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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믹액션물로 재탄생한 셜록 홈즈
    영화 이야기/감상 2009. 12. 27. 16:35
    셜록 홈즈
    감독 가이 리치 (2009 /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드 로, 레이첼 맥아덤즈, 마크 스트롱
    상세보기



    누구나 소년 시절에 문고판 셜록 홈즈 몇 권 쯤은 읽어 본 기억이 있지 않나요? 책과 그리 친하지 않았던 제게도 셜록 홈즈에 대한 기억은 있지요. 요즘 세대들은 탐정하면 김전일이나 코난을 떠올리겠지만 예전엔 탐정=셜록 홈즈 이런 식으로 동일시해도 전혀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는 그렇게 책과 별로 친하지 않은 동양 작은 나라의 꼬마도 알고 있을 만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릭터였지만 웬일인지 최근의 할리우드에서는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떠오르지 않아 IMDB에서 검색해봤더니 TV 시리즈와 아주 오래전 작품만 나오더군요.

    그런 점에서 이번에 개봉한 가이 리치 감독의 <셜록 홈즈>는 그동안 스크린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본격 셜록 홈즈 영화로서 셜록 홈즈의 팬들에게는 아주 반가울만한 작품입니다. 물론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이라면 영화가 아무리 잘 나와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골수 팬들의 불만이 있겠지만 <셜록 홈즈>의 경우엔 일단 영화로 선보였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할만 하죠. 당장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떠올려보시라니까요. 그런데 <셜록 홈즈>는 단지 인기 작품의 영화화라는 가치뿐만이 아니라 한 편의 오락 영화로서의 기능도 충실해 셜록 홈즈의 팬이 아니더라도 즐겁게 볼 수 있을만한 영화입니다. (어쩌면 셜록 홈즈의 팬이 아닐 때 더 즐겁게 볼 수 있는) 19세기 말 런던의 고풍스러우면서도 칙칙한 풍경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액션에서 코믹함까지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셜록 홈즈>는 풍성한 크리스마스 극장가에서 놓치면 안될 작품이죠.


    때리고, 맞고, 뛰고, 구르고. 액션 탐정 콤비.



    영화의 배경은 타워 브릿지가 한창 건설중인 19세기 후반의 런던입니다. 베이커가에서 의사 친구 왓슨과 함께 사는 사립 탐정 홈즈는 런던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연쇄 살인범 블랙우드경을 체포하는데 성공합니다. 블랙우드경은 단순한 살인범이 아니라 흑마술을 이용해 영국과 더 나아가 세계를 지배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던 자였죠. 그는 교수형 당하기 직전, 셜록 홈즈에게 자신이 부활해 세계의 질서를 바꿔 놓을 것이라는 황당한 협박을 합니다. 블랙우드가 그의 말대로 부활해 모종의 사건들을 저지르자 셜록 홈즈는 그를 막기위해 나섭니다. 그와중에 셜록 홈즈를 꼼짝못하게 하는 여인 아이린이 나타나 사건을 의뢰하고 영화는 다소 복잡하지만 익숙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들려줍니다.


    가이 리치 감독은 그의 데뷔작인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스내치>에서 보여준 것들을 <셜록 홈즈>에서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리지널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보니 이전처럼 다양한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복잡하면서도 꽉 짜여있는 스토리는 없지만, 런던의 칙칙한 풍경과 독특한 카메라 연출과 편집으로 보여주는 감각적인 액션 장면은 그가 10년 전에 보여줬던 것과 거의 똑같습니다. 그와 같은 화면 기법은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세계의 상업영화에서 유행처럼 다뤄지던 때가 있었죠. 이제는 유행이 한풀 꺾여서 잘못 사용하면 좀 촌스럽기도 하고, 게다가 <셜록 홈즈>의 배경은 19세기 말의 런던이기에 잘 안어울릴 듯했는데 생각과 달리 꽤 괜찮았습니다.


    레이첼 맥아담스는 영화에서 보면 더 예뻐요.



    배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하고, 괴짜스러운데다, 영민하고 강하기까지한 셜록 홈즈를 멋지게 연기해냈습니다. 그런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셜록 홈즈는 제 기억 속에 있는 셜록 홈즈보다 더 유쾌발랄한 캐릭터더군요. 원작의 셜록 홈즈는 영국 신사다운 진중한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영화 속의 셜록 홈즈는 영국 신사다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가벼운 미국식 캐릭터만 엿보였습니다. 덕분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하는 셜록 홈즈는 종종 <아이언 맨>의 토니 스타크와 이미지가 겹치기도 합니다. 원작의 캐릭터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구성하다보니 생긴 문제로 볼 수 있는데 아마도 원작의 팬들에게는(이들을 가리키는 셜록키언이라는 단어가 있더군요) 이 점이 가장 못마땅하지 않을까 싶네요. 

    주드 로 역시 느끼한 미남 배우 이미지를 확 덜어내고 홈즈와 툭탁거리면서도 떨어지지 못하는 왓슨을 잘 표현해냈습니다. 올해에만 굵직한 개봉작 세 편에 출연한 레이첼 맥아담스도 매력적으로 등장합니다. 홈즈와 왓슨은 전형적인 버디 영화의 캐릭터로 그려지는데 아이린이 그 사이에서 두 주인공 못지 않게 통통 튀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주며 영화의 흥미를 더합니다. 



    21세기의 베이커가 지하철 역에 등장한 홈즈. 마담 투소 박물관에 전시될 밀랍인형인데 12월 14일까지 베이커가 지하철역에 전시했었다는군요. 그런데 실제보다 더 멋진 것 같습니다. 영화에선 한번도 이렇게 말끔한 모습을 안보여주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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