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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 존, 이것이 이라크 전쟁이다!
    영화 이야기/감상 2010. 4. 1. 08:49

    우리는 삽질하는 MET-D 팀


    <그린 존>은 이라크 전쟁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 대량살상무기의 진실에 대해 파헤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이 이라크에서  벌인 거짓된 선전에 반대하는 일종의 정치 드라마로서의 역할과 험비에 탄 미군들이 여기저기 총질을 해대는 전쟁 액션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결과는 만족스럽습니다. 두 가지 요소가 균형있게 잘 어우러져 있더군요. 폴 그린그래스와 맷 데이먼의 만남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듯 합니다.
     
    로이 밀러(맷 데이먼) 준위는 이라크전이 한창이던 2003년, 대량살상무기를 찾는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는 상부의 명령으로 목숨걸고 혼돈의 이라크 전역을 뒤지고 다니지만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장소에 가보면 나오는 거라곤 변기 공장에 수북히 쌓인 비둘기 똥 뿐입니다. 그런 상황이 몇 번이나 반복되자 밀러는 살짝 의심을 하게 되죠. '대체 대량살상무기라는 것이 있긴 한거야?' 감히 2성 장군 앞에서 정보가 잘못된 것 같다고 얘길 해보기도 하지만 씨알도 안먹히고 장군의 포스에 깨갱하고 맙니다.


    MET-D 팀이 삽질할 때 헬기타고 다니시는 분들.


    밀러가 다시 명령대로 대량살상무기를 찾기 위해 맨땅에 삽질을(진짜 맨땅을 팝니다) 하던 중 이라크인 프레디(카리드 압달라)가 접근해 솔깃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근처에서 후세인 측근 고위 인사로 보이는 인물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는 얘기였죠. 삽질에 염증을 느낀 밀러는 그의 정보를 듣고 현장을 덮칩니다. 밀러는 그곳에서 한 인물을 놓치게 되는데 곧 그가 후세인의 최측근이었던 알 라위 장군이란 것을 알게됩니다. 알 라위를 통해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진상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밀러는 자신이 장군에게 깨갱할때 유일하게 관심을 보여주던 CIA 책임자 마틴 브라운(브렌단 글리슨)과 손잡고 그를 추적합니다. 

    마틴 브라운은 중동 지역의 CIA 책임자인데 행정부쪽 책임자인 파운드스톤(그렉 키니언)과 대립 관계입니다. 파운드스톤은 30년이나 이라크를 떠나 있던 망명 정치인을 불러들여 그를 통해 이라크에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려고 합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민주주의는 어디까지나 미국을 위한 민주주의입니다. 친미성향의 인물을 내세워 미국의 정치적 이해에 봉사하도록 하고, 자국의 기업들이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이른바 미국식 민주주의죠. 하지만 마틴 브라운은 그런 계획이 군부 잔존 세력들로 하여금 저항을 불러일으킬 거라며 반대합니다. 중동 실정에 밝은 그는 이라크의 군부 세력과 손잡고 그들에게 치안을 맡겨 혼돈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죠. 이 영화에서의 묘사만 보자면 CIA 측이 행정부 관리보다 훨씬 합리적인 셈입니다. 후반부에 보면 온건하기까지 합니다. 어떤 면에선 두 세력간의 역할이 전복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전쟁을 일으키고 수행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떠올려보면 금방 이해가 됩니다.

    이라크 주재 CIA 요원 st.


    밀러는 두 세력 사이에서 일단 마틴 브라운 측에 서게 되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신념에 따른 행동으로 그려집니다. 밀러가 어쩌다가 진실을 향한 강한 신념을 갖게 됐는지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것이 문제되진 않습니다. 만약 그런 부분까지 다뤘다면 <그린 존>은 110분짜리 스릴러가 아니라 180분짜리 전기 영화가 됐을 겁니다. 밀러의 동기가 흐릿하게 그려졌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라크 현지인인 프레디의 활약(?)도 다소 튄다는 느낌을 줄 여지가 있습니다. 프레디는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지나가는 캐릭터로 보이는데 끝까지 남아 <그린 존>이 얘기하고자 하는 것들을 직접 전달합니다. 이라크인을 통해 미국의 과오에 관해 발언케 하는 방법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선택이긴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 측면에선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프레디의 사연을 통해 그의 행동에 동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갑자기 등장한 현지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약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그린 존>은 대중들로 하여금 이라크 전쟁의 실체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가치를 지닌 작품입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수상한 <허트 로커> 역시 이라크 전쟁을 다루고 있지만 <허트 로커>는 전쟁의 실체에 대한 외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참전한 병사 개인의 내면적인 측면에 집중한 작품이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접근하기엔 약간의 거리감이 있습니다. (제작비가 적은 만큼 전쟁을 다룬 영화치고 볼거리가 적고, 주제도 가볍지 않기 때문에 국내 개봉 일정도 아카데미에서 수상하고나서야 결정됐죠) '성찰' 보다는 '고발'이 더 간단하고 이해가 쉬운 법이니까요.


    밀러 새퀴가 깝치는데 어떻게 할까요?




    수다

    1. 요즘 헐리우드 액션 영화의 경향을 보면 <본 시리즈>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적극적인 핸드핼드 기법의 활용, 사실적인 격투 장면, 치밀한 구성을 통한 긴장감 유발 등. 폴 그린그래스와 멧 데이먼이 <본 시리즈>에서 보여준 것들은 그대로 2000년대 이후 헐리우드 액션 장르의 한 경향이 됐습니다. 그들이 이룩한 경향은 제임스 본드마저 40년 넘게 고수하던 느끼함을 걷어내고 온 몸을 내던지는 터프가이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었죠. 하지만 그들이 다시 만난 <그린 존>은 전쟁 영화이다보니 제이슨 본이 툭탁툭탁 맨손으로 보여주는 날것의 액션은 없습니다.

    2. <그린 존>은 바그다드 시내 후세인 공화국궁 주변에 미군이 설치한 일종의 안전지대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곳에 미군 사령부와 이라크 과도 정부 등이 들어섰죠. 영화는 이라크전이 한창이던 시점이 배경이기 때문에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긴 이라크 민중들의 삶은 말할 것 없이 처참합니다. 이라크 민중들은 마치 60년 전 우리네 아버지들이 그랬던 것처럼 미군 차량을 쫓아가며 물 좀 달라고 애원하죠. 영화 속의 미군은 그런 이라크인들에게 적선하듯 생수가 든 페트병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린 존>안의 풍경은 바깥의 처참한 모습과 달리 젖과 꿀이 흐르는...은 아니고 칵테일과 맥주가 흐르고 비키니 차림의 언니들이 사막의 뜨거운 태양아래 일광욕을 즐기는 신세계입니다. 연일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찾으러 다니느라 기운이 빠진 밀러의 팀원들 조차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죠.

    영화 속에서 잠깐 등장하는 그런 '그린 존'의 모습은 가장 미국적인 모습입니다. 그들은 어디에 있든 현지의 환경을 최대한 자신들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꾸며놓습니다. 이슬람 율법이 엄격한 곳에서도 그런 식으로 자신들만의 공간을 구축해놓고 자신들만의 양식을 즐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죠. <킹덤>에서도 그런 풍경이 그려집니다. 사우디는 우방국인데다 비교적 치안이 안정돼 있는 곳임에도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자신들만의 작은 아메리칸 빌리지를 구축해서 생활하는 모습.

    언젠가 다른 글에서 얘기했던 것 같은데 우리나라 곳곳의 미군부대 주변에 가도 이게 무슨 얘긴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아직 판문점 JSA의 경비 관할이 우리 군에 이양되기 전에 그곳에 가본 적이 있는데요, 그러니까 캠프 보니파스였을 겁니다. 건물의 문짝에서부터 화장실의 변기까지 우리 눈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 물건 그대로더군요. 후방의 주둔지에서부터 최전방 전초 기지의 사소한 물건 하나까지 죄다 자기네 식으로 쳐발라 놓는 것. 그것이 바로 미국의 방식이었던 겁니다. 변기 싸이즈부터가 다른..ㅋ 아. 제가 이 비슷한 얘기를 코스트코 푸드코트에서 핫도그 먹고 온 글에서 했던 것 같기도...

    3.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이야기의 전개나 결말의 선택에 있어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그린 존>에 대한 정보를 접했을 때 이 영화가 워싱턴포스트에 재직중인 현직 언론인의 논픽션을 소재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상당히 건조한 영화일 것이란 예상을 했습니다. 폴 그린그래스와 멧 데이먼을 부각시키는 것은 수입사의 마케팅일 뿐이고 영화 속의 볼거리는 예고편에 등장하는 것이 다일 것이다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영화적 재미라는 부분에 있어선 어느 정도 기대를 낮추고 관람했는데.. 웬걸요. 지금까지 이라크전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중에서 가장 상업적이라고 할 수 있겠더군요. 무려 '블랙 호크 다운'까지 볼 수 있었으니까요. 결말도 소재 자체가 지닐 수 밖에 없는 한계내에서 가장 깔끔하게 뽑아낸 느낌입니다. 그런데 왠일인지 미국 현지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않더군요. 개봉 3주차인 3월 30일 현재 $31,218,390 의 성적으로 아직 1억 달러인 제작비 회수도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해외 수익까지 합치면 $60,018,390)

    4. 영화에서 조지 부시가 미 항공모함 에이브라함 링컨호에 비행기를 직접 타고 착함하는 쇼를 벌이며 이라크전 승리를 선언하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TV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린 존'의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하죠. 하지만 조지 부시가 승리를 선언한 그날 이후 이라크에서는 더 많은 미군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이라크인들이 죽어나갔습니다. 영화 속 알 라위의 말처럼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이었던 셈이죠. 

    아래 사진이 바로 그때의 모습입니다. 조지 부시랑 친한 우리동네 누구도 쑈를 참 좋아하는데 말이죠. 며칠전에도 해군 점퍼를 챙겨 입고 굳이 그곳까지 가서 브리핑을 받고 왔더군요. 아니 쥐가 움직이면 정신없이 구조 작업 중인 분들에게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걸 대체 왜 모르는 걸까요? 에효... 그래도 부시는 군대라도 갔다와서 저런다지 말입니다.

    동아전과 표지사진 아닙니다.


    그분을 맞이하는 텔레토비들



    주저리 긴 리뷰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이너 블로그를 위해 손가락 쫌 눌러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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