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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관록을, SBS는 파격을 선택했다남의 이야기/휴식 2009. 1. 1. 02:08
지난 밤 방송된 KBS와 SBS 연기 대상을 끝으로 방송 3사의 연말 시상식이 모두 끝났습니다. KBS와 SBS 연기 대상은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리모콘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했는데요, 그러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염두에 둔 것이기라도 한 듯 두 방송사의 시상식 내용이 무척이나 상반된 내용이어서 더욱 흥미롭습니다.
우선 진행자에서 부터 그 차이가 느껴집니다. KBS는 방송 3사 중 유일하게 이덕화, 김경란, 최정원 세 명의 공동 진행 형식을 택했습니다. 중견 남자 배우인 이덕화를 가운데 두고 양 쪽으로 여자 아나운서 한 명, 젊은 여자 탤런트 한 명을 세운 구성은 한 눈에 봐도 요즘의 트렌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SBS는 류시원과 한예슬의 진행을 택해 KBS 보다는 젊은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시상 내역에서 SBS의 파격적인 분위기는 더욱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뉴스타상 부문에 무려 11명의 신인급 연기자들에게 상을 수여한 것이죠. 이어진 10대 스타상이라는 부문에서도 10명의 연기자에게 상을 수여해 나눠주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지만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던 KBS의 시상식에 비해 활기는 넘쳤습니다.
이처럼 SBS는 나눠주기라는 비판 따위는 두렵지 않았는지 아예 적극적으로 나눠주기를 이용하는 듯한 느낌까지 들더군요. 이준기가 남자 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것도 SBS의 이번 시상식이 젊음을 선택했음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공로상에 '조강지처 클럽'의 문영남 작가가 선정된 것과 베스트 커플상에 남녀 커플이 아닌 문근영 문채원 커플을 선정한 것도 꽤나 파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KBS는 전체적으로 다소 차분한 스타일로 시상식을 이어 가며 공동 수상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 선에서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절제하는 듯한 분위기로 진행하면서도 중간중간 신봉선의 꽁트를 사용하고 후반에는 왕비호를 출연시킴으로써 흥미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했지만 모두 어딘가 어색하게 안 어울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결정적인 차이는 양 방송사의 대상 수상자에서 나타났습니다. KBS는 '엄마는 뿔났다'에서 열연한 김혜자에게 대상을 수여하면서 평범한 선택을 했습니다. 김혜자는 이미 세 번의 연기 대상을 받은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여배우이기 때문에 KBS가 이번에 다시 한번 대상을 수여한다해도 그다지 놀라운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반면에 SBS는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에게 대상을 수여함으로써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결과를 선보였습니다. 문근영 자신도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무대 위에서 상을 받고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사시나무 떨듯이 떨면서 눈물 콧물만 흘리더군요. 우리의 근영양이 우는 것을 보니 갑자기 제 마음도 뭉클해졌습니다.
한 참을 울먹이던 문근영은 "앞으로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은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 짐이 될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힙니다. 진심으로 연기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배우만이 할 수 있는 소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문근영은 국민 여동생이라는 이미지에 갇혀서 연기자로서의 발전이 더디었습니다.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대학 생활에만 전념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연기 이외의 것들로 더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 이번 대상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 그녀가 국민 여동생이 아닌 국민 여배우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근영아 울지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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