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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펠햄 123, 익숙해서 더 좋은 범죄 스릴러
    영화 이야기/감상 2009. 6. 13. 15:05




    서브웨이 하이재킹 : 펠햄123
    감독 토니 스콧 (2009 / 영국, 미국)
    출연 덴젤 워싱턴, 존 트라볼타, 루이스 구즈만, 빅터 고즈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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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할리우드 블럭버스터 흥행작을 보면 하나같이 화려한 특수효과로 범벅된 SF나 판타지 장르가 대세입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엑스맨 탄생 - 울버린>, <터미네이터 4 - 미래 전쟁의 시작>, <왓치맨>, <스타트렉 - 더 비기닝>, <박물관이 살아있다 2> 등, 하나같이 현실 세계와는 동떨어진 가상의 공간을 다룬 영화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기에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트랜스포머 2 - 패자의 역습>이나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지 아이 조 - 전쟁의 서막> 등을 보면 할리우드의 현실 도피 경향(?)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이게 모두 컴퓨터 그래픽 때문이죠. CG 기술의 발달로 그동안 머릿속에서 상상해왔던 것들, 혹은 애니메이션으로만 구현이 가능했던 세계를 실제와 다를 바 없이 스크린 위에 펼쳐보이는 것이 가능해지자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너나할 것 없이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가상 세계의 시각화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 결과 관객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의 모습을 눈 앞에서 즐기게 됐지만 존 맥클레인이나 마틴 릭스와 같은 현실 세계의 터프 가이를 잃게 됐습니다. 존 맥클레인은 이러한 상황에 저항하듯이 디지털 테러에 맞서며 다시 돌아오기도 했지만 세상은 더 이상 맨 몸으로 뛰는 형사에게 관대하지 않았습니다.


     

    토니 스콧 감독의 <펠햄 123>은 이렇듯 디지털 이미지로 범벅된 요즘의 할리우드 영화판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범죄 스릴러 영화입니다. <펠햄 123>은 1시 23분에 펠햄에서 출발하는 지하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지하철은 2시 13분에 라이더(존 트라볼타)가 이끄는 일당에게 납치당하는데, 라이더는 3시 13분까지 천만달러를 가져올 것을 요구하고 1분이 늦을 때마다 인질을 한 명씩 죽이겠다고 협박합니다. 지하철 배차원 가버(덴젤 워싱턴)가 라이더와 교신하는 동안 뉴욕 시장, 협상 전문가 등이 현장에 도착하고 사건은 점점 긴박하게 흘러갑니다.

    <펠햄 123>은 어떤 면에서 요즘 추세에 어울리지 않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범죄 조직에 의해 지하철이 납치된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영화 속에는 이렇다할 액션 장면이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간간히 뉴욕 시내를 가로지르는 현금 수송차량의 모습을 현란한 카메라 워크로 속도감 있게 보여주기는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은 가버(덴젤 워싱턴)와 라이더(존 트라볼타)가  통제 센터와 납치된 지하철 내에서 교신하며 밀고 당기는 장면으로 이루어집니다.

    다행인 것은 두 배우의 연기가 꽤 좋다는 것입니다. 자칫 지루하게 늘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 두 중견 배우의 멋진 연기로 금방 활기를 띠게 되더군요. 특히 존 트라볼타의 광기어린 악당 연기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무척 좋습니다. 이 영화에서처럼 주인공과 악당이 대화를 나누며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스타일은 이미 같은 장르의 영화에서 많이 등장했던 익숙한 내용입니다.



    <펠햄 123>에 이렇게 익숙한 설정이 등장하는 것은 이 영화가 1974년도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토니 스콧 감독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무난한 리메이크 작을 완성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리메이크 작을 연출하는 감독들이 이것저것 집어 넣으려는 욕심을 부리다보면 원작에도 못미치고 어정쩡한 작품이 나오는 경우가 많죠. 반면에 지나치게 원작의 가치만을 좇다보면 새로운 관객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펠햄 123>은 지금까지 세 번 리메이크 됐을 정도로 장르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우리가 그동안 수많은 범죄 스릴러 영화에서 봐왔던 설정들이 이 작품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영화를 즐겨보시는 분이라면 이 얘기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펠햄 123>을 보며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겁니다. 배우들이 블루스크린 앞에서 허공에 허우적대며 연기하는 영화들이 난무하는 요즘.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완성된 덴젤 워싱턴과 존 트라볼타의 멋진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펠햄 123>은 즐길만한 가치를 지닙니다.



    수다.

    1. 토니 소프라노스는 뉴욕 시장이 되어서도 스트레스에 맘 편할 날이 없더군요. 하긴 마피아 두목이나 뉴욕 시장이나 골치 아픈 자리긴 매한가지겠죠.

    2. 덴젤 워싱턴이 살을 찌우니 포레스트 휘태커의 얼굴이 나타나더군요. 그렇담 포레스트 휘태커가 살을 빼면 덴젤 워싱턴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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