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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아, 일본 네티즌 반응이 그렇게 중요한가?
    남의 이야기/투덜대기 2009. 2. 6. 20:29



    - 인터넷의 새로운 유행?

    언젠가부터 김연아 선수나 박지성 선수가 활약할 때마다 포털 메인을 장식하는 포스트가 있습니다. 바로 '해외 네티즌 반응'에 관한 포스트인데요, 이제는 인터넷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김연아 선수가 캐나다에서 열린 2009년 국제 빙상 경기 연맹 4대륙 피겨 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신기록을 세우자 이번에도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피는 포스트들이 블로고스피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나, 박지성 선수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이니 그들의 활약을 보고 해외 네티즌들이 한 마디씩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해외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피는 우리 네티즌들의 모습은 조금 과열되어 있는 것 같더군요. 최근에는 외국에도 알려진 스포츠 스타들에 관한 내용 뿐만 아니라 월드컵 유치 신청이나, 일본 남성들의 국내 매춘 관광과 같은 사회적인 이슈에서도 해외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단순히 흥미 차원에서라고 보기엔 외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번역해서 포스팅하는 분들이나 그것을 보고 반응하는 분들이나 다들 너무 열심입니다. 심지어 외국 게시판의 네티즌 반응만을 번역해서 다루는 사이트까지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해당 사이트는 스스로 세계 최초 커뮤니티 전문 번역 사이트라고 홍보하고 있더군요.

    우리는 왜 이렇게 해외 네티즌의 반응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여기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봤습니다.

    -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습성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습성은 사회적으로 여러 부분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서에서부터 등장하는 '겉치레'라는 단어는 우리의 이러한 습성이 하루 이틀 사이에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이렇게 내실 보다는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좁은 국토에 중대형 승용차가 넘쳐납니다.

    - 단기간에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이력

    흔히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에 대해 서방 국가들이 100년이 넘게 걸려 이룩한 것을 단 몇 십년만에 이룩했다는 말을 합니다. 이렇게 고도 성장을 겪은 나라에서는 성장 과정에서 세대간의 격차와 함께 선진국에 대한 동경심도 커지게 마련입니다. 때문에 기성 세대들은 항상 선진국을 따라가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경제 성장을 주도해왔고, 젊은 세대들은 그런 기성 세대들로부터 선진국은 무조건적으로 우월하다는 인식을 알게모르게 전수 받아왔습니다. 이렇게 급격한 성장을 이루면서 소위 말하는 선진국에서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중요시하게 됐습니다.

    - 주체성의 결여

    우리나라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은 '대한민국에선 영웅이 나올 수가 없다. 영웅이 등장하면 그를 추켜세우는 것이 아니라 깎아내리기에 급급하다'라는 얘기를 하곤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군가 대단한 업적을 이뤘거나, 자랑스러운 문물이 등장했을 경우, 사안에 따라서 건설적인 비판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자학에 가까울 정도로 패배의식에 휩싸여 우리의 것들을 못깎아내려 안달인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만한 경우에도 외부의 평가를 갈망하게 됩니다.

    - 이제는 스스로 판단해야 할 때

    위에서 얘기한 것들과 더불어 최근들어 외국어에 능통한 젊은이들이 많아졌다는 것도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해외 게시판의 네티즌 반응을 번역해서 포스팅하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해당 국가에 머물고 있는 젊은 계층의 네티즌입니다. 외국어에 능통하고 인터넷에도 익숙한 젊은 계층들이 아니었다면 외국 게시판의 반응을 거의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을 겁니다. 예전에는 우리가 접할 수 있는 해외 반응이라는 것이 고작해야 주요 외신사의 반응에 국한되어 있다가 요즘들어 다양한 목소리를 접하게 된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외 게시판의 네티즌 반응을 열심히 살피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해외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은 일부의 피상적인 반응만을 살필 수 밖에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덧붙여서 만약 저런 포스트에서 다뤄진 외국인들이 자신의 한 마디가 해외 포털의 메인에서 진지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합니다. 달리 생각해서 외국의 포털 사이트에서 우리나라의 네이버나 다음의 인터넷 기사 댓글을 번역해서 진지하게 다룬다면 어떨까요? 개인적으로는 조금 우습다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피상적인 해외 네티즌 반응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고, 우리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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