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007 스카이폴 (Skyfall, 2012)
    영화 이야기/감상 2012. 11. 6. 08:00



    007 스카이폴 (2012)

    Skyfall 
    6.8
    감독
    샘 멘데스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하비에르 바르뎀, 주디 덴치, 랄프 파인즈, 나오미 해리스
    정보
    액션 | 영국, 미국 | 143 분 | 2012-10-26
    글쓴이 평점  

     



    올해가 007 영화 탄생 50주년이더군요. 요즘 인쇄 매체든, 인터넷 매체든 활자를 멀리하고 지내다보니 모르고 있었는데 영화가 끝난 후 크레딧에 나오는 걸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예전엔 영화 잡지도 보고 영화와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도 들락날락하며 이런 저런 정보를 많이 접했었는데 요즘은 개봉작을 보러가도 조연으로 누가 나오는지도 모른 채 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번에도 악역으로 하비에르 바르뎀이 나온다는 것 정도만 알고 극장에 갔드랬죠. 어떤 면에선 그렇게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보는 것이 더 큰 만족을 주기도 합니다만 뭐 제 경우는 꼭 그런 목적을 위해서라기보다 그냥 게을러서;;;


    이번 스카이폴은 007 영화 탄생 50주년 기념작이랄 수 있는데, 그렇다보니 단순히 시리즈 중의 한 편이 아니라 과거 시리즈의 전통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새로운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스타일면에서는 2006년작 <카지노 로얄>이 그랬죠. 카지노 로얄은 기존 007 영화의 과장된 스타일을 버리고 스릴러와 정교한 액션을 강조하며 시대의 흐름에 따랐습니다. 새로 제임스 본드 역할을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도 기존의 느끼한 제비같은 제임스 본드와 달리 터프함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성공적인 세대 교체를 이뤘습니다. 후속작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도 그런 경향은 이어졌는데 한편으론 007 시리즈로서의 정체성이 사라진 것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았습니다. 다른 액션 영화들과 차이점이 뭐냐는 얘기였죠.  

     





    이번 스카이폴은 그러한 변화와 전통 사이에서 영리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과거의 것들에 대한 찬사를 반복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면서도 캐릭터의 교체를 통해 새로운 007 시리즈의 탄생을 알리고 있는데, 예를 들면 신임 정보위원장 캐릭터로 등장한 말로리-랄프 파인즈-는 M과 007에게 은퇴를 종용하며 MI6의 변화를 추진하는 인물이지만 종국에는 M을 구해내고 007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액션은 도입부의 터키 추격씬을 제외하면 이전에 비해 빈약한 느낌입니다. 지하철 탈선씬이 등장하는데 런던의 튜브 자체가 워낙 작다보니 그다지 스펙타클한 느낌은 없었고, 실바의 목적 역시 이전 악당들의 어마어마한 세계 정복 야욕과 달리 개인적인 복수여서 스케일면에선 다소 소소합니다. 게다가 007 영화 특유의 흥미 요소 중 하나인 특수 장비를 사용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시피한데 심지어 새파랗게 젊은 Q는 뭔가 그럴 듯한 장비를 기대하는 007을 비웃기까지 합니다. 그나마 애스턴 마틴 DB5가 골드핑거에 등장했던 그 모습 그대로 등장해 아쉬움을 달래주지만 그마저 새로운 007을 위해서인지 장렬히 산화시켜 버립니다.   


    반면에 드라마는 더 강조된 느낌이었는데, M과 실바, 제임스 본드의 관계를 심도있게 다룬 대목은 이번 작품의 연출이 샘 멘데스임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편, 이번 작품에선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MI6와 살인 면허를 가진 현장 요원들이 필요한 이유에 관해 M의 입을 통해 밝히는 대목이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좀 뜬금없고 때늦은 해명이 아닌가 싶더군요. 말하자면 M의 발언은 911 이후 미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테러에 대한 공포와 대처 방식을 그대로 읊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진데 그런 얘길 2012년의 007 영화에서 듣고 있으려니 이질감이 든다랄까요. 흡사 <다크나이트>에서 다뤘던 내용을 떠올리게 했지만 그다지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대미를 장식하는 실바와의 마지막 대결도 좀 아쉬웠습니다. 제임스 본드는 M을 노리는 실바를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고, 부모님을 떠나보내야 했던 저택 스카이폴로 유인해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는데 그 모양새가 전혀 007 영화 답지 않고 무슨 서부극 분위기를 풍깁니다. 007은 작은 송신기 하나로 먼 외국의 외딴 섬에서도 순식간에 공중 헬기 지원을 부를 수 있는데 실바가 부하들과 들이닥쳐 저택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동안 구식 사냥총과 전구를 이용해 급조한 폭발물 따위로 맞서더군요. 아무리 스코틀랜드의 외딴 지역이라 한들 엄연히 영국내인데 말이죠. 스카이폴의 상징성을 활용하기 위해 그러한 전개를 선택한 듯 하지만 전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해킹을 통해 MI6와 다국적 기업 등을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는 실바의 능력도 지나치게 단순하게 묘사돼 아쉽더군요. M에 대한 실바의 복수욕은 공감이 됐지만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절치부심하던 실바가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는지는 생략돼 있습니다. 실바의 캐릭터에 대해 <다크 나이트>의 조커와 비슷하다는 얘기가 많은데 <다크 나이트>의 조커 역시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고담시의 범죄 조직을 장악하고 배트맨을 압박해가지만 그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 반면 스카이폴의 실바에겐 그런 게 없습니다. 

     

    애초에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와는 안 어울리는 샘 맨데스 감독이 메가폰을 이어받아 드라마가 살아 있는 007을 완성시켰지만 디테일한 면에선 아쉬움이 많이 느껴지더군요. 스카이폴은 007 영화 탄생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007의 재탄생을 당당하게 선언한 작품이지만 과연 그 당당한 선언이 계획대로 차질없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스카이폴도 제작비 문제로 2008년 이후4년의 텀이 있었으니 말이죠. 일단 다니엘 크레이그는 두 편을 더 계약했다고 합니다.

     

     

     

     

     

     

     

     

    - 상하이와 마카오 관광청의 홍보 영상을 방불케한 장면은 요즘 헐리우드의 새로운 전주이자 거대 시장인 중국의 위엄을 느껴지게 하더군요. 얼마전 개봉한 <루퍼>도 예산 문제로 배경이 파리에서 상하이로 바뀌었다죠. 깨알같은 하이네켄 PPL도 눈에 띄더군요. 딱히 맥주가 자연스럽게 등장할 만한 장면은 아닌 것 같던데. 런던 장면에선 기아 자동차의 K5, 스포티지R이 경찰차로 등장합니다. 기아자동차도 하이네켄이나 오메가처럼 007 마케팅을 펼칠 법도 한데 그런게 전혀 없는 걸 보니 제작비 지원 규모가 그다지 크진 않았나 봅니다.








    - 비운의 본드걸 세버린 역의 베레니스 말로히는 뇌쇄적인 스타일에 독특한 억양까지 더해져 묘한 매력을 풍기더군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만 마카오 카지노의 바 장면에서 제임스 본드가 실바 얘기를 꺼내자 공포에 질려 말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이 연민을 불러일으키며 무척이나 안타까웠습니다. 표정 연기가 꽤 좋더군요. 예전에 본 007은 어릴 때 봐서인지 비운의 본드걸을 봐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등장한 <카지노 로얄>부터는 본드걸들이 매번 저를 짠하게 만드네요. 물론 그 중 최고는 <카지노 로얄>의 베스퍼 에바 그린. 007 영화를 보고 가슴이 먹먹해 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카지노 로얄>이 그랬드랬죠.







    - 실바역의 하비에르 바르뎀은 첫 등장부터 후덜덜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평범한 악당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하비에르 바르뎀의 잘못이라기보단 시나리오와 연출상의 문제인 것 같더군요. MI6 본부는 물론 러시아워의 런던 지하철과 의회까지도 마음 먹은대로 유린하던 실바가 부하들을 이끌고 함정이랄 것도 없는 스카이폴에 쳐들어가 달랑 사냥총 한 자루 든 제임스 본드에게 속수무책으로 깨지는 모습은 이전의 용의주도한 모습과 매치가 안 되더군요. M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면서부터 캐릭터가 과잉상태로 된 듯 한데 실바는 인상적인 악역으로 기억되기에는 너무 뜨거운 캐릭터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는 정말 대단한 캐릭터인 듯.










    스틸컷만 봐도 차이가 느껴지네요. 





    - 영화에서 실바의 근거지로 등장하는 섬은 실제로는 일본 나가사키 앞바다에 있는 하시마 섬입니다. 하시마는 해저 탄광이 개발돼 남북 480미터, 동서 160미터 규모의 작은 섬에 5천 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했던 독특한 지역인데, 일제 시대엔 강제 징용된 조선인과 중국인 노동자의 한이 서린 곳이기도 합니다. 1970년대 폐산 후 주민들이 모두 빠져나가 지금은 폐허만 남아 있는데 영화에선 섬의 바깥 풍경만 등장하고 섬 내부는 따로 세트장에서 촬영했다고 하더군요. 배경을 잘 보면 섬 내부는 전형적인 중국풍으로 꾸며놓은 것을 알 수 있죠. 실제 하시마의 풍경은 그것보다 훨씬 황량하고 괴기스럽습니다. 마치 체르노빌 폐허와도 비슷한 느낌. 


      



       






    ADELE - Skyfall








    2008/11/06 - [영화 이야기/감상] - 007 퀀텀 오브 솔러스 - 새로운 본드, 제임스 본드


    2008/11/12 - [영화 이야기/수다] - 007, 다니엘 크레이그의 악독했던 무명시절









    '영화 이야기 >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르고 (Argo, 2012)  (2) 2012.11.12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1) 2012.10.22
    그을린 사랑  (2) 2011.08.15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