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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진돗개, 열흘만에 쫓겨난 사연남의 이야기/투덜대기 2008. 12. 2. 16:32
청와대 진돗개 노들이.
어제 오후 저희 어머니께서 기르는 흰둥이를 보러 애견훈련소에 다녀왔습니다. 녀석이 너무 까불어 훈련소에서 길 좀 들이려고 맡겨둔지 한 달이 더 됐거든요. 그런데 훈련소에 갔다가 뜻밖의 견공을 만나게 됐습니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기르던 진돗개가 낳은 '노들이'입니다.
관련글 2008/12/02 - [남의 이야기/토달기] - 청와대 진돗개 논란, 왜 하필 익산시인가?
익산시가 수백만원의 예산을 들여 개집을 지었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일반에 공개된지 열흘 만에 훈련소에 맡겨진 가엾은 '노들이'. 시청사 한 쪽에 지어진 '노들이'의 집은 열흘만에 철거돼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노들이'는 당분간 훈련소에서 길러지게 된다고 합니다. 사실 여기서 이 녀석을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불과 며칠전만해도 노들이에 대한 익산시청의 입장은 '노들이를 잘 보살펴 익산시의 명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철푸덕 앉아있는 폼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청와대 출신이라고 호강할 줄 알았더만... 에혀~ 내 팔자야'
꼭 이런 생각을 하며 앉아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낯선 노들이에게 관심보이는 흰둥이.
어슬렁 거리며 주위를 돕니다.
한참 뛰어놀던 흰둥이가 목이 말라보여 물을 떠다 줬더니 노들이도 목이 말랐는지 흰둥이가 물 마시는 모습을 쳐다보네요.
노들이 녀석, 급기야 먼저 마시고 있던 흰둥이를 기다리지도 않고 고개를 들이밉니다.
그러자 흰둥이가 노들이가 귀한 몸이란 것을 알았는지 군말없이 양보하고 가만히 쳐다봅니다. 속으로 마치 '어휴 이 쪼끄만 녀석 청와대 출신이면 다야?' 이러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 곳엔 노들이와 비슷한 크기의 진돗개 새끼가 한 마리 더 있었는데요, 저희 흰둥이는 그 녀석만 막 몰고 다니면서 괴롭히고 노들이는 가만히 두더군요. 비굴한 흰둥이 녀석... 청와대 빽에 굴복한 게냐?
사실은 본 지 얼마 안된 노들이는 낯설어서 그랬을테죠. ^^;
흰둥이 녀석이 다른 진돗개를 몰고 다니며 노는 모습입니다. 저 진돗개는 아직 강아지여서 그런지 제가 반경 5미터 안으로 접근하기만 해도 꼬리를 감추고 도망가버리는 아주 소심한 녀석이었습니다.
사연을 알고 봐서 그런지 노들이의 표정이 왠지 억울하기도 하고 측은해 보입니다. 진돗개로서는 썩 잘 생긴 편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아무것도 모르는 개가 무슨 죄가 있나요. 이제 4개월 된 진돗개 새끼일 뿐인데 논란에 휩쓸려 며칠 사이에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것을 생각해보면 가엾기도 합니다.
익산시의 개념없는 과잉 행정으로 인해 열흘만에 집에서 쫓겨난 노들이. 평범한 애견가정에서 태어났으면 한창 귀여움을 받고 있을 녀석인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을 보니 안쓰럽습니다. 그래도 노들이는 출신 배경이 든든하다보니 여러 스폰서들이 있어서 고생은 안할 것 같습니다. 훈련소 입소 비용도 '스폰서'들이 지원해주고 있다고 하더군요. 비록 200만원짜리 집에서 열흘만에 쫓겨났지만 노들이의 청와대 끗발은 아직도 유효한 셈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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