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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꼰 오바마 보며 노태우 전 대통령을 떠올리다남의 이야기/투덜대기 2008. 11. 18. 11:01
저작권자 - 노컷뉴스
매케인 앞에서 다리를 꼰 채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 오바마의 자세가 화제가 되고 있군요. 두 사람은 대선 이후 첫 공식회동을 가졌는데 상대적으로 겸손한 모습의 매케인에 비해 오바마는 상의 단추를 풀르고 다리도 더 많이 꼬았다는 겁니다. 이 장면은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을 때의 오바마의 모습과 비교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합니다. 부시 대통령 앞에서는 오바마가 좀 더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었다는 것이죠.
아침부터 오바마에 관한 가십성 기사를 읽고 있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7년 9월 민정당의 대선 후보 자격으로 미국에 건너가 레이건 대통령과 회동했던 장면입니다. 당시 민정당은 노태우 후보가 레이건 대통령 앞에서 당당하게 다리를 꼬고 앉았다며 엄청난 홍보를 해댔습니다.
저는 그때 초등학생이었는데 가을 운동회를 하던 날 학교에 저 사진이 크게 박힌 홍보물이 엄청나게 뿌려졌던 것이 기억납니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때는 노태우 후보 이름이 적힌 시계나 숟가락 세트 따위가 집집마다 빠짐없이 돌려지던 때였으니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에 그 정도 홍보물이야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수준이었죠. 당시 저는 어린 마음에 인상도 좋은 노태우 아저씨가 미국 대통령 앞에서 당당했다는 것을 보고 마냥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여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과 만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파악하기엔 너무 어렸기 때문입니다.
1987년 9월. 레이건 대통령 앞에서 다리 꼬고 앉은 노태우 전 대통령
바로 이 장면입니다. 미국 대통령 앞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장면이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홍보되는 것을 지금 떠올려보면 피식 웃음이 나오는 일입니다만, 당시엔 그렇지도 않았나 봅니다. 시골의 초등학생이던 제가 기억할 만큼 엄청나게 홍보에 이용되었으니까요.
지금으로선 이해되지 않는 80년대의 일화지만 오바마가 부시와 매케인 앞에서 보여준 모습의 차이가 화제되는 것을보니 어떤 이 앞에서 다리를 꼬는 자세가 갖고 있는 함의는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봅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요즘 와병중이라 언론에 거의 노출되고 있지 않은데, 오늘 오전 오바마에 관한 뉴스를 보고 그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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