 이사할 곳을 마련하지 못한 할머니들과 큰 나무, 꽃, 풀이 많았다. 아파트 단지 양로당 앞뜰에 난 길로 할머니 한 분이 올라오셨다. 계단을 오르는 일이 힘에 부치셨는지 할머니는 잠깐동안 쪼그리고 앉았다가 길을 가로질러 양로당으로 들어가셨다. 2010년 1월. 양로원의 할머니들도 모두 떠났고, 할머니들의 세월만큼 그 자리에서 자란 큰 나무들은 흉측한 밑동만 남아 있었다. 본격적인 철거에 앞서 큰 나무들이 모두 베어진 것이다. 기분이 휑했다. 그 큰 나무들을 저리 무자비하게 베어낼거란 생각은 못했었다. 아마존에서 몇 백년을 산 나무들도 하루 아침에 베어버리는 것이 사람인데, 어디 나무뿐이랴. 이익이 된다면 사람마저 마구 몰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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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집니다.나의 이야기/대화 2009. 12. 31. 19:21
무라카미 류는 사람들이 나이를 먹을 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열 살 때의 일 년은 그동안 살아온 삶의 10분의 1, 스무 살 때의 일 년은 20분 1, 이렇게 일 년이라는 시간이 나이와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점점 짧아지기 때문에 나이를 먹을 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네요.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온 동네를 다 뛰어다녀도 하루가 오질라게 길었지요. 하지만 요즘은 별 일 없이도 하루가 금방 지나갑니다. 그만큼 추억은 빠른 속도로 쌓여가고, 나이는 많아지고. 그렇게 또 한 해가 집니다. 올해 이곳에 다녀가신 모든 분들이 새해엔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