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완두꽃
    나의 이야기/꽃세상 2008. 11. 4. 00:59



    재개발 예정인 오래된 아파트 단지엔 이것저것 볼 게 많다. 요즘 같은 봄날엔 넓은 단지 구석구석마다 꽃이 많이 피어있어 지나갈 때마다 꽃구경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며칠 전에도 지나가는 길에 아파트 바로 앞 뜰에 잡초와 함께 웬 새초롬하게 생긴 꽃이 피어 있길래 가만히 들여다봤다. 쓰레기까지 지저분하게 널려 있는 곳에 곱게 피어 있는 모습이 신기해 아파트 현관에 앉아 얘기를 하고 있던 할머니 두 분께 여쭤봤다.

    "할머니 이 꽃이 뭐예요?"

    "어. 그거 메꽃이여. 밥 해묵으면 맛나."

    "예? 메꽃요? 이걸로 밥을 해먹어요?"

    "아니 인자 꽃 떨어지고 열매 나문 그걸로 콩처럼 밥 할때 넣어 묵으면 맛있어."

    "아~"

    할머니 얘기를 듣고 잠깐 동안 쪼그려 앉아 이리저리 살펴보며 사진을 찍었다. 몇 장 찍고 일어서니 할머니께서 "그것이 뭐시 이뿌다고 사진을 찍고 그려. 하나도 안이뿐건디." 라고 핀잔을 주셨다.

    "왜요? 예쁘기만 한데요? 그럼 할머니 찍어드릴까요?"

    "아이고 되얐어~"

    할머니께선 내가 사진을 찍는 시늉을 하자 부끄럽다는 듯이 웃으시며 손사래를 치셨다. 나는 그다지 넉살 좋은 녀석이 아니라서 더 이상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고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그곳을 지나왔다. 넉살 좀 키운 다음에 억지로라도 꼭 찍어 드려야겠다. 이제 곧 그 아파트의 모든 풍경은 추억속으로 사라질테니까.

    그런데 집에 와서 매꽃, 메꽃을 찾아보니 전혀 다른 꽃이 나왔다. 아마 할머니께서 내게 하신 말은 사투리였나보다. 어쨌든 이것저것 찾아 본 끝에 저 꽃은 완두꽃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밥 해묵으면 맛나~'라는 얘기가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무슨 무슨 콩이라는 말씀도 하셨었지. 다만 '완두'라는 말씀만 안하신거다. 그것도 제대로 못알아들은 내가 바보.

    우리집에서 엄마 외에 유일하게 콩밥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파란 완두콩을 가장 좋아하는 나지만 완두꽃이 저리 얌전하게 예쁠 줄은 몰랐다.

    고개를 숙이고 땅을 바라보니 예쁜 것들이 참 많다.



    '나의 이야기 > 꽃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채꽃  (0) 2008.11.04
    하늘에 목련  (0) 2008.11.04
    목련  (0) 2008.11.04

    댓글

Designed by Tistory.