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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1박 2일에서 망가지며 얻은 것은?남의 이야기/휴식 2008. 12. 29. 08:00
박찬호와 1박 2일의 만남
KBS 1박 2일에 박찬호 선수가 출연했습니다. 겨울방학 특집으로 명사와 함께 고향여행이라는 주제로 박찬호 선수와 함께 박찬호 선수의 고향인 공주를 찾은 것입니다. 프로그램 초반에 초대된 명사가 누구인지 모르던 1박 2일 팀원들은 전국민이 다 아는 명사라는 담당 피디의 언질에 궁금해하면서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직접 통화를 하고나서 초대된 명사가 박찬호 선수임을 알게 된 팀원들은 더욱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찬호 선수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의 베테랑 투수이지만 그동안 방송, 특히 연예 오락 프로그램과는 거리를 두어서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지어 1박 2일 뿐만 아니라 방송 3사에서 특급 MC로 활동하고 있는 강호동 마저 박찬호 선수를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멤버들은 그런 박찬호 선수와 촬영하게 된 것을 알고나서 들뜬 기분을 감추지 않고 한 마디씩 했는데요, 이승기는 박찬호 선수가 활약할 때는 자신이 어렸기 때문에 박찬호 선수의 존재감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그의 활약상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묻습니다. 그러자 강호동은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18승을 올렸던 사실을 얘기했고, 김C는 거기에 덧붙여 메이저리그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선발투수였다고 말해줍니다.
드디어 남공주 톨게이트에서 박찬호 선수를 만나게 된 멤버들. 조금 전까지만해도 박찬호 선수를 만나도 사인해달라고 하기 없기, 사진 찍자고 하기 없기 등을 약속하며 평소와 다름없이 방송에 집중하자던 그들이었지만 박찬호 선수를 보자마자 모두들 꼬마 아이들처럼 박찬호 선수에게 달려가 매달리더군요. 세계적인 야구 선수 앞에서 한없이 천진난만해지는 1박 2일 멤버들의 모습은 무척 유쾌했습니다.
그렇게 천진난만한 모습은 1박 2일의 큰형인 강호동도 예외가 아니었는데요, 처음에는 자신이 박찬호 선수보다 운동계의 선배라는 점을 어필하며 선배로서 강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약간의 허풍을 떨었지만 정작 박찬호 선수를 보자 동생들보다 더 요란하게 좋아하더군요. 그 후에도 강호동은 박찬호 선수에게 ‘운동계에서 선배는 뭐다?’라는 질문을 하며 박찬호 선수의 기세를 누르려고 했지만 박찬호 선수가 전혀 호응을 해주지 않아 무안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박찬호 선수는 야구 선수 경력이 있는 김C를 직접 야구 선배라며 공손히 대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빠른 적응 보여준 박찬호
박찬호 선수와 1박 2일 팀의 만남은 처음엔 이렇게 마치 국민영웅과 그의 팬들의 만남과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박찬호 선수는 짧은 시간만에 방송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멤버들과 어울려 재밌는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멤버들의 점심 도시락이 걸려있는 기회가 한 번 뿐인 줄넘기에 실패해 무릎을 꿇어가며 기회를 구하기도 하고, 그렇게 얻은 도시락을 잔디밭에 앉아 멤버들과 나눠먹습니다. 무령왕릉을 찾아가는 길에선 여고 앞을 지나가며 학창 시절에 일부러 여고 앞길로 다니곤 했다는 얘기를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이번 방송의 백미는 무엇보다 계룡산 얼음 계곡에 박찬호 선수와 강호동, 이승기가 함께 몸을 담근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찬호 선수는 자신이 슬럼프에 빠졌던 99년 시즌이 끝나고 가족들과 함께 계룡산 등산을 했는데 그 때 얼음 계곡에 몸을 담근 후 자신의 최고 기록인 18승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그 후 해마다 계룡산에 와서 얼음 계곡에 몸을 담가왔다고 하더군요. 그 얘기를 들은 강호동은 설마 오늘 그걸 할거냐고 안된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지만 결국 박찬호 선수의 계략(?)에 말려 한 겨울 계곡물에 몸을 담그게 됩니다.
방송 출연을 거의 하지 않던 박찬호 선수의 이런 모습들은 무척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왔습니다. 원래부터 박찬호 선수는 예의바르고 성실하기로 유명했지만 다소 내성적인 성격 탓에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삼가던 선수였습니다. 박찬호 선수는 시즌이 끝나고 국내에 귀국해도 호텔에 머물며 철저한 자기관리로 외부 노출을 피해왔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지 곧 16년째가 되고 117승을 기록한 한국 야구계의 살아있는 전설임에도 그가 야구 선수 이외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거의 없습니다. 누구나 야구 선수 박찬호에 대해선 잘 알지만 아무도 인간 박찬호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런 박찬호 선수였기에 이번에 1박 2일에서 보여준 친근한 모습은 무척 신선했습니다. 다음 주 예고편을 보니 박찬호 선수의 더욱 친근한 모습들이 등장하더군요. 아마 다음 방송은 이번 방송보다 더 큰 화제가 될 것 같습니다.
박찬호, 다시 희망의 공을 던지길
박찬호 선수는 다음 시즌 필라델피아와 기본 250만 달러에 각종 옵션이 더해진 성공적인 계약을 성사시키며 메이저리그 베테랑 투수의 진면모를 보여줄 기회를 다시 얻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긴 선수 생활동안 여러 번의 굴곡이 있었지만 박찬호 선수는 한번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부상으로 성적이 부진해 고국의 팬들로부터 점점 잊혀져가는 ‘왕년의 선수’로 인식될 때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와 다시 한번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야구팬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지금 국내로 돌아온 메이저리거들 중에는 박찬호 선수보다 나은 기량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던 선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찬호 선수보다 한참이나 어린 그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시련을 이겨내지 못하고 메이저리거의 길을 중도에 포기해버렸습니다. 굳이 그들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박찬호 선수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점은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입니다.
그렇게 묵묵히 야구 선수의 길을 걷는 동안 스타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던 박찬호 선수. 그가 1박 2일에 출연하며 스타일이 구겨지는 모습까지 보여 가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또 한 번의 전 국민적인 응원일 것입니다. 1박 2일을 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박찬호 선수의 인간적인 면모를 지켜보며 다시 한 번 재도약의 기회를 잡은 그를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진심으로 응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박찬호 선수를 얘기할 때 무척이나 식상한 얘기가 되어 버린 내용이지만 그러함에도 IMF 시절 박찬호 선수가 호쾌한 플레이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줬던 것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업적입니다. 박찬호 선수가 내년 시즌에 메이저리그에서 다시 한 번 멋진 활약을 펼치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그의 모습을 보며 꼭 10년 전에 그랬던처럼 힘든 시기에도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찬호성!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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