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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진돗개 논란, 왜 하필 익산시인가?
    남의 이야기/투덜대기 2008. 12. 2. 09:00


    CCTV의 감시를 받고 있는 '노들이'의 집 전경. 11월 29일.


    청와대에서 온 '노들이', 열흘간의 소동

    지난 10월 13일, 청와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사저에서 키우다 청와대로 반입한 진돗개가 낳은 새끼 7마리 중 5마리를 일반에 분양한다고 밝힙니다. 그에따라 11월 중순부터 5마리의 진돗개 새끼가 제주도와, 강원도, 전북 익산시, 경북 울진군, 대전시에 각각 분양됐습니다. 그 중 익산시는 분양받은 수컷 진돗개의 이름을 '노들이'라고 짓고 11월 20일부터 일반에 공개합니다. 그런데 다른 지역으로 분양된 진돗개는 별다른 뉴스도 전해지지 않는데 익산시의 '노들이'는 일반에 공개된 이후부터 줄곧 논란거리가 됩니다. 

    익산시가 '노들이'와 함께 공개한 '노들이'의 집이 문제였습니다. 익산시는 시민들이 오가며 볼 수 있게한다는 명목으로 시청사 한 쪽 화단이었던 자리에 '노들이'의 집을 새로 짓습니다. 그런데 이 집이 단순한 개집이 아니라 한 쪽 벽은 원목으로 장식되고, 조경용 벽돌과 황토 바닥 등으로 호화롭게 꾸며져 여론의 비난을 받습니다. 게다가 담당 직원을 정해 '노들이'를 돌보는 일을 맡긴다고 전해져 여론의 질타는 더욱 거세집니다. 이 집을 짓는데 든 공사비는 400여 만원이 들었다는 얘기도 있었고, 200여 만원이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논란이 일자 익산시는 "개집과 관련해 소요된 예산은 198만9000원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어찌됐든 적지않은 금액의 예산을 청와대에서 온 진돗개를 모시기 위해 사용했다고 시인한 셈입니다.

    원목으로 꾸며진 '노들이' 집


    11월 29일. '노들이'는 이미 애견훈련소로 옮겨짐.


    열흘만에 철거된 '노들이'의 집

    '노들이'의 집에 익산시가 쏟은 정성(?)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려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됩니다. 급기야 지난 30일, 익산시는 거세지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지은지 열흘 밖에 안 된 '노들이'의 집을 철거합니다. 200만원의 예산이 열흘만에 사라진 것입니다. 익산시는 '노들이'의 집을 보석박물관으로 옮기고 그곳에서 키우기로 결정했다고 밝힙니다. 원래는 화단이었던 '노들이'의 집터는 하루만에 파라솔과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시민들의 쉼터로 꾸며졌습니다. '노들이'의 집을 철거하고 다시 쉼터로 꾸미는 것 역시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됐을 것은 분명합니다. 여론과 동떨어진 익산시의 전시행정으로 인해 짧은 시간동안에 수백만원의 세금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입니다. 


    '노들이' 집이 있던 자리. 파라솔 테이블이 놓이고 황토바닥은 자갈바닥으로 교체됨. 12월 1일.


    왜 하필 익산시인가?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진돗개를 분양받은 5곳의 지역 가운데 왜 익산시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만약 누가봐도 설레발에 오바임이 분명한 이번 일이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이나 출생지인 오사카에서(고향과 출생지의 차이는??) 벌어졌다면 '왜 하필?'이란 의문은 갖지 않았을 겁니다. 이미 오사카에서는 이명박 기념비를 세우자는 일이 추진되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호남지역의 작은 도시 익산은 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청와대에서 온 진돗개를 위해 그토록 비난 받을 정도의 삽질(=공사)을 했던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남성고

    이명박 대통령과 익산의 연결고리를 떠올리니 자연스럽게 남성고가 생각나더군요. 익산의 남성고는 지방 사학의 명문으로써 과거부터 인재의 산실로 유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그런 남성고가 더욱 약진하며 이명박 정부내의 호남 출신 인맥의 중심을 차지합니다. 당선 전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BBK 사건과 관련해서도 함께 이름이 오르내린 김백준 총무비서관이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 밖에도 남성중을 졸업한 김덕룡 국민통합특별보좌관, 정진곤 교육과학문화 수석비서관 등이 남성고출신으로 청와대내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경제참모로 알려진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도 남성고 출신입니다. 소설가 박범신도 남성고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이처럼 남성고 출신의 인물들은 과연 남성고가 호남 지역의 사학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에 널리 포진되어 있습니다. 이는 남성고가 아무리 전통의 명문 사학이었다해도 호남의 작은 도시에 위치한 고교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매우 특이한 사실로써 이미 여러차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남성고는 여느 지방의 명문고교들이 으레 그렇듯이 익산시 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학교입니다. 안그래도 지방 중소도시의 특징답게 지역 명문고의 입김이 작지않은 판국에 그 학교 출신들이 청와대의 측근에 포진하고 있으니 그 기세가 어떨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혹은 알려지지 않은

    이런 상황을 미루어보면 왜 하필 익산시에서만 이명박 대통령의 진돗개를 둘러싼 논란이 생겼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애초에 호들갑을 떨며 시 예산으로 원목 장식까지 된 개집을 지은 것도 문제이지만 비난 여론이 일자 단 하루만에 개집을 철거하고 시민 쉼터로 탈바꿈시켜버린 행태는 더욱 한심합니다. 잘못된 행정으로 예산을 낭비해놓고 그것을 고친다고 더 예산을 들이는 방법을 쓰는 것을 보니 익산시에서는 모두들 어렵다는 경제한파를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나봅니다.  

    한편, 익산시는 '노들이'를 보석박물관에 새집을 마련할 때까지 애견훈련소에 맡겨놓기로 했다고 밝힙니다. 구체적인 사육 계획도 없이 진돗개를 분양받고 필요 이상의 정성을 쏟던 익산시의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인해 며칠 사이에 청와대에서 익산시청 개집으로 그리고 애견훈련소로 옮겨다니게 된 '노들이'의 입장도 안타깝네요. 한 마리의 진돗개를 둘러싼 어떤 이들의 정치적 의도, 혹은 아무 생각없이 나랏돈만 축내는 무개념이 빚어낸 웃지못할 촌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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