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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노견만세, 아낌없이 주고 떠나는 개
    남의 이야기/휴식 2009. 7. 4. 20:47

    견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가정에서 많이 기르는 애견의 평균 수명은 15년 정도라고 합니다. 때문에 애견을 식구로 맞이해 기르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자신의 개가 귀엽기만 하던 강아지였다가 어느새 자라고, 늙고, 병들어 떠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합니다. <MBC 스페셜 노견만세>는 그렇게 기르던 개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 떠나 간 개들의 이야기입니다.

    <노견만세>에는 개의 본능을 억누른 채 살아야만 하는 안내견 활동에서 은퇴한 대부, 공직에서 정년 퇴임한 후 가족들과 쉽게 가까워지지 못한 아버지와 가족들을 이어준 찡이, 그리고 남편과의 이혼 후 홀로 힘들게 살아가던 시절에 그 누구도 줄 수 없었던 위안과 희망을 안겨 준 비비의 마지막을 전했습니다.  


    안내견은 개로서의 본능을 철저히 억제한 채 살아야 합니다. 시각 장애인을 안내하는 동안은 눈 앞에 먹을 것이 있어도 절대 식탐을 부리지 못하도록 훈련됐다고 하더군요. 때문에 안내견이 온순하고 평화로워 보여도 일을 하는 동안에는 철저하게 긴장 상태라고 합니다. 대부는 그러한 안내견 활동을 하다 은퇴했지만 그만 치매에 걸려 남은 생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방안에 누워만 지내야 했습니다. 안내견들은 은퇴하면 그들을 돌봐줄 가정에 맡겨지는데 대부를 맡은 김인순씨는 3년이 넘게 누워서만 지내는 대부를 위해 24시간 옆에서 지켜주고 밥까지 떠서 먹여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찡이는 나이가 들어 계단도 잘 못 올라가고 눈엔 백내장이 생겨서 실명의 위험까지 갖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찡이가 예전과 달리 식욕도 줄고, 의자에도 잘 못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지만 찡이는 여전히 가족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귀염둥이입니다. 찡이는 가족 모두에게 특별한 존재이지만 특히 공직 생활에서 은퇴한 후 가족들 사이에 쉽게 어울리지 못하던 아버지에겐 더욱 고마운 존재입니다. 찡이의 재롱을 즐기며 온 가족이 하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든 아버지는 어느새 자기처럼 늙어버린 찡이가 애틋하기만 합니다.

    비비는 남편과 헤어진 후 홀로 살아가던 성순애씨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던 딸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개를 키우던 집에서는 물도 안마셨다는 성순애씨는 비비를 만나면서부터 삶의 희망도 찾고 모성애까지 느끼게 됩니다. 때로는 딸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성순애씨의 곁에서 기쁨을 줬던 비비는 나이가 들어 자궁에 생긴 병으로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개를 키우기 때문에 <노견만세>에 나온 가족들의 얘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제가 키우는 강아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가 아홉 살인데 사람으로 치면 이미 중년인 셈입니다. 아직까지는 쌩쌩한 편이지만 <노견만세>에 나온 개들처럼 열 일곱 살이 되면 저희 개도 부쩍 기력이 쇠약해지겠죠. 개를 키우는 분들은 대부의 아빠께서 하신 말씀에 크게 공감하셨을 듯 합니다. 어쩌다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면 아내는 나와보지 않아도 개는 자다가도 꼭 나와서 자신을 반겨 준다는 얘기. 저도 자주 경험하는 것이거든요.

    뿐만아니라 어쩌다 약속이 없는 주말 밤 같은 경우 괜히 쓸쓸해지다가도 옆에 와서 부비적 거리는 아이들을 보면 우울한 생각일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죠. 저는 원래 그다지 낙천적인 성격이 아니었습니다만 개를 키우다보니 근심 걱정이 있더라도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습니다. 아무리 좋은 친구라도 서운한 마음이 들게 할 때도 있지만 개는 절대 상처를 주지 않습니다. 오직 치유해줄 뿐이죠. <노견만세>에 나온 세 가족들이 자신들의 개의 마지막을 그토록 애틋해하고 헌신적일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때문일겁니다. 개들은 마지막까지 남김없이 주고 떠납니다. 

    <노견만세>를 보고 저는 술 마시러 안나가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며 제 옆에서 늘어져 자고 있던 아이들을 빠짐없이 꼬옥 안아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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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저희 누나가 폰카로 찍은 모습인데요, 제가 술 퍼먹고 와서 맨바닥에서 퍼질러져 자는데 땡이와 뽀송이가 저렇게 제 위로 올라와서 같이 자더랍니다. 저때가 겨울 무렵이었으니 뽀송이 아니었으면 꽤 추었을 거예요. 저희 누나는 동생 이불 덮어줄 생각도 아니고 폰카질만... 이러니 개가 더 낫다고 할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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