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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 마음 사라지는 결혼 초대
    남의 이야기/투덜대기 2009. 2. 22. 12:14


    칠 전에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초등학교 동창 여자애의 결혼 초대 문자였지요. 평소에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가 아니라서 저는 이 친구의 전화번호도 모르고 있었어요. 이 친구는 아마 다른 친구들을 통해 제 번호를 알아냈나 봅니다. 여러 명의 친구들에게 동시에 보냈음이 분명해 보이는 문자엔 결혼식 장소와 시간, 그리고 성까지 붙인 그 애의 이름 석자가 적혀있었어요. 보는 순간 불쾌해지더군요. 




    사실 이 친구가 결혼한다는 얘기는 지난 11월에 다른 친구의 결혼식에서 만났을 때 들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었어요.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즐거워 별 일 없으면 가려고 했었죠. 그런데 성의없는 초대를 받고는 갈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결혼 준비로 한창 바쁘겠지만 이건 너무한다 싶어요.


    친구들끼리는 보통 결혼식 전에 만나서 청첩장을 주는 것이 관례잖아요. 하지만 이 친구와 저는 따로 만나고 할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았어요. 그렇지만 전화도 아니고 이렇게 안하느니만 못한 단체 문자 한 통이라니...  

    요즘의 결혼식 풍경을 떠올려보면 바쁘게 축의금 전달하고, 사진 찍고, 밥 먹고, 뭐 그런 식의 정감없는 정형화된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축하해주러 간 친구와는 인사 한 번 제대로 나누기 힘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가정의 탄생이라는 큰 의미가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다들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주곤 합니다. 그런데 가끔보면 행사 와중에 정신이 없어서인지 결혼 당사자들이 주변인들의 축하에 적절하게 화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이럴때는 너그럽게 이해하려고 해도 단지 축의금 내고 밥 먹으러 예식장에 온 것이 아닐진대 그런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씁쓸함이 스쳐지나갑니다.

    곧 새 봄이 시작되고 또 많은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겠지요. 당연한 얘기지만 결혼식은 모두가 축하하고, 축하받아야 할 행사입니다. 부디 모든 커플이 사소한 실수로 인생의 새로운 출발선에서 축하의 의미를 그르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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