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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묶인 고양이와의 만남
    나의 이야기/대화 2008. 11. 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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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토요일 오후.
    길을 가다 작은 세탁소에서 묶어놓고 기르던 고양이를 봤다.
    개나 고양이나 묶여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은데, 한편으론 주인없이
    떠돌아다니다 차에 치이거나 하는 것 보단 나을까 싶기도 하다.



    마치 강아지인양 집 안에서 늦은 오후 햇살을 즐기며 낮잠을 자던 녀석은
    내가 '나비야~'하고 부르자 고양이 특유의 어슬렁거리는 몸짓으로 내게 다가왔다.
    녀석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숫컷이었다.
    아주 어렸을 적 집에서 고양이를 기른 적이 있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시골에서 고양이는
    무조건 '나비'로 불리곤 했다. 사뿐사뿐한 발걸음 때문일까? 




    녀석은 내 바로 앞까지 다가와 나를 빤히 올려다 봤다. 심심했던가 보다.
    하긴, 만약 풀어져 있었다면 행동반경이 넓은 특성으로인해 온 동네를 헤짚고 다녔을 녀석이지.
    얼마나 답답했을까.



    녀석은 재밌게도 내 발등위에 올라서 나를 게슴츠레 쳐다봤다.



    이 녀석 잠이 덜깨서 눈을 못뜨네. 근데 대체 내 발은 왜 밟고 있는건데?



    졸리면 가서 자 이놈아.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건지 녀석은 금새 똘망똘망한 눈으로 다시 나를 바라봤다.
    손 길이 그리웠나? 쪼그려 앉아서 쓰다듬어 줬더니 부비적부비적 몸을 비벼대며 갸르릉 거렸다.
    고양이 갸르릉 소리 오랜만에 듣게 되는구나.


    부비적 거리며 내 손을 물기도 하고 장난치던 녀석이 갑자기 경계의 몸짓을 보였다.





    뭔가싶어 뒤돌아 보니 이 동네 터줏대감이라도 되는 것 같은 강아지 한 마리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고양이 녀석은 바짝 엎드리며 경계했지만...



    정작 강아지는 고양이한테는 아무 관심 없다는 듯이 앉아서  몸을 몇 번 벅벅 긁더니 다시 가버렸다.




    이 녀석은 강아지가 멀리 갈 때 까지 내 곁에 꼭 붙어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짜식. 언제 봤다고 나한테 이렇게 의지하는거야.
    고양이다운 체통은 다 어디로 내팽겨친게냐?



    '아놔 저 새퀴 왜 안가.'



    '어? 간다. 그래 빨리가라 빨리!'



    '형아! 쟤 아주 간거 맞지!?'
    마치 나한테 이렇게 묻기라도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잠시 후 나도 일어서려 하자 녀석은 내가 갈 것이라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지 더 매달리는 것 같았다.
    마치 가지 말고 자기랑 더 놀아 달라는듯이 꼭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어쩔 수 없이 그만 일어나 떠나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녀석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다음에 저 앞을 지날 일이 있으면 100원짜리 쏘세지라도 몇 개 주머니에 넣고 가야겠다.
    그때까지 잘 살고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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