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아르고 (Argo, 2012)
    영화 이야기/감상 2012. 11. 12. 08:00

     

     


    아르고 (2012)

    Argo 
    8.3
    감독
    벤 애플렉
    출연
    벤 애플렉, 존 굿맨, 알란 아킨, 브라이언 크랜스턴, 카일 챈들러
    정보
    스릴러 | 미국 | 120 분 | 2012-10-31

     

    <아르고>는 1979년 이란 혁명 당시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이 군중들에게 점거당하고 50여 명의 대사관 직원들이 1981년 1월까지 인질로 사로잡혔던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당시 대사관 직원 중 6명이 혼란한 와중에 대사관을 빠져나와 캐나다 대사 관저로 피해 숨어 있었는데 이란의 상황이 미국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CIA는 이들을 탈출시키기로 합니다. 여러가지 작전이 구상됐지만 최종적으로 채택된 작전은 다소 황당한 내용이었습니다. 6명을 로케이션 촬영 답사를 온 캐나다인 영화 스태프로 위장시켜 당당히 공항을 통해 탈출시킨다는 내용. 1997년에야 기밀에서 해제돼 일반에 공개된 '아르고' 작전은 CIA 역대 가장 성공적인 작전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중간중간 영화적 재미를 위한 장치를 섞어 놓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이란 혁명 당시의 상황과 '아르고' 작전의 내용에 대해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에서 건조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초반에 이란 시위대가 대사관을 점거하는 과정에선 당시의 보도 영상과 영화의 장면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는데 실제와 거의 비슷하게 촬영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등장인물들도 실제 인물과 거의 똑같이 생긴 배우들을 캐스팅했더군요. 영화가 끝나면 실제 인물들과 배우를 같이 보여주는데 헤어스타일까지 거의 똑같습니다.

     

    사실 실화를 그대로 재현한 영화라면 아무래도 내용상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진데 '아르고' 작전에 대한 정보를 접한 관객이라면 결국 토니 멘데즈가 아무런 희생없이 6명을 이란에서 탈출시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게 되죠. 다시 말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반감되는 겁니다. 그런데 <아르고>는 단순한 인질 구조 작전이 아니라 가짜 영화 제작팀을 구성해 탈출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 상황이 웬만한 영화 시나리오보다 더 극적이었던 셈이죠. 

     

     

     

     

    하지만 <아르고>에서 가짜 영화 제작에 관한 대목이 그리 흥미롭게 그려지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기전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었기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70년대 말 헐리우드의 흥청망청하는 분위기가 잠깐 등장해 눈길을 끌긴 했지만 테헤란에서 작전을 실행하는 과정은 담담하게 그려집니다. 적어도 대사관 직원들이 헐리우드 스타일로 변장하는 과정에선 충분히 흥미로운 연출이 가능한 여지가 있었을텐데 그마저도 생략돼 있더군요. 

     

    그들이 테헤란에서 가짜 영화 스태프로 이란 혁명 정부 관리를 속이기 위해 한 일은 로케이션 예정지인 시장을 한 바퀴 둘러 본 것 밖에 없습니다. 작전의 내용은 무척 흥미롭지만 탈출 작전의 성격상 실제로도 실행 과정은 은밀하게 이루어졌겠죠. 전체적인 영화의 톤 역시 건조하다보니 오히려 마지막 공항씬에서 긴장감 유발을 위한 극적인 연출이 거슬리는 편입니다.

     

     

    CIA man in Teheran

     

     

     

     

    - 요즘 중동 지역을 배경으로 한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나름대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아르고> 역시 도입부에 이란 혁명의 배경에 대한 짧은 해설을 덧붙임으로써 관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이란 혁명 세력들이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지긴 했지만 영화적 관용으로 용인될 만한 수준이었고, 중간엔 흥분한 미국 시민들이 이란인을 폭행하는 보도 영상까지 삽입해 균형을 갖추려 노력했더군요.

     

    제이미 폭스 주연의 2007년작 <킹덤>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볼 수 있었습니다. <킹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미국인 거주 구역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을 수사하는 FBI 요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아르고>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영화였지만 오프닝 시퀀스에서 사우디 왕조의 탄생과 그들이 석유를 필요로 하는 미국과 결탁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은 비슷합니다. 이슬람 세력과 미국의 충돌이 끊이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이유에 관해 오락성을 유지하면서도 진지한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었죠. 어떤 면에선 픽션인 <킹덤>이 논픽션인 <아르고>보다 더 무게감 있고 비판적 시각을 지닌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킹덤>의 여주인공 제니퍼 가너와 <아르고>의 감독 겸 주연인 벤 에플렉은 애를 셋이나 낳은 잉꼬 부부. 벤 에플렉의 전공이 중동사던데 제니퍼 가너가 <킹덤>의 출연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겠네요.

     

     

     

     

     

    '영화 이야기 >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이프 오브 파이  (0) 2013.01.15
    007 스카이폴 (Skyfall, 2012)  (2) 2012.11.06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1) 2012.10.22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