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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를린(The Berlin File, 2012)
    영화 이야기/감상 2013. 1. 31. 12:45




    베를린 (2013)

    The Berlin File 
    7.8
    감독
    류승완
    출연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이경영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20 분 | 2013-01-29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그냥 그랬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작품은 항상 그럴싸하면서도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고 결말로 갈수록 수습이 안 되는 경향이 있죠.

    베를린도 마찬가집니다. 이것저것 뒤섞어서 제법 그럴싸한 첩보 액션물을 만들었지만 결국엔 쌈마이 티에서 벗어나지 못하더군요.

     

    도입부의 연출부터 그랬습니다. 하정우가 상처를 치료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세 시간 전으로 돌아가는 연출은

    불필요한 잔기술로 느껴지더군요. 첫 총격씬에서의 음악 사용도 귀에 거슬립니다. 음악이 너무 과하다보니

    긴장감이 흘러야 하는 장면이 그저 산만했습니다. 그런 경향은 끝까지 이어집니다.

    마지막 촌스러운 폭발씬에 이은 갈대밭 결투씬도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더군요.

    무려 데저트 이글을 한 손으로 들고 난사하는 장면같은 건 쫌... 그게 전혀 멋있는 게 아닌데 말이죠.

    마치 멋모르는 중딩들이 멋부린다고 교복 바짝 줄이거나 늘이거나 해서 입고 다니며 

    자기들끼리 우와~너님 바지 어디서 줄였음? 완전 쩔어~ 이러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몸으로 하는 액션은 괜찮은 편입니다. 요즘 유행을 따르다보니 기존 정두홍 스타일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한 번씩 특유의 발차기 액션을 보여주는데 많이 자제한 느낌이더군요.

    정두홍 감독을 좋아하지만 요즘 추세와는 안 맞는 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액션씬도 그런 측면에서 보면 좀 늘어집니다. 

    베를린에는 요즘 스타일의 액션과 전통적인 스타일이 함께 쓰이고 있는데 마지막 결투씬은 예전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죠.

    아저씨에서 람로완과의 대결처럼 긴장감이 흐르다 순식간에 절정에 이르고 딱 끊어지는 그런 맛이 없어요.


    북한의 정세를 적절히 사용해 만들어낸 드라마는 꽤 좋았습니다.

    하지만 주변 인물들이 지나치게 틀에 박혀 있다보니 식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뭐. 실제로도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곽도원이 연기한 캐릭터는 관료적인 행태가 너무 평면적이더군요.

    그에 반해 류승범이 연기한 동명수는 너무 틀에서 벗어나 있어 공감이 안 되는 캐릭터였습니다.

    동명수는 나름 북한 군부 실세의 아들로 그쪽에선 출신 성분까지 다 갖춘 엘리트인데

    보여주는 모습은 무슨 뒷골목 갱단의 중간보스급 정도나 될까.

    아무리 봐도 엘리트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죠. 그냥 실력을 갖춘 해결사 정도의 캐릭터로 설정했더라면 

    그런 이질감은 피할 수 있었을텐데 굳이 실세의 아들로 등장시킨 이유가 이해 안 됐습니다.


    전지현은 좋았습니다. 

    간략한 줄거리만 봤을 때는 전지현이 통역으로 위장한 비밀 요원이라도 되는지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니더군요. 

    숨막히는 현실과 무뚝뚝한 영웅 요원 남편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데 

    전지현에게 저런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제가 전지현이 나온 영화를 제대로 본 건 엽기적인 그녀 뿐이네요;


    한석규는 말하자면 15년 전 이방희에게 친구를 잃고 빨갱이라면 치를 떨며 

    아직 현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마치 사설탐정처럼 혼자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좀 그랬지만 그건 한석규 잘못이 아니죠. 

    전 한석규가 뭘해도 좋더군요. 다만 한석규의 대사빨은 예고편에 나온 게 전부였습니다.


    존 르카레 책이 소품으로 등장하는데 류승완 감독은 주진우 기자와 다큐멘터리 간첩을 찍고 

    존 르카레를 읽고 하면서 베를린을 완성시켜간 모양입니다. 어딘가에 그런 내용의 인터뷰가 있을 법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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