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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1박 2일을 마음껏 즐기다남의 이야기/휴식 2009. 1. 5. 12:24
박찬호 선수의 1박 2일 두 번 째 이야기가 방송됐습니다. 첫 번 째 방송에서 시간이 흐를 수록 1박 2일에 조금씩 적응하던 모습을 보여주던 박찬호 선수는 이번 방송에서 완전히 1박 2일 멤버들 사이에 녹아들어 한층 더 재밌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방송은 계룡산 주변 민박집을 찾은 멤버들이 저녁 식사 재료를 얻기 위한 게임과 실내 취침 여부를 결정짓는 복불복 게임으로 이루어졌는데요, 박찬호 선수는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센스를 발휘하며 즐거움을 선사하더군요.
박찬호 선수의 센스가 가장 먼저 드러난 장면은 귤 껍질 속의 알맹이로 홀짝을 맞추는 게임이었습니다. 처음 박찬호 선수가 홀이라고 말하자 강호동이 왜 홀이냐고 묻는데요, 박찬호 선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 자연의 이치는..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대답하며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어서 강호동이 박찬호 선수에게 차례를 넘기며 "찬호의 동물적인 감각을 믿자!"고 얘기하자 박찬호 선수는 "그럼 형님이 하셔야겠는데요. 동물성이 강하니까.."라고 받아치며 센스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박찬호 선수는 그동안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거의 출연을 안하던 선수였기에 이런 모습은 더욱 재밌게 느껴지더군요.
결국 이 날의 저녁 식사 메뉴인 부대찌개의 육수가 걸린 이 게임에서 박찬호 선수는 야구공의 실밥을 매만지듯이 귤을 만지작거리더니 알맹이의 갯수까지 맞추며 육수를 얻었습니다. 이어진 게임은 두부가 걸린 딱지 한 번에 넘기기였는데요, 이 게임은 MC몽이 했지만 박찬호 선수는 여기에서도 재밌는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딱지 넘기기로 강호동과 꿀밤 때리기 내기를 해 지난 방송에서의 복수를 한 것이죠.
이 장면은 강호동의 예능 프로그램 메인 MC로서의 능력이 돋보인 장면이기도 합니다. 딱지를 갖고 살살 놀리며 지난 방송에서와 마찬가지로 박찬호 선수의 승부 근성을 이끌어내더군요. 앉아서 딱지를 치는 박찬호 선수에게 "서라고 했잖아 내가!"라고 호통을 치자 박찬호 선수는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라고 머쓱해합니다. 그 이후에도 못 넘기자 강호동은 "뭐 하나 제대로 잘하는게 없어!"라며 구박의 강도를 더욱 높입니다. 그러자 박찬호 선수의 승부욕이 제대로 발동하게 되죠. 박찬호 선수는 딱지를 강호동에게 휙 던지면서 "아 해보세요!"라고 받아칩니다. 이 때 박찬호 선수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상당히 약올라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이더군요. 강호동은 이렇게 박찬호 선수의 승부욕을 자극해 프로그램에 재미를 더 했지만 내기에 지는 바람에 박찬호 선수의 네 손가락을 이용한 꿀밤을 맞게 됩니다. 강호동 선수는 정말 아팠겠지만 보고 있는 저로서는 한참이나 낄낄댔습니다.
이어진 게임에서도 박찬호 선수는 1박 2일 멤버들과 어울려 계속해서 유쾌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파전 뒤집기에 도전해 성공했지만 밥이 걸린 다트 게임에는 실패해 다시 한 번 강호동의 구박을 받게 됩니다. 박찬호 선수는 다른 멤버들에게도 구박을 받으며 결국에는 한쪽 구석에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었는데요, 그런 박찬호 선수의 모습이 무척 재밌더군요. 이 장면은 자칫하면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국내 야구 최고의 선수에 대한 예우가 소홀했다는 논란에 빠질 수도 있는 장면인데 개인적으로는 박찬호 선수의 친근한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강호동이 조금은 짓궂긴 했지만 이처럼 박찬호 선수의 친근한 모습을 이끌어내는데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더군요. 햄이 걸린 셀카 찍기 게임에서는 판정을 맡은 카메라 감독에게 다가가 함께 셀카를 찍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가끔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보면 그저 겸손하고 차분한 모습만 보여주던 박찬호 선수에게 이런 센스가 있을 거라곤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더 재밌게 느껴지더군요.
이번 방송에서는 이렇게 게임을 진행하며 보여준 재밌는 모습 외에 간간히 박찬호 선수가 미국에서 지내던 시절의 얘기를 들려주어서 그동안 1박 2일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던 마이너리그 시절. 경기 후 샤워를 하다가 동료들에게 동성애자로 오해 받을 뻔 했던 에피소드라를 재현한 장면은 무척 유쾌했지만, 마늘 냄새로 인해 동료들에게 수모를 받았던 얘기를 할 때는 좀 짠해지더군요.
박찬호 선수가 21살이던 마이너리그 시절. 하루는 경기가 잘 풀려 고기를 사다가 김치와 마늘을 곁들여 먹었는데 다음 날 동료가 박찬호 선수에게 마늘 냄새가 난다며 나무란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동료 선수는 단지 잔소리를 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자기가 씹던 껌을 뱉어 박찬호 선수에게 던지기까지 했다는군요. 그때까지 꾹 참고 있던 박찬호 선수는 그렇게 참을 수 없는 모욕까지 당하자 당시 31살이던 그 동료 선수에게 달려들어 실컷 손을 봐줬다고 합니다. 당하고는 못사는 박찬호 선수의 대단한 승부 근성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 후 영어가 서툴러 감독에게 불려가서도 자신만 잘못한 것으로 억울한 경험을 당하자 모든 것을 그만두고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전화 한 통을 받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철저하게 적응해야겠다고 각오했다더군요. 그 후론 한국 음식을 입에도 대지 않고 치즈와 피넛 버터 등 미국식 음식만 먹고 영어 공부도 더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박찬호 선수는 이어서 옆차기 사건 등과 관련된 얘기를 풀어놓으며 1박 2일 멤버와 함께 하는 밤을 보냅니다.
이렇게 박찬호 선수가 등장해 그동안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얘기를 직접 들려주는 것을 보고 있자니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릎팍 도사와 같은 토크쇼에 출연해 털어놓을만한 얘기들이지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1박 2일에서 박찬호 선수가 멤버들과 함께 다양한 게임도 즐기고, 진솔하게 얘기를 들려주며 감동을 전해주는 것을 보니 이번 박찬호 선수와 함께하는 1박 2일은 1석 2조의 결과를 얻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박찬호 선수와 둘러앉아 얘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강호동이 질문하는 모습이 무릎팍 도사를 연상시켜 조금은 아쉽더군요. 강호동이 메인 MC인만큼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전혀 이상할 내용은 아니었지만 이왕이면 다른 멤버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1박 2일에 더욱 걸맞는 모습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엔 박찬호 선수와 함께하는 1박 2일 세 번 째 이야기가 방송되더군요. 박찬호 선수가 카메라맨으로 위장한 채 모교의 야구 선수들을 찾아가는 장면이 살짝 나왔는데,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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