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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킥 애스 : 영웅의 탄생, 힛 걸을 경배하라!
    영화 이야기/감상 2010. 4. 24. 08:23

    킥 애스 : 영웅의 탄생
    감독 매튜 본 (2010 / 미국, 영국)
    출연 아론 존슨, 크로 모레츠, 니콜라스 케이지, 크리스토퍼 민츠-플래지
    상세보기




    먼저 리뷰를 다 읽지 않는 분들을 위한 100자평.

    킥 애스. 이 영화 엄청납니다. 매트릭스 1편의 빌딩 로비 장면 이후 액션 장면을 보면서 제대로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은 건 처음입니다. (로빈의 복수 ㄷㄷㄷㄷ) 골때리는 유머와 과장된 음악도 좋았고요. 대부분의 관객이 그랬을 것 처럼 저 역시 원작에 대한 이해 없이 예고편이나 소개 영상만 보고 가벼운 코믹 액션 영화일줄 알았는데 웬만한 여성 관객이라면 눈살을 찌푸릴만한 하드한 액션 작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힛 걸의 매력은 이미 영화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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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부턴 리뷰를 다 읽는 분들을 위한 1583자평.

    찌질한 고딩 데이브는 만화광입니다. 딸치는 것 말고는 그닥 잘하는 게 없는 이 친구는 어느 날 갑자기 만화 속의 수퍼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깁니다. 하지만 현실 속의 찌질 고딩에게 그게 마음대로 될 리가 없죠. 거미에 물린 것도 아니고, 배트 수트를 만들어 입을 정도로 엄청난 재력을 지닌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결국 데이브는 인터넷에서 구입한 쫄쫄이 의상 하나만을 믿고 수퍼 히어로 흉내를 내다가 죽을 고비를 맞게 됩니다.


    힛 걸(Hit-Girl)은 아빠와 둘이 사는 꼬마입니다. 이 부녀. 처음부터 심상치 않은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딸 아이에게 총 맞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아빠라니. 딸은 눈 하나 깜짝않고 총 맞아 본 느낌을 얘기합니다. 이처럼 힛 걸은 겉보기엔 귀여운 소녀지만 생일 선물로 강아지와 바비 인형 보다 버터플라이 나이프를 더 좋아하는 꼬마 살인병기입니다. 아빠에 의해 어떤 목적을 위해 길러졌지요. 이 부녀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영화의 중간쯤에서 드러납니다.    

    변신 전

    변신 후


    <킥 애스>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퍼 히어로 무비의 개념을 살짝 비트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도입부에서부터 데이브의 내레이션을 통해 그런 태도가 쭉 이어지지만 거기에 딱히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이 영화가 진짜 하려는 얘기는 그런 게 아니기 때문이죠. 다시 말하자면 머저리 고딩 데이브 '킥 애스'의 좌절과 재기, 자각과 성장 같은 드라마에 집중할 필요 없이 그저 귀엽둥이 민디 '힛 걸'의 피칠갑 액션을 즐기면 그만인 겁니다.

    비록 '킥 애스' 데이브가 영화의 타이틀 롤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그가 영화에서 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는 수퍼맨이 쫄쫄이로 갈아 입기 전의 클라크 켄트처럼 약간 덜떨어지는 캐릭터인데, 쫄쫄이 옷을 입고도 크게 나아지진 않습니다. 
    그러나 민디 '힛 걸'은 다릅니다. 말 그대로 만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예요. 아. 원작이 마크 밀러의 만화니까 그냥 만화에서 튀어 나온 캐릭터라고 해도 맞겠네요. 각종 검과 자동소총의 계보를 줄줄 꿰고 있으면서 총 맞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시종일관 도톰한 입술을 씰룩거리며 거친 욕설을 마구 내뱉는 귀여운 외모의 액션 소녀 캐릭터란... 남녀를 불문하고 한 번 보면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만큼 매력적이지요. 

    영화는 처음 킥 애스의 이야기와 빅 대디, 힛 걸의 이야기가 병렬 구조로 진행되다가 어느 시점에서 합쳐지는 구성입니다. 두 가지 이야기가 완벽하게 어울리지 못하고 조금 어긋나는 느낌도 들지만 그것들은 따로 놀면서도 각각의 이야기가 지닌 재미를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영화 속에서 빅 대디와 힛 걸이 처음 등장할 때는 뭔가 만화적인 내용이 액자 구성으로 진행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킥 애스의 이야기와 달리 그들의 이야기는 지극히 만화적이었거든요. 실제로 영화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만화로 표현되기도 하고요. 때문에 킥 애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은 상대적으로 지루하고 길다는 느낌도 들지만 한 번씩 터지는 코미디가 그런 단점을 덮어줍니다.

    빅 대디와 힛 걸 부녀.


    수다

    - '힛 걸'을 연기한 클로이 모리츠(Chloe Moretz) - 포털들은 크로 모레츠라고 표기하더군요. 배우 이름 표기의 나쁜 예. - 는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음을 보여줍니다. 보라색 단발 가발과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삐딱하게 하고 있을 때가 더 귀엽긴하지만 웃음 많은 어린 딸 모드일때도 빛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버터플라이 나이프를 선물받고 기뻐하는 모습은 정말 깜찍하더군요. 처진 눈이 딱 제 이상형! 하지만 저는 동정을 지키며 힛 걸이 자라기를 기다리기엔 나이가 너무 많...-_-  아, 그전에 콩심이에게 시달려서 말라 죽을지도... 사실 콩심이도 눈이 처졌어요. 제가 콩심이에게 반했던 것도 그 때문이죠. ㅎㅎ


    - 클로이 모리츠는 <렛 미 인>의 헐리우드 리메이크 버전에서 이엘리 역을 맡기도 했습니다. 이엘리는 잘 웃지 않는 캐릭터인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군요.  

    관련글 : <렛 미 인> - 사랑 이야기라기엔 불편한 그 무엇


    LA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영화 속 모습에 비해 부쩍 자랐네요.  

    - '힛 걸'의 액션엔 자비가 없습니다. 도망치는 여자의 등에 쌍칼을 꽂는 정도예요. 많은 분들이 어린 '힛 걸'이 그렇게 무자비한 살육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윤리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더군요. 저 역시 살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힛 걸'이 쌍권총을 갈기고 칼을 휘두르며 살육전을 벌일 때가 아니라 악당에게 맞을 때가 그랬죠. "이봐! 힛걸은 아직 어린 애라고! 어린 애를 그렇게 마구 때려도 되는거야!?" 딱 그런 생각이 들 무렵 킥 애스가 나섭니다. 힛걸과 킥애스는 서로를 두 번씩 구해줍니다.

    - '힛 걸' 캐릭터가 어쩔 수 없이 지니고 있는 윤리적 측면의 문제에 대해선 영화 속에서도 잠깐 언급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부분에 대해서 깊게 다루지도 않고 그럴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분명히 보는 이로하여금 께름칙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지만 오락 영화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그 이상의 설명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 듯 합니다. 굳이 따지고 들려면 고딩 커플이 벌건 대낮의 뒷골목에서 그렇게 격렬하게 하는 것도...응? 

    I NEVER PLAY!!


    - 위에서 매트릭스 1편의 빌딩 로비 장면 이후 처음으로 액션 장면을 보며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는데요. 이 영화의 액션은 빅 대디와 힛 걸의 몫입니다. 부녀는 일당백의 액션을 보여주는데 그 중에서도 힛 걸이 보여주는 '크립토나이트' 공격에 이은 '로빈의 복수' 장면은 정말 엄청납니다. 

    - 힛 걸이 살육전을 벌일 때 실수를 하거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아빠인 빅 대디가 바로 지적해주고 지시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장면에서 힛 걸이 아빠 말을 들으며 버벅거리는 모습이 완전 귀엽습니다. 바로전까지 쌍욕 입에 달고 무지막지하게 칼을 휘두르던 힛 걸은 온데간데 없고 아빠 말 듣는 귀여운 11살짜리 꼬마 아이의 모습.

    - 갱단 두목 프랭크 디아미코 역으로 나오는 마크 스트롱. 이 배우는 중후한 음색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이번 영화에선 그저 악랄하기만하고 별다른 포스는 없는 캐릭터로 나오지만 특유의 목소리 만큼은 여전히 멋지더군요. <셜록 홈즈>를 보면서도 이 배우의 목소리가 일품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전에 <바디 오브 라이즈>에서 요르단 정보부장역으로 출연했을 때는 목소리 뿐만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워낙 포스 넘치는 캐릭터여서 눈에 띌 정도로 멋졌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요르단 정보부 요원들은 모두 포스가 ㄷㄷㄷ. 무슨 마피아 조직의 보스와 부하들처럼 보였죠. 꾸질꾸질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보다 훨씬 멋있었습니다. 여기서 마크 스트롱이 수트를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모습은 얼핏 앤디 가르시아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 그리고 이 배우 맨유의 베르바토프와도 무지 닮았습니다. ㅋㅋㅋ 그런데 이 사람 언제부터 대머리였나요? 그동안 가발이었나?
     


    - 이 영화의 제작비는 3천만 달러입니다. 헐리우드 액션 영화치곤 저예산이죠. 때문에 영화에서 크게 돈 쓴 듯한 장면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랜드로버를 고철로 만드는 장면 정도? 하지만 감각적인 액션 연출로 시각적 쾌감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배우들 개런티도 얼마 안들었을 듯. 니콜라스 케이지는 한 때 2천만 달러 수준의 개런티를 받았었는데 이 영화에선 얼마나 받았을까요? 

    - 최근 국내 방송계에서 개인이의 게이 남자친구가 이슈인데 <킥 애스>에도 그런 설정이 등장합니다. 헐리우드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흔한 설정이죠. 하지만 보통 그런 경우 이민호가 그렇듯이 센스있고 패셔너블한 캐릭터가 게이로 등장하거나 게이로 오해받기 마련인데 데이브는 좀 덜떨어지는 만화광일 뿐이어서 살짝 의문이 들더군요. 아무리 여자들에게 게이 남친 판타지가 있다해도 데이브처럼 밤꽃 냄새나 풀풀 풍길 것 같은 스타일에 호감을 느끼진 않을텐데 말이죠.

    - 원작을 보지 않아서 원작의 대사 그대로인지는 모르겠는데 말장난 하는 식의 재밌는 대사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힛 걸'의 첫 살육 장면에서 자기 이름인 민디를 이용해 터프한 대사를 읊을 때와 아빠와 함께 TV 뉴스에서 킥 애스를 보며 주고 받는 대사들은 낄낄거리며 웃기에 딱 좋았습니다. 그리고 힛 걸의 쌍권총 액션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대놓고 오우삼에 대한 빠심을 드러내는 대사도 등장합니다. 오우삼의 첫 장편 데뷔작에 대한 깜짝 퀴즈. 그 밖에 킥 애스의 나레이션 중 <신 시티>, <아메리칸 뷰티>, <센셋 대로>를 들먹이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 재밌는 대사였습니다. 박지훈씨의 번역은 전체적으로 괜찮은 편이더군요. 요즘 악명을 떨치고 있는 홍주희씨에 번역에 비하면 아주 개념찬 번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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