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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셉션, 오락 영화로서는... 글쎄?
    영화 이야기/감상 2010. 7. 25. 10:18
     


    인셉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10 / 영국,미국)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타나베 켄,조셉 고든-레빗,마리안 꼬띠아르,엘렌 페이지
    상세보기

    <스포일러 있습니다>

    <인셉션>이 개봉하자마자 영화 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입니다. 단순한 리뷰가 아니라 영화의 내용에 대한 공략(?)까지 쏟아지고 있더군요. <인셉션>이 그만큼 단순하지 않은 영화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편하게 앉아 팝콘을 먹어가면서 보는 보통의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달리 <인셉션>은 보는 동안 잔뜩 긴장하고 머리를 굴려야 겨우 내용을 쫓아갈 수 있을 정도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초기작인 <메멘토>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매니아층의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감독의 전작인 <다크 나이트>에 비해 별로더군요. 잘 만든 영화이긴 하지만 보면서 빵 터지는 그런 건 없더라고요.


    뭐 이런 평가는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건데요, 저는 현실적인 설정에 기댄 이야기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다크 나이트>는 코믹스 히어로 영화이긴 하지만 조커가 고담시의 범죄 조직을 장악하는 과정, 범죄 조직의 횡행에 따른 사회의 동요 등이 사실적으로 그려졌고 그에 대한 배트맨과 하비 덴트의 대응에서 블록버스터 영화다운 감흥을 느낄 수 있었죠. 레이첼과의 멜로가 짠하기도 했고. 하지만 <인셉션>은 처음부터 끝까지 꿈, 꿈 속의 꿈, 꿈 속의 꿈의 꿈, 현실과 무의식의 세계. 뭐 이런 내용이 반복되다 보니 뭐랄까. 스케일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시내 한 복판에 기차가 튀어나오거나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등의 장면도 환상의 이미지일뿐이어서 우왕~@@ 하는 그런 느낌은 없었습니다. 

    팀 코브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인셉션>은 1억 6천만 달러짜리(국내 언론엔 2억달러로 소개되더군요) 블록버스터로 즐기기엔 다소 부족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인셉션>이 끊임없이 관객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잘 만든 영화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이 굳이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완성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는 느낌? 호텔 복도에서의 무중력 액션 장면이나 설원에서의 액션 장면도 액션 그 자체로는 그다지 짜릿한 느낌이 안들었고 무엇보다 영화의 기본 줄거리부터 스케일이 좀 작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브 일당이 사이토의 의뢰를 받아 실행에 옮기는 '인셉션' 작전의 목적은 거대 에너지 기업의 차기 오너인 피셔의 마음을 움직여 회사를 분할하겠다는 건데, 이게 그냥 밑도 끝도 없이 피셔의 꿈 속으로 들어가 회사의 분할이 죽은 아버지의 뜻이었다는 것을 심어놓는 거거든요. 그래서 '인셉션'이 성공해 피셔가 회사를 분할 시켜야 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면 라이벌 기업의 오너인 사이토가 이득을 얻고, 코브 일당은 그에 따른 대가를 받게 되는 그런 이야기죠.

    켄 간지와 마리온. 마리온은 퍼블릭 에너미에서가 더 예쁜 듯.


    기업간에 벌어지는 상황들이 그런 식으로 오너의 심리에 의해서만 좌지우지되고 게다가 그 모든 것들이 꿈속에서 이루어지다보니 긴박한 상황에서도 그다지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꿈속이고 총들고 설치는 저 악당들은 무의식 속의 존재일 뿐이잖아?' 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때문에 <인셉션>이 독특한 영화이긴 하지만 블록버스터 오락물로 보자면 아쉬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소품으로 기획되고 제작됐더라면 지금 제가 갖고 있는 이런 불만은 나오지 않았겠죠. 뭐 평단과 매니아 관객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암만봐도 <인셉션>은 알렉스 프로야스의 <다크 시티>나 제임스 맨골드의 <아이덴티티>처럼 작은 규모로 관객의 머릿속을 유린하는 편이 더 어울렸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런 거라면 크리스토퍼 놀란도 이미 경험이 있잖습니까. 

    다시 말해 1억 6천만 달러짜리 블록버스터가 따로 공략집이 필요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는 얘기죠. 그렇다해서 영화속의 돈 들인 장면들이 특별히 시각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도 아니고... <인셉션>을 호평하는 쪽도 다들 복잡다단한 구성을 지닌 이야기를 매끄럽게 연출한데서 장점을 찾지, 이 영화가 주는 시각적 쾌감을 장점으로 꼽진 않거든요.










    수다

    1. 첫 번째 꿈인 벤이 추락할 때 그 꿈속의 꿈인 호텔은 꿈을 꾸는 이들이 타고 있는 밴의 추락으로 인해 무중력 상태가 되잖아요. 그러니까 잠들어 있는 상태에서의 환경 변화가 꿈속의 환경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건데요. 저는 여기서 문득 몽정이 생각나더라고요. -_-; 몽정할 때를 떠올려보면 꿈속에서 야시꾸리한 내용이 펼쳐지다가 어느 순간 사정이 되는데 이게 신체의 변화가 야한 꿈을 꾸게 하는 건지, 야한 꿈을 꿔서 신체의 반응이 일어나는 건지... <인셉션>에서 무중력 상태가 되는 과정에 따르면 현실에서의 신체 변화가 꿈속의 환경에 영향을 주는 건데 몽정할 때는 정확히 어떤 게 먼저인지 가물가물하단 말이죠. 분명한 건 야한 꿈을 꿨다는 건데. 만약 야한 꿈을 꿨더니 발기가 되고 몽정을 한 거라면 <인셉션>의 내용과는 반대인거죠? 

    얄딱꾸리한 꿈의 절정에 이르러 현실 속의 내가 사정을 한 거는 꿈 속에서의 킥?

    아서가 둥둥 떠서 호텔 복도와 엘리베이터에서 개고생할 때 제 머릿속은 온통 꿈이 먼저냐 발기가 먼저냐 이 생각뿐. 어쩌면 몽정이야말로 <인셉션>이 가진 수많은 함의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인 듯...-_-;

    그러니까, 무중력이 먼저인가 몽정이 먼저인가.


    2.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참 여자복도 없지. 소싯적에는 원수 가문의 여자를 만나서 결국 둘 다 약먹고 죽음으로 마무리 하더니 다음에 만난 여자는 남의 약혼녀. 자기 목숨 바쳐가며 그녀의 목숨을 구하고 사랑도 지켰건만 다음 생에 그녀를 다시 만나서는 전과 달리 여자 히스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아니 만남만 못한 인연으로 마무리. 그러더니 이번에도 히스테리컬한 여자를 만나서 눈앞에서 안좋은 꼴을 보고는 자책감에 괴로워하는 역할이네요. 남자는 정말 여자 잘 만나야 해요. 

    대신 아리아드네가 코브로 하여금 맬에 대한 죄책감을 벗어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리아드네는 좀 지나친 잔소리꾼입니다. 한 번 경험해 본 드림머신의 세계에 푹 빠진 대학생치곤 너무나 적극적이어서 '인셉션 코브 타겟설'이 나오게 한 장본이기도 하죠. 만약 <인셉션>의 이야기에서 구멍을 하나 선택하라면 저는 아리아드네를 꼽겠습니다. 그녀는 아키텍트로서 코브의 팀에 참여하지만 정작 '인셉션'의 준비에서 실행까지 아키텍트로서의 역할보다는 코브가 맬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게끔 도와주는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더 많이 합니다. 그런데 그녀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코브의 죄책감을 해소시키려고 노력하는 동기가 와닿지 않았어요. 다른 멤버들이야 대충 돈 때문에 일을 한다고치고 자기가 맡은 일을 할 뿐인데 초짜 멤버인 아리아드네는 다른 동료들도 잘 모르는 코브의 무의식에까지 오지랖을 부리며 중요한 역할을 해내죠.    

    3. <다크 나이트>는 일반 상영관에서 한 번,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두 번. 모두 세 번 관람했는데 <인셉션>은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안들더군요. 내용이 단순하진 않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봤더니 공략집이라고 쏟아지는 포스트들에서 특별히 제가 놓친 부분은 없더라고요. 시각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 별로 없다는 것도 굳이 재관람의 필요를 못 느끼는 이유. 꿈 속의 꿈의 꿈 속 장면인 설원 시퀀스 같은 경우도 처음엔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가 연상되면서 무척 기대됐는데 막상 전개되는 액션은 별 거 없었습니다. 

    원래 액션 연출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놀란 감독이지만 그래도 <다크 나이트>에선 볼만한 장면이 꽤 많았는데 <인셉션>은 아무래도 내용이 내용이다보니 액션 연출에도 크게 공을 안들였거나 혹은 공을 들였어도 드러나지는 않은 그런 느낌입니다. 때문에 굳이 아이맥스에서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크 나이트>와 달리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스케일을 느낄만한 장면도 별로 없거든요. 초반에 등장하는 도쿄 도심의 모습은 <다크 나이트> 초반의 빌딩숲 장면과 느낌이 비슷하더군요.  

    4. 오랜만에 개봉작 리뷰 쓰니 이건 뭐 리뷰인지 수다인지 감 잡을 수가 없네요. 이래서 뭐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해요. 어려서부터 영화를 좋아하다보니 그간 인터넷에 끄적거린 글도 꽤 많은 편인데 정리 안되고 흩어진 것도 많고, 정리하자니 예전에 끄적거린 글들 되새겨 보면 부끄러운 것도 많고. 뭐 내가 글쓰는 걸 업으로 삼은 사람이 아닌 이상 어디까지나 아마추어답게 어깨에 힘빼고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대로 쓸거리 있을 때 쉼없이 쓰다보면 그게 또 하나의 기록이 되는 셈인데. 요즘은 뭐랄까. 이게 어떤 과도기적 상황인 건지 아니면 한계에 이른 건지 암튼 쉽지가 않네요. 

    지금 위에 쓴 리뷰만 해도 그래요. <인셉션>처럼 볼거리는 없어도 얘깃거리는 많은 영화에 대해 쓰면서도 무슨 호랑말코도 아니고 제작비에 비해 너무 소품같은 느낌이다 이 얘기만 계속 반복하고 있잖아요. 이건 뭐 꿈 속의 꿈도 아니고. 현실에서 키보드 놀리는 주제에 꿈 속을 헤매는 사람처럼 붕 떠 있으니 뭔들 제대로 쓸 수 있겠냐고요. 죽어라 악을 쓰고 달려들어도 일주일에 개봉작 리뷰 한 편 쓰기가 쉽지 않은데... 가만. 악을 쓰고 달려들 필요는 없고. 에이. 근데 왜 이런 얘길하는거죠?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보니 괜히 글쓰는 걸로 트집잡아서 자책하고 있네요. 글이나 아니나 겨우 블로그에 잡문이나 끄적거리는 주제에. 

    5. 코브나 우리나 자책감을 떨쳐 버려야 합니다.


    와타나베 켄과 마리온 꼬띠아르 얘기도 좀 해야되는데 그만 킥해야겠네요. 레드썬~
    아 참, 톰 베린저 왜 그렇게 늙었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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