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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격한 서포터가 K리그를 망친다
    나의 이야기/Fever Pitch 2009. 7. 15. 19:32

    전북 구단, '서포터스 물의'로 제재금 700만원 부과

    지난 12일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15라운드 수원과의 경기 후 일련의 소동이 있었습니다. 8개월 여 만에 복귀한 김형범 선수가 경기 중 다시 부상을 당하자 흥분한 서포터들이 경기가 끝나고 부상의 원인을 제공한 곽희주 선수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수원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은 것입니다. 당시 어떤 팬이 던진 물병에 경호 인력 중 한 명이 맞아 머리에서 피가 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해당 사건으로 인해 K리그 연맹에서 전북 구단 측에 7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한 것입니다. 아울러 다시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홈 경기 개최권을 박탈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했습니다.  


    당시 저도 현장에 있었습니다. 전주 월드컵 경기장은 선수들이 나오는 출구가 개방된 형태이기 때문에 경기가 끝나고 그곳으로 가면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멋진 경기를 펼친 선수들에게 가까이에서 직접 격려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은 축구팬으로서 즐거운 일입니다. 게다가 경기가 끝나자마자 나가려면 차들이 뒤엉켜 경기장을 빠져나가는데만 20분 가량이 걸리는데 선수들을 보고 오면 차량이 모두 빠져나가 쉽게 나갈 수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날도 선수들이 나오는 곳으로 갔다가 직접 물의의 현장을 보게된 것입니다.  그 날의 소동으로 앞으로는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형범 선수 위한다며 버스 막고 사과 요구, 정작 업혀 나오는 김형범은 못 보고 지나쳐

    사실 저도 전북의 팬으로서 김형범 선수의 부상이 무척이나 걱정됐고 마치 제가 다친 것 마냥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버스를 가로막고 곽희주 선수에게 거친 욕설을 해가며 사과를 요구하는 서포터들을 보니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정적으로 그들이 곽희주 선수에게 사과를 요구해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가 안됐습니다. 그저 흥분한 군중심리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생각이 확고해진 계기는 현장에서 김형범 선수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나서입니다.




    일부 서포터들이 수원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거친 욕설을 내뱉고 있을 때 전북 선수단이 나오는 곳으로 김형범 선수가 코칭 스텝의 등에 업힌 채로 나왔습니다. 처음엔 고개를 푹 숙인채 업혀 있어서 김형범 선수인지 알아보지도 못했죠.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날 경기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했던 김형범 선수더군요. 그렇게 김형범 선수가 고개도 들지 못하고 업혀 나올 때에도 서포터들은 수원 버스를 가로막은채 욕설만 내뱉고 있었습니다. 김형범 선수가 업혀 나오는데도 그를 위로하는 목소리는 커녕 그를 알아보는 서포터도 없었죠. 김형범 선수를 위한답시고 수원 선수단 버스까지 가로막고 사과를 요구한 이들이 정작 업혀나오는 김형범 선수는 보지도 못한 것입니다.


    전북 서포터들이 흥분해 일으킨 사건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불과 두 달 전인 5월 5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일부 서포터들이 부산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에 항의하며 부산 선수단 버스를 파손한 것입니다. 이 일로 전북 구단측은 부산 선수단 버스의 수리 비용을 고스란히 배상해줘야 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일이 불과 두 달 여만에 또다시 발생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팬들은 이러한 일부 서포터들의 지각없는 행동을 비난하고 있습니다만 이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잘못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되려 구단측을 비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극소수 팬들의 과격 행동으로 구단 전체가 손해

    제가 현장에서 봤을 때 수원 선수단 버스를 막은 서포터들의 숫자는 많아야 50명 안팎이었습니다. 물론 현장에는 더 많은 팬들이 있었지만 저처럼 전북 선수들을 보러 갔던 팬들이었죠. 당시 경기 공식 관중은 13,079명입니다. 전체 관중의 불과 0.5%도 안되는 무리 때문에 전북 구단은 문제 구단으로 낙인이 찍혀버린 것입니다. K리그 구단은 너나할 것 없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기업 홍보라는 차원에서 근근히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문제 있는 극소수의 팬으로 인해 적지 않은 금액의 벌금까지 물게 됐으니 구단 관계자의 심정이 어떨지 이해가 됩니다.


    만약 그토록 열성팬을 자처하면서 구단을 아끼고 선수를 사랑한다는 그날의 50 여 명의 서포터들에게 자신들이 일으킨 문제에 대한 책임으로 700만원을 부담하라고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하군요. 사람들이 K리그로부터 등을 돌리는 이유는 개념없는 행정의 연맹, 분별없는 판정의 심판, 중계 기피하는 방송사 뿐만이 아니라 자신들처럼 과격한 서포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들이 알리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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